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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에 이어 무연사까지 이어지는 세상의 목소리를 듣다

아트선재센터, 조현아 작가 개인전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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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 2017.04.28 17:24:11

▲조현아, '텐 보이스 텐 타임즈(Ten Voices Ten Times)'. 2016~17.

쓸쓸하게 혼자 맞는 죽음. 거기에 시신을 거둬줄 사람 하나 없다면? 섬뜩한 이 이야기가 점점 더 흔해지는 현실이다.


아트선재센터(관장 김선정)가 5월 21일까지 조현아의 개인전 '누군가의 목소리가요, 듣고 싶어집니다. 라디오만이 제 친구입니다'를 3층 전시장에서 연다. 이번 전시는 고독사(孤獨死)를 넘어 무연사(無緣死: 고독사 중 시신을 인수할 사람이 없는 상태)까지 이어지는 현실의 이야기를 듣는다.


무연사회는 2010년 일본 공영방송 NHK의 '무연사회 프로젝트 팀'이 기획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일본 사회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사회적 현상이다. 독신 가정의 증가, 청년 실직, 저출산, 고령화 등으로 점철되는 현대 사회에서 점차 인간관계가 약해지면서 무연사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본 전시명 또한 NHK 취재팀이 만난 어떤 남성의 이야기에서 비롯됐다. 그는 도쿄 한 가운데 신주쿠에 있는 공원 벤치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요, 듣고 싶어집니다"라고 중얼거리며 배낭에서 라디오를 꺼내 "라디오만이 제 친구입니다"라고 말했다.


조현아는 지난 한 해 동안 한국과 일본의 무연사회 안에서 고독사를 대면하고 있는 누군가의 삶의 족적을 쫓아왔다. 그 리서치의 첫 번째 결과로서 지난해 10월 한 달 동안 황학동에 위치한 케이크갤러리에서 개인전 '누군가의 목소리가요, 듣고 싶어집니다'를 열었다. 올해 전시명에는 '라디오만이 제 친구입니다'라는 문장을 첨가해 무연사회에 관한 프로젝트 여정을 완성한다.


▲조현아, '더 송스 오브 파인 그라벨(The Songs of Fine Gravel)'. 2016.

이번 작업을 위해 조현아는 한국과 일본에서 무연사를 독대하는 사람들 10인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텍스트화 했다. 그리고 한국인은 일본인의 이야기를, 일본인은 한국인의 이야기를 서로 교차 낭독하게 했다. 이 목소리들은 전시장에 놓인 책걸상에 설치된 10개의 라디오로 각각 송출돼 동시다발적으로 울리며 섞인다.


하지만 일단 관객이 착석을 하게 되면, 일제히 울리던 라디오는 침묵하고, 오로지 관객이 앉아 있는 책상에 놓인 라디오에서만 하나의 목소리가 울리게 된다. 아트선재센터 측은 "관객은 모든 라디오가 동시에 공명되는 것과 하나의 라디오만 소리가 집중되는 것, 모두를 경험할 수 있다"며 "고독한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는 태도의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한국과 일본에서 무연사에 관한 오랜 리서치와 인터뷰, 내레이션을 토대로 한 '10 보이스 10 타임즈'와 '더 송 포(The Song for) O'를 선보인다. 그리고 작가의 '중간자'적 입장과 사유를 담은 두 개의 영상 작품 '더 송스 오브 파인 그라벨(The Songs of Fine Gravel)'과 '더 피씽 매치(The Pissing Match)'를 소개한다.


또한 35mm 슬라이드 프로젝트 작업 '지오토즈 블루(Giotto's Blue)'와 '홀, 홀, 홀(Hole, Whole, Hall)'과 9점의 사진 및 드로잉을 공개한다. '지오토즈 블루'와 '홀, 홀, 홀'은 이번에 첫선을 보이는 작품으로, 보다 정교하고도 직접적인 이미지들로 구성됐다.


한편 이번 전시와 연계해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아티스트 토크가 5월 13일 아트선재센터 패럴랙스 한옥에서 민승기(철학자), 방혜진(평론가), 윤민화(독립 큐레이터)와 함께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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