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건축계의 산증인인 김광현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가 현대 건축계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밝혔다.
29일 서울 중구 을지로 페럼타워 3층 페럼홀에서는 ‘건축 이전의 건축, 공동성’ 출간기념 강연 및 좌담회가 열렸다. 이 책은 인간과 사회에 공통으로 내재돼 있는 건축적 감각을 ‘공동성’이라고 칭하고 이에 대해 짚어보는 내용으로, 김 교수가 집필했다.
공간서가가 주최한 이날 자리에는 저자 김광현 교수를 비롯, 양진석 와이그룹 대표, 우동선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교수, 황두진 건축사사무소 대표 등이 참석했다. 1부엔 ‘건축 이전의 건축, 공동성’을 주제로 김 교수의 강연이 진행됐고, 2부에는 ‘사회와 인간에 지속하는 건축의 가치’를 주제로 김 교수와 양 대표, 우 교수, 황 대표가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진행된 강연에서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건축은 현재 폐쇄적이고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 모든 것은 ‘공동성’을 배제했기 때문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공동성은 문화와 시대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고, 바라는 공통된 감각과 가치를 뜻한다”며 “모든 분야가 이 공동성을 가지고 있겠지만 그 중 이를 가장 잘 드러내는 게 건축이라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고 책에 대해 소개했다.
이어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이기도 한 한국 건축계의 현실에 대한 냉철한 지적이 이어졌다. 김 교수는 “건축은 그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고 원하는 형태로 가야 하는데, 현 시대에서 건축은 훌륭하고 아름다운 작품을 만드는 고상한 분야로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있다. 건축가만이 좋은 건축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잡혀 있다”고 문제점을 짚었다.
김 교수가 생각하는 이에 대한 해결점의 시작은 좋은 건축에 대한 편협된 시선을 바꾸는 것이다. 그는 “꼭 비싼 돈을 들이고 웅장하고 거대하게 짓는 것만이 좋은 건축이 아니다. 정기영 선생의 무주 공설운동장 프로젝트는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았어도 지어진 동기 자체가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힘이 있었다. 바로 인간 그리고 사회가 원하는 점을 제대로 짚었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가장 훌륭한 한국의 공공건축물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이어진 좌담회 시간에도 건축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양 대표, 우 교수, 황 대표는 김 교수가 앞서 언급한 건축계의 문제점에 공감하며 “건축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 적절하게 화두를 던진 책이다. 단순한 이론 서적이 아니라 현 건축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지침을 짚어주는 실천서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함께 좌담회에 자리한 김 교수는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면서 “사람은 건축 속에서 살아간다. 그만큼 건축은 사람의 삶과 긴밀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일반 사람들 또한 건축을 잘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본다. 어떤 삶이 진정한 삶인지 알 수 있도록 건축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건축이 지닌 힘에 대한 생각을 말했다.
마지막으로 “나는 인간 모두가 건축가라고 생각한다. 건축 공부를 하지 않았더라도 사람들은 여행을 가면 현지 건축물을 보고 즐길 줄 안다. 이처럼 모든 사람이 다 매력을 느끼고 가질 수 있는 게 건축의 가장 큰 장점이자 근거라고 본다”며 “그 근거를 철학적으로 어렵게 이해하는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알기 쉽게 접근해야 많은 이야기를 풀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도 이와 관련된 작업을 해나갈 것”이라고 계획을 전했다.
김 교수가 말하는 건축에 관한 솔직한 이야기는 공간서가가 발행한 책 ‘건축 이전의 건축, 공동성’에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