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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화 골프 세상만사]호환보다 무서운 골프치며 대작 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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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26호 김재화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장⁄ 2015.04.16 09:06:39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재화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장(언론학박사)) 이제야 정확히 알았다. 필자가 이 나라 총리나 장관 그것도 아니면 도지사 나부랭이 정도를 못하고 있는 확실한 이유를.

필자와 아들은 졸병으로 군복무를 마쳤다. 아이의 학교나 부동산 단타 차익을 노려 위장전입이라는 것도 해보지 못했다. 집이라곤 코딱지만 한 아파트 한 채다. 다운계약서라는 게 뭔지도 모른다. 논문은 또 어떤가. 나이 들어서도 눈에 쌍심지 켜고 빡세게 공부한 결과 박사가 된 것이지, 복사 가게에서 20원짜리 카피한 글로 학위를 딴 게 아니다.

주위에서는 가끔씩 이처럼 ‘깨끗한 인물(!)’인 필자가 여태 고관대작이 되지 못하고 하릴없이 나이만 먹고 있는 걸 안타까워해준다. 필자도 그 점이 억울했던 차에, ‘홍준표 골프 사건’을 통해 확실히 깨달았다.

필자는 평일에도 골프를 팡팡 쳐댄다. 날씨 좋은 시즌 때는 일주일에 두세 차례 필드에 나가서 그 불온한, ‘운동 축에 끼지도 못하는’ 골프를 열심히 해댄다.

누군가 총리나 장관이 되면 달라질 것 아니냐고 필자를 응원해줄 수도 있다. 그런데 사람 버릇이 어디 가던가! 아마도 필자는 고관대작이 되는 순간 오히려 그 지위를 이용해 골프장으로 달려가 큰 소리 빵빵 치며 좋은 시간 부킹 달라고 떼를 쓰고, 대폭 할인이나 심지어는 공짜로 치자는 깡패 노릇을 할 것이 뻔하다.

고위직 인물 천거를 하는 사람이라면, 필자의 이런 속성을 뻔히 알고 있어서 매번 인사 때 자동으로 제외하거나 아니면 아예 파일을 만들지도 않을 것이다. 설사 필자가 대통령이라도 국정을 팽개치고 일과시간이고 뭐고 가리지 않고 ‘사치행위, 유흥행위, 낭비행위, 혐오행위, 부정행위, 매국행위’인 골프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사람을 어떻게 신뢰하겠는가 말이다.

10여 년 전, 막강한 영의정 자리를 골프와 맞바꾼 사람이 있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의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3.1절에 유관순 누님을 추모하지도 않고(속으론 했을지 모르지만) 골프장에서 샷을 날렸다. 민족혼이 깃든 신성한 국가기념일에 불량한 운동인 골프를 하느냐고 언론이 뭇매를 가하자, 이 전 총리는 ‘골프가 제일 무섭다’면서 그 높은 자리에서 스스로 내려왔다.

골프냐 고관대작이냐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한국인데…

제 아무리 귀신을 잡는다는 해병대 출신 고위층일지라도 만약 직무와 관계없이 평일 골프를 쳤다면 바로 날아갈 것이다. 그러니 우리나라에서는 골프가 귀신이나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것 아니냐는 거다. 그동안 여러 높은 사람들이 골프를 하다가 그 직에서 물러났거나 더 오르지 못했고, 군인의 경우 별들이 우수수 떨어진 것이 부지기수였다.

‘학교는 밥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다’라는 소크라테스 이후 최고의 명언을 남긴 홍준표 경남지사가 골프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우리가 눈치 채기로는 그도 대권을 노린다고 하는데, 여론의 동향에 얼마나 민감하겠는가 말이다. 이번의 골프 사건이 잦아들지 않는다면 그는 청와대는커녕 다른 일에 이력서를 내밀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홍 지사 문제는 단지 미국서 골프 1회를 했다는 것에 있지 않다. 미국에 갔을 때 한인 사업가들과 금요일 오후(우리는 저녁이 되어야 겨우 불금인데…)에 부부 동반 골프를 즐겼다는 사실이다. 그 사실보다 더한 문제는 그가 과거 국회의원으로서 여당 원내대표 시절, 힘없는 야당 의원들이 ‘찌질’ 하게도 미국도 아닌 태국에 골프 치러 가자, ‘니들 매국노 아니냐!’며 매섭게 몰아 부친 전력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랄 수도 있다. 그러나 비난 여론이 종기처럼 커지고 있는데다 그림이 영 아닌 것 같다. 또한 29만 원 밖에 없다는 전 모 씨가 골프를 팡팡 쳐대도 아무 말 없더니,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여러 사람들과 골프를 한 것에 대해서는 ‘그게 어디 서민이냐!’고 심하게 비난한 적도 있다.

좌우간 우리나라에서 골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이렇다. 그러하니 필자가 그러한 것처럼 고관대작 자리를 포기하고 골프를 하던가, 지탄을 받는 그 몹쓸 골프를 관두고 큰 벼슬을 차지하든지 선택해야 할 것이다.

(정리 = 이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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