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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시스템, 근본적 변화 필요한 시점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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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98호 최영태⁄ 2010.11.29 14:26:38

최영태 편집국장 필자는 80년대 중반에 군 복무를 했다.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전방 철책 근무도 했다. 당시 최전방에는 쥐가 얼마나 많던지 밤새 철책 근무를 마치고 곤하게 자는 병사들 발의 굳은살을 뜯어먹었다. 쥐에게 뜯겨 기겁을 하고 놀라 일어나는 사병들은 보고 “참 고생들 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다행히 필자의 발은 뜯어 먹히지 않았다. 몇 년 뒤 인근 부대에 동원 예비군 훈련을 들어갔다. 불과 몇 년 사이인데도 군기는 엄청 흐트러져 있었다. 예컨대 식사 군기만 봐도, 필자가 있을 때는 식당에서 밥 한 톨 떨어뜨리지 않았었는데 몇 년 뒤 만난 후배들은 식사 때 바닥에 밥알을 마구 떨어뜨리며 지저분하게 식사를 했고 누구 하나 제재하는 사람이 없었다. 몇 년 사이에 이렇게 바뀐 모습을 보고 “전방의 긴장이 많이 이완됐구나”라는 생각도 들고 “요즘 신세대 장병들 관리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겠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한국군의 달라진 모습을 본 뒤 미국에서 미군들의 모습을 일부 볼 기회가 있었다. 미국이 이라크와 전쟁을 벌인 초기인 2003년에 이라크군에게 납치됐다가 9일 만에 극적으로 구출된 여군 제시카 린치의 웨스트 버지니아 고향집을 취재 갔을 때다. 한국으로 치면 강원도 산골이랄 수 있는 웨스트 버지니아에서 만난 그녀의 친구들은 “제시카의 오빠, 여동생도 군인”이라며 “우리처럼 가난한 젊은이들이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군 입대뿐”이라고 했다. 군 복무를 마치면 4년제 대학 학비를 미국 정부가 대 주기 때문이다. 이런 얘기를 듣고 평소 미군에 품어 왔던 궁금증이 일부 풀렸다. “존대말도 없는 사회에서 어떻게 군기가 유지될까”라는 궁금증이었다. 그러나 제시카 3남매처럼, 비록 집에 돈이 없어서 자원입대할지라도, 어쨌든 그건 자신의 선택에 따른 행동이다. 자신의 운명을 자신이 결정한다고 생각하면 인간은 자부심이 높아진다. 그리고 이런 자부심은 사람이 흐트러지는 것을 막아 준다. 물론 최근 미국에서도 ‘없는 사람만 군대에 가는’ 현실에 대한 논란이 많다고 한다. 겉 형식은 자원입대지만 실제 내용은 가난한 사람만 가는, 즉 가난한 사람을 군대로 몰아넣는 시스템에 대해 “부유층-사회지도층의 병역 기피가 미국인의 시민의식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반성이 나오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래도, 어쨌든 ‘내가 결정했다’는 자존심 덕분인지 미군의 사기는 높은 편이고 ‘어처구니없는’ 군 관련 사고도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예전에 어느 자료를 보니 이런 게 있었다. ‘미군 군견 한 마리한테 지급되는 월급(군견 관리에 배정되는 금액)이 한국 정규군 월급보다 훨씬 많다’는 자료였다. 이런 처우에다, 겉으로는 국민개병제이지만 실제로 군대에 가는 것은 가난하고 ‘빽’ 없는 사람들뿐이라 ‘빈민개병제’라는 비아냥거림이 나논다. 이런 상황에서 군에서 잦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고, 군기가 엄정하길 바라는 것은 군대 바깥 사람들의 지나친 희망사항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6.25 이후 처음’이라는 충격적인 공격을 당하고 남한 사람들이 우왕좌왕 하는 지금의 위기야말로 장기적 전망을 갖고 한국군의 시스템을 점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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