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편으로 인기를 끌었던 ‘삼시세끼’ 정선편이 15일 2탄 컴백 소식을 알리며 화제가 됐다. 이서진, 택연 등 고정패널이 한적한 시골에 손님을 초대하고 삼시세끼를 함께 지어먹는 소박한 이야기는 감동을 주며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TV 속에서는 오손도손 함께 식사를 지어 먹지만 가족 사이에서는 이런 풍경이 드물어지는 시대다.
뮤지컬 ‘꽃순이를 아시나요’의 이동준 연출은 “요즘 시대는 살기 좋아졌지만 함께 밥 한 번 먹기도, 얼굴 보기도 힘든 것 같다. 과거 보릿고개 시절, 힘들었지만 오순도순 모여 앉아 함께 밥을 먹으며 가족과 정을 나누던 시대와는 많이 다른 것 같다”며 “사소한 데서 행복을 느꼈던 과거 그 시절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현재 이화여고 백주년기념관 무대에 올려진 뮤지컬 ‘꽃순이를 아시나요’는 1970년대를 배경으로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서울로 상경해 식모살이를 하는 19살 소녀 ‘꽃순이’와 그녀의 첫사랑이자 고향 오빠인 ‘춘호’의 20대부터 60대 시절까지의 사랑, 꿈, 고난, 행복 등을 그린다. 식모살이, 재봉공장, 월남전, 새마을운동 등 과거 한국 사회에 있었던 굵직한 일들이 함께 펼쳐진다.
지난해 말 초연됐는데, 올해 음악적 요소와 드라마를 보강하고 다시 재연으로 돌아왔다. 이 연출은 “중장년층 부모들을 위하는 공연으로 더 다듬자고 생각했다. 많은 콘텐츠가 젊은 층 위주로 생산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중년 이후 세대를 배려한 콘텐츠 개발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세대 간의 공감을 살리기 위해 사용된 것이 음악이다. 가수 김국환, 이미자, 김추자, 신중현, 이장희, 김정호, 심수봉, 조용필, 이용, 이문세, 이선희 등의 노래 30여 곡이 등장한다. 음악 요소를 살리고자 가수 권인하, 도원경을 캐스팅했다. 또한 무대에 등장하는 배우들은 첼로, 기타, 콘트라베이스 등을 직접 연주한다. 주로 1970년대 히트곡이 무대를 채우지만 젊은 세대에게도 익숙하다는 점이 특이하다.
그는 “젊은 세대가 중장년층의 이야기를 이해하도록 음악을 사용했다. 요새 ‘나는 가수다’ ‘불후의 명곡’ 등의 TV 프로그램에서 오래 전 히트곡을 젊은 가수들이 재해석해 부른다. 따라서 이질감 없이 자연스레 공연을 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연출은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의 이야기이기에 더욱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이 공연 시장을 점령하고 있지만, 우리 이야기를 다루는 창작극이야말로 진정한 감동과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와 미래의 우리를 존재하게 해준, 우리의 누이, 언니, 어머니의 이야기다. 우리의 큰누이, 형, 동생, 어머니, 아버지가 지난 50여 년 동안 잠 안 자고, 쉬지 못하고 가족을 위해 일해 온 그 순간들이 없었다면, 우리의 지금 이 순간은 없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지금 우리의 관객은 무대의 순정에 굶주려 있다고 느꼈다. 이미 알려진 대중가요를 바탕으로, 스토리가 녹아든 창작 뮤지컬이 이 갈증을 채워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올해 들어 영화 ‘세시봉’ ‘강남’, 무한도전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등을 통해 복고풍 바람이 불었지만 그 인기에 편승한 건 아니다. 이 연출은 “이 작품을 기획한 지 5년이 넘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추억하는 과거의 시간과 행복 이야기를 그리려 했고, 그 점을 조금이나마 느꼈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꽃순이를 아시나요’를 수정, 보완해 계속해서 선보이며 싶다”며 “우리 이야기를 우리의 뮤지컬로 새롭게 키워가는 작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바람과 포부 또한 전했다. 뮤지컬 ‘꽃순이를 아시나요’는 25일까지 이화여고 백주년기념관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