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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 변호사의 만화 법률]허니버터칩 끼워팔기, 불공정거래 맞나?

불공정거래 판단 기준은 소비자에 이익이 돌아가는지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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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08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2014.12.11 08:58:14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최근에 허니버터칩이라는 과자가 인기입니다. 필자도 아내의 독촉에 허니버터칩을 구하러 여러 차례 편의점에 가 보았지만, 결국 구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매장에서는 허니버터칩을 다른 회사의 감자 칩인 포카칩과 묶음으로 파는 경우도 있었고, 맥주와 묶어서 같이 파는 신종 판매기법도 등장했습니다. ‘인질 마케팅’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졌습니다.

결국 공정거래 위원회에서는 일부 매장에서 다른 제품과 묶음 포장으로 판매되고 있는 허니버터칩 대해서 의혹조사를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문제 삼고 있는 것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3조의 불공정 거래 행위의 유형 중 ‘끼워 팔기’라는 것입니다.

공정거래법에 규정된 정의상으로는 ‘거래상대방에 대하여 자기의 상품 또는 용역을 공급하면서 정상적인 거래관행에 비추어 부당하게 다른 상품 또는 용역을 자기 또는 자기가 지정하는 사업자로부터 구입하도록 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쉽게 풀어 쓰면, 어떤 제품(특히 인기가 있는 제품)을 구입하려면 반드시 다른 제품과 함께 구입하도록 하는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이 끼워 팔기를 법으로 규제하는 이유는 허니버터칩을 사려면 다른 물건까지 같이 사야한다는 부분인데, 결국 소비자의 자유의사를 억압한다는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끼워 팔기로 규제된 사례들을 살펴보면,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우즈를 구입하려면 반드시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구입해야 하는 것이나 장례식장을 운영하면서, 부대물품이나 부대 서비스의 이용을 강제하는 행위를 그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그러면 모든 끼워 팔기가 법으로 규제받는 것일까요? 우리는 흔히 마트에서 같은 회사의 여러 종류의 과자를 혼합한 묶음 판매나 ‘원프러스 원’ 같은 할인 행사를 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끼워 팔기’는 공공연히 행해져온 일입니다. 원하지 않는 제품까지 사야한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과자 여러 개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 이용하는 소비자가 많습니다. 이 행사상품 판매도 모두 공정거래법에서 규제하는 ‘끼워 팔기’에 해당해서 처벌해야 하는 것일까요?

단순히 과자 여러 개를 묶음으로 파는 행위는, 그 묶음 상품 안에 있는 과자를 개별적으로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습니다. 또 묶어 파는 대신 가격 할인이 된다면 소비자에게 유리한 행위이므로 규제하기 어렵습니다.


‘인질 마케팅’ 신조어까지 등장

공정거래법 위반의 중요한 판단 기준중의 하나는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는지 여부입니다. 할인 마트에서 행사하는 원프러스 원이나 투 프러스 원 행사는 기본적으로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는 행위입니다. 일반적으로 마트에서 샴푸와 린스 같이 함께 많이 쓰이는 제품을 묶어 팔거나, 끼워 팔면서 가격을 할인해주는 등의 마케팅 행위는 결국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는 행위입니다. 그래서 공정거래법상 끼워 팔기로 규제할 수는 없습니다.

이번 허니버터칩 사태에 대해서 제조회사 측에서는 “우리는 제조업체에 불과하기 때문에 유통업체의 가격 책정이나 마케팅에 관여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끼워 팔기를 하고 있는 편의점의 본사에서도 “가맹점주의 판촉행위를 제재할 근거는 찾기 어렵다”고 합니다. 제조업체나 편의점의 본사가 정상적으로 허니버터칩을 공급했을 뿐, 자신의 의지로 마케팅 방식 등에 관여하지 않았다면, 제재하기는 어렵습니다. 반면에, 거래 강제 등을 했다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처벌 가능합니다.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은 거래강제 등 사업자의 직접적 불공정행위를 금지할 뿐 아니라, “계열회사 또는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행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제조회사 측이 소매점 측에 다른 제품을 묶어서 팔도록 압력을 행사했거나 끼워 팔기를 유도한 정황이 밝혀질 경우, 제조 회사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처벌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정황이 없다면, 제조회사나 편의점 본사를 처벌하기는 어렵습니다. 아직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을 기다려야 하겠지만, 만약에 판매점의 끼워 팔기가 불법으로 판명된다면, 원칙적으로 직접 끼워 팔기를 한 편의점 가맹점주 등이 처벌됩니다.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정리 = 신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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