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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 변호사의 만화 법률]간통죄 폐지로 이혼 어려워진다고? 그럴 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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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21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2015.03.12 09:13:24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얼마 전 간통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 각종 뉴스와 신문기사는 간통죄 폐지가 향후 미치는 전망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로 채워졌습니다. 필자도 본의 아니게 여러 곳에서 문의를 받고 인터뷰를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희 법률가들은 간통죄 위헌결정이 언젠가는 나올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었습니다. 필자가 처음 법조(法曹)에 입문했을 때만해도, 간통죄로 구속수사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죄질이 특별히 나쁜 경우가 아니라면 간통죄는 불구속 수사를 했고, 대개의 경우 집행유예 판결을 받곤 했습니다. 간통죄를 구속수사 했다는 이야기는 선배들에게서 들은 경험담이 전부였습니다.

필자가 이번 위헌결정에 대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간통죄가 폐지되었으니 이혼소송이 어려워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민법 제840조 제1호에 규정된 이혼사유인 ‘부정행위’는 형법상 간통죄의 범위보다는 폭넓게 인정됩니다. 실제로 간통죄로 고소를 했는데 무혐의 결정이 나왔지만, 이혼소송에서는 부정행위로 인정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우리 판례는 “민법 제840조 제1호 소정의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라 함은 간통을 포함하여 보다 넓은 개념으로서 간통에까지는 이르지 아니하나 부부의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는 일체의 부정한 행위가 이에 포함되고, 부정한 행위인지 여부는 각 구체적 사안에 따라 그 정도와 상황을 참작하여 평가하여야 한다(대법원 1992. 11. 10. 선고 92므68 판결 등)”고 해서 부정행위를 간통보다 넓게 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배우자가 ‘당신 사랑해’, ‘여보 잘 자요’, ‘헤어진 지 이틀 됐는데 보고 싶어 혼났네’ 등 다른 이성과 은밀한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경우 간통으로 인정될 수는 없지만, 이혼 사유로는 인정된 경우도 있습니다.

▲2월 26일 헌법재판소가 간통죄 처벌을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사진은 서울시내에 밀집한 변호사 사무실들. 사진 = 연합뉴스


간통의 증거를 잡으려면 성관계의 증거까지 확보해야 했지만, 부정행위의 증명에는 이런 제한이 없었습니다. 간통죄가 폐지된다고 해서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증명하는 것이 어려워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예전처럼 간통현장을 잡기 위해서 경찰관과 함께 여관을 덮친다든지 하는 방식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불륜을 증명하려는 시도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혼소송이 유책주의로 바뀌는 계기될 듯

필자는 이번 간통 위헌결정이 기존의 ‘유책주의’가 ‘파탄주의’로 바뀌는 시발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법원은 이혼에 대하여 유책주의를 취하고 있는데, 유책(有責)주의는 법원이 결혼생활 파탄에 원인을 제공한 배우자가 낸 이혼청구는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뜻합니다. 반면 파탄(破綻)주의는 결혼생활 자체가 이미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난 경우라면 누구 잘못이 큰지를 따지지 않고 이혼을 허가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유책주의는 과거에 남녀관계가 상대적으로 불평등했던 시절에 남편이 부인을 일방적으로 축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법원이 이혼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해서 부부가 다시 결합해 제대로 된 결혼생활을 이어나가기는 어렵습니다. 사실상 결혼생활이 깨진 상태라면, 법률로 두 사람을 묶어 놓기보다 다른 길을 열어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2014년 서울가정법원은 이혼소송 당사자 간의 갈등심화를 방지하기 위해 이혼소장의 청구원인을 객관식으로 표기하자는 ‘새로운 가사소장 모델’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가정법원이 제도도입의 이유로 내세운 것은 이혼소장에 상대방에 대한 비방내용이 너무 많이 들어 있어 갈등을 더욱 조장한다는 이유였습니다.

당시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는 즉각 반대 성명을 냈습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서울가정법원이 이혼소송에서 상호비방이 많은 이유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혼소송이 상호비방으로 얼룩지는 이유는 주·객관식과 같은 형식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민법이 상대방 배우자에게 귀책사유가 있어야 이혼이 인정되는 ‘유책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근본적인 ‘유책주의’를 해결하지 않고 단지 소장을 객관식으로 바꾸는 것은 고식지계(姑息之計)에 불과하다”라면서 “오히려 재판장이 당사자나 변호사에게 상대방을 자극하는 주장이나 증거의 제출을 자제하도록 소송지휘를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고 논평했습니다.

객관식 소장이 실제로 효용이 없다 보니 이를 사용하는 변호사는 없는 상태입니다. 만약 대법원이 이혼에 대해 파탄주의 입장을 취한다면, 객관식 소장은 행정업무 경감을 위해서 한번 도입해볼 만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필자는 위의 객관식 소장 논쟁을 보면서 가정법원도 향후 파탄주의 시대를 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법원도 유책주의와 관련해서 공개변론을 열 수도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대법원의 태도변화가 주목되는 시점입니다.

(정리 =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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