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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앵그리 ③ 볼거리] ‘아재개그’ 빙그레우스부터 하늘길 넘은 해외 공연까지

빙그레·LG아트센터·CGV, 콘텐츠 소비 수요 맞춘 아이템들 내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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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85호 김금영⁄ 2020.10.07 09:35:17

‘코로나 블루’를 넘어선 ‘코로나 앵그리’ 시대다. 감소 추세를 보였던 코로나19 확진자가 재확산, 장기화되면서 사회·경제 활동에 타격을 입은 사람들이 이로 인한 우울감과 무기력증에서 더 나아가 분노를 터뜨리고 있는 것.

서울대 보건대학원 ‘코로나19 기획 연구단’이 ‘코로나19와 사회적 건강’을 주제로 8월 25~28일 전국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47.5%가 코로나19 뉴스를 접할 때 느끼는 감정으로 ‘불안’을 꼽았고, ‘분노’가 25.3%로 뒤를 이었다. 특히 ‘분노’는 8월 초 응답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아 이로 인한 분노로 시비, 폭력 사태가 불거지는 일도 비일비재한 상황이다.

이런 코로나 앵그리를 해소하기 위한 업계의 마케팅이 눈길을 끈다. 매운 음식이 불티나게 팔리고, 집에서 마음을 정화하며 즐길 수 있는 놀거리와 볼거리까지, 스트레스 해소를 겨냥한 제품 및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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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로 분노 달래는 빙그레우스의 미니 공연

 

한산한 극장가 풍경. 사진 = CGV

문화생활이 막혔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영화관, 미술관, 갤러리 등이 문을 닫아야 하는 나날들이 계속됐다. 코로나19 사태가 조금 진정세로 들어서며 재개관 움직임도 보이고 있지만, 혹여 다시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닥칠지 미래를 확신할 수 없어 답답하다. 예전처럼 자유롭고 편안하게 문화생활을 누리기엔 다소 어려운 상황이다.

영화, 전시 등 문화생활 콘텐츠 수요에 대한 욕구가 막히면서 답답함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정기적으로 영화관, 갤러리를 찾는 것이 취미였던 30대 강은주 씨는 “새로 나오는 영화, 전시를 보는 게 큰 힐링이었는데 그것이 송두리째 사라져진 기분이라 무기력하고 짜증도 많이 난다”며 “기다렸던 전시가 취소되고 영화 개봉이 미뤄지는 상황도 맞으면서 지칠 대로 지쳤다. 식상하고 볼 게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휴관에 들어갔다가 9월 29일부터 재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 사진 = 연합뉴스

볼거리에 대한 사람들의 수요는 수치로 드러나기도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영화관이 개관했을 당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코로나19로 문화계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400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세로 활발한 분위기는 다시 침체기에 들어갔다.

이 가운데 사람들의 볼거리에 대한 수요를 맞추기 위한 콘텐츠들이 생성되고 있다. 집에서 볼 수 있는 온라인 콘텐츠를 비롯해 하늘길이 막혀 갈 수 없는 해외 전시와 공연에 대해서도 다루는 등 다양한 형태로 볼거리들이 전개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분노를 잠재우는 유머 코드.

 

‘빙그레 메이커를 위해’는 노잼으로 재판에 회부된 빙그레우스의 이야기를 다룬다. 사진 = 빙그레 공식 유튜브 영상 화면 캡처

한 예로 빙그레는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이하 빙그레우스)의 미니 공연을 8월 말 공개했다. 빙그레우스는 빙그레가 SNS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고자 만든 캐릭터다. 빙그레 나라의 왕위계승자로, 아버지로부터 왕명이 적힌 편지 한 통을 받고 SNS 운영을 맡았다는 세계관을 지녔다. 그런 빙그레우스가 노래를 부르며 뮤지컬 스타로 변신한 것.

‘빙그레 메이커를 위해’라는 제목으로 제작된 영상의 주요 테마는 ‘재미’다. 평소 아재개그를 즐겨 하던 빙그레우스가 회의에서 썰렁한 농담을 하다가 재판에 회부된다. 빙그레우스는 ‘노잼’으로 3개월 농담 금지형을 선고받는 상황에서도 “너무하시오! 난 배추하겠소”라고 농담을 해 형이 6개월로 늘어나는 웃픈 상황을 맞는다. 하지만 빙그레우스는 웅장한 분위기 속 뜬금포로 노래를 시작하며 “한 번이라도 그댈 웃게 하기 위해”라며 웃음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을 다짐한다. 이 분위기에 동화된 사람들은 세상에 웃음을 전파하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며 노래하고 ‘삭막한 세상 속 웃음을 만드는 자’를 ‘빙그레 메이커’라 칭한다.

 

빙그레우스 영상은 삭막한 세상 속 웃음을 찾겠다는 주제를 재미있게 구성해 호평받았다. 사진 = 빙그레 공식 유튜브 영상 화면 캡처

이 영상은 공개된 지 한 달여가 지난 현 시점에서 조회수 650만 뷰를 돌파하며 꾸준히 관심 받고 있다. 인기의 이유는 쓸데없는(?) 고퀄리티에 있다. 3분여의 짧은 영상에서도 음악과 노래가 잘 어우러지면서 한편의 짧은 뮤지컬 공연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꽃게랑(윤아영 성우), 바나나맛우유(정소리 배우), 빙그레우스(김성철 배우), 왕(성완경 성우), 투게더리고리경/비비빅(손수호 성우) 역할로 전문 성우와 배우가 활약하기도 했다. 영상엔 “이게 얼마나 잘 만들었냐면…진짜 뮤지컬 원곡이 있는 줄 알고 3시간 동안 찾아다녔다” “애니와 스토리텔링을 접목해서 광고라기보다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다”는 댓글들도 달렸다.

또 코로나19 장기화로 웃을 일이 점차 사라지는 시대에 위로와 재미를 줬다는 평도 받았다. 빙그레우스는 영상 말미 “웃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한결 나아질 때가 있소”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매 순간 재밌지는 않아도 웃음을 위해 도전하는 마음, 그 마음이 세상에 가득했으면 한다”고 강조한다. 이에 “웃음이 사라지는 사회에 지쳐 가는데 영상 보고 뿜었다” “무슨 광고가 웃음과 감동도 있고 스토리도 있어 계속 보게 만드네” 등의 댓글이 달리며 재미로 분노를 달랬다는 반응들이 나왔다.

LG아트센터·CGV, 하늘길 넘는 해외 공연·전시 콘텐츠

 

LG아트센터 디지털 스테이지 ‘컴온’의 두 번째 시즌에서 선보인 스페인 국립 무용단의 '카르멘' 공연 장면. 사진 = LG아트센터

LG아트센터와 CGV는 하늘길이 막힌 상황에서 해외 공연, 전시 콘텐츠를 국내로 끌어들여 눈길을 끌었다. 먼저 LG아트센터는 코로나19로 공연장을 찾지 못하는 관객에게 세계 공연 콘텐츠를 온라인에서 무료 제공하는 디지털 스테이지 ‘컴온’의 두 번째 시즌을 9월 진행했다.

앞서 5월 진행된 첫 번째 시즌은 9편으로 구성된 바 있다. 첫 시즌은 두 달 동안 전체 조회수 약 30만 뷰를 기록했으며, 약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만족도 조사에서 응답자의 99%가 주변에 ‘컴온’ 관람을 추천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이런 ‘컴온’ 시즌1의 성공에 힘입어 진행된 시즌2는 LG아트센터 무대에 올랐던 기획 공연에 새로운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포함시켰고 서커스, 연극, 다큐멘터리 필름 등 시즌 1보다 장르를 다양화했다. 특히 해외 공연 무료 관람 시간을 24시간에서 48시간으로 늘려 눈길을 끌었다.

 

영국 현대무용단 ‘램버트’와 벨기에 안무가 겸 영화감독 빔 반데키부스의 실시간 유료 온라인 공연이 LG아트센터를 통해 전개됐다. 사진 = LG아트센터

해외 공연 콘텐츠 확장은 9월 말에도 이어졌다. 영국 현대무용단 ‘램버트’와 벨기에 안무가 겸 영화감독 빔 반데키부스의 실시간 유료 온라인 공연을 진행한 것. 기존 온라인 공연들이 미리 촬영된 영상을 송출하는 녹화 중계 방식이었다면 신작 ‘내면으로부터’는 실시간으로 관람하는 ‘라이브 스트림’ 공연으로 전개됐다. 램버트 무용수 20명이 런던 사우스 뱅크에 위치한 램버 스튜디오 빌딩의 화물반 입구부터 루프 탑까지 빌딩 전체를 배경으로 춤을 췄고, 이 장면이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으로 노출되며 세계 여러 곳의 관객들과 만났다.

이 공연을 위해 한국 LG아트센터를 비롯해 영국, 스위스, 칠레 등 세계 9개의 극장이 참여했다. 시차가 다른 세계 각국의 관객들을 위해 한국, 유럽, 남미 지역의 저녁 세간에 맞춰 세 차례 공연이 펼쳐졌다. 관련해 램버트 예술감독 브누아 스완 푸퍼는 “매일매일 모든 것이 바뀌고 있다. 우리는 변화에 적응해야 하지만 예술 창작을 멈출 수는 없다”며 “이 작품은 관객들이 보는 같은 시간에 댄서들이 춤을 췄다. 녹화된 영상을 보는 것과 다르다. 관객들을 작품의 가장 깊숙한 중앙으로 데리고 왔다”고 실시간 공연 기획 배경을 밝혔다.

 

‘월간 뮤지컬’ 10월 개봉작인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포스터. 사진 = CGV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 극장에서도 해외 공연을 적극적으로 선보이는 움직임이 보인다. CJ CGV는 8월부터 해외 뮤지컬 실황을 극장에서 선보이는 ‘월간 뮤지컬’을 진행 중이다. 매월 첫째 주 및 셋째 주 수요일에 한 편씩 순차 개봉되며 9월 선보인 ‘남극 탐험가는 나를 좋아해’에 이어 10월 7일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을 개봉한다. CGV 측은 “지난 7월 선보인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가 큰 인기를 얻은 데 힘입어 매월 정기상영을 결정했다”며 “9월 ‘월간 클래식’도 선보이는 등 앞으로도 콘텐츠의 가치를 높이고, 극장에서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차별화된 ‘월간’ 시리즈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시 콘텐츠를 선호하는 이들을 위해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도 국내로 끌어들여왔다. CGV는 루브르 박물관 이곳저곳을 도슨트의 설명과 함께 둘러보며 다빈치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투어 다큐멘터리 ‘루브르 박물관 기획 특별전’을 9월 16일부터 CGV용산아이파크몰, 센텀시티, 광주터미널, 대구스타디움, 대전, 울산삼산, 제주노형 등을 비롯하여 전국 20개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전 세계 60여 개국에서 동시 개봉한 기획전이다.

 

‘루브르 박물관 기획 특별전’ 포스터. 사진 = CGV

루브르의 다양한 작품 중 특히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역작에 주목했다. 관객은 두 명의 도슨트를 따라 루브르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고, 그곳에서 다빈치의 작품들을 마주하게 된다. 다빈치가 그의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어떤 예술적 회화 기법을 다뤘는지 등을 다각도로 촬영된 화면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다빈치의 수작 ‘모나리자’를 시작으로 ‘라 벨 페로니에르’, ‘바위 산의 성모’, ‘마돈나와 꽃을 든 아기예수’ 등의 작품들을 다룬다.

CGV 측은 “해외여행은 꿈꾸기도 어려운 지금, 루브르 박물관 곳곳을 직접 둘러보며, 다빈치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루브르 기획전’을 준비했다”며 “대형 스크린에서 선명하게 펼쳐지는 다빈치의 작품들을 만나러 CGV 속 루브르에 방문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문화·취미 생활에 열정적인 관객들은 물론, 예술의 세계를 탐방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도 유익한 콘텐츠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아트가이드와 함께하는 시간 – 신의 도시 바티칸, 신의 예술가 미켈란젤로’ 포스터. 사진 = CGV

이밖에 CGV는 ‘아트가이드와 함께하는 시간 – 신의 도시 바티칸, 신의 예술가 미켈란젤로’ 강연도 피카디리(10월 9일), 대전터미널(10월 17일), 부산 센텀시티(10월 24일), 광주터미널(10월 31일)에서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카톨릭의 수도 바티칸이 보유한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인 바티칸 박물관, 그리고 성전 성 베드로 대성당을 채수한 아트가이드의 안내로 여행하며 서양 미술사의 흐름을 따라가는 강의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이 사태가 끝나길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에 사람들의 볼거리에 대한 욕구를 채워주기 위한 콘텐츠 개발과 마케팅이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이런 변화는 단순 올해의 특수 상황이 아니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공존하며 꾸준히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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