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0호 김금영⁄ 2020.12.15 14:04:30
미래를 이끌 주역인 청년에 주목하는 기업들의 지원이 다방면에서 전개되고 있다. 이 가운데 편의점이 청년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로 탈바꿈해 눈길을 끈다. BGF리테일이 진행하고 있는 ‘청년작가 응원 캠페인’ 2탄인 ‘우리동네 아트갤러리’ 현장을 찾아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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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문으로 신나게 달리는 사람들 그림…“어서오세요”
올림픽공원역에 도착하자 바로 보이는 편의점. 멀리서 볼 때는 다른 편의점과 별다른 점이 없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갈수록 뭔가 색달랐다. 편의점의 투명한 유리창엔 흔히 볼 수 있는 광고 이미지 대신, 편의점 입구 쪽으로 신나게 웃으며 달려가고 있는 사람들의 그림이 부착돼 있었다. 다른 유리창엔 드라이브를 즐기고 있는 동물 캐릭터의 그림이 보였다.
편의점 내부에서도 이 그림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림이 부착된 유리창 쪽엔 앉을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마련돼 간단한 음료, 식품을 즐기다보면 자연스럽게 그림으로 시선이 쏠렸다. 편의점 벽면에도 다양한 그림이 전시됐고, 점포 입구와 그림 하단엔 QR코드가 삽입돼 그림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편의점 안팎에 그림들이 가득해 즐거운 기운을 북돋았다.
이 그림들은 윤세영, 이요한 작가의 작품으로, 서울시 송파구에 위치한 CU올림픽공원점에 전시됐다. 편의점이 작은 미술관으로 바뀐 연유는 ‘우리동네 아트갤러리’ 프로젝트(이하 아트갤러리 프로젝트)에서 찾을 수 있다. 아트갤러리 프로젝트는 올해 초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이 시작한 ‘청년작가 응원 캠페인’(이하 응원 캠페인)의 2탄으로 기획돼 11월 말 첫선을 보였다. 앞서 1탄은 CU의 자체 파우치 음료 브랜드인 델라페 상품 패키지에 청년 작가의 작품을 입혀 전국 점포에 선보이는 방식으로 시작됐으며 내년 초까지 진행된다.
BGF리테일 측은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업계가 침체됐다. 특히 갤러리, 공연장 등이 폐관을 걱정할 만큼 문화예술계가 큰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청년작가는 더욱 설 자리가 좁아졌다”며 “청년작가에게 대중과 만날 수 있는 장을 제공하고, 고객에겐 문화생활에 대한 갈증을 해소시키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예술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온 사회적기업 ‘88후드’와 손잡고 응원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2탄은 기존의 상품 개발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편의점을 찾는 고객이 직접 작품을 접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형태로 확대됐다. 1탄과 2탄 모두 방식은 다를지라도 취지는 같다. 어려운 환경에 놓인 청년작가의 재능이 꽃필 수 있도록 돕는 것.
BGF리테일 측은 “응원 캠페인 1탄 이후 청년작가들로부터 오프라인에서 활동해야 자신과 작품을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는데, 코로나19 탓에 마땅한 전시 공간이 없어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후 이들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전시장으로 관심을 돌렸다. 마침 유휴 공간이 있는 편의점 점포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고, 점포 내외부를 청년작가에게 무료로 제공해 이들의 창작물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밝혔다.
아트갤러리 1호점은 CU올림픽공원점으로 윤세영, 이요한 작가가 참여했고, 2호점은 CU기장연화리바다점으로 상상주아, 염민아 작가가 손잡고 점포 곳곳을 작품으로 꾸몄다. 다소 허전해 보였던 공간이 청년작가들의 디자인을 입으며 변신하는 가운데 각각의 점포의 분위기나 입지, 타깃에 맞는 작품까지 고려해 특색 있는 아트갤러리가 탄생했다.
BGF리테일 측은 “올림픽공원점은 주택과 학원가가 있다 보니 학생들도 많이 오고,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은 특징이 있었다. 반면 연화리바다점은 휴양지에 위치하다보니 지친 마음을 힐링하러 와서 점포에 오래 머물다 가는 고객이 많았다”며 “이런 각각의 콘셉트에 맞춰 작품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올림픽공원점→기장연화리바다점…‘우리동네 아트갤러리’는 현재 진행형
일반 갤러리, 미술관과 비교해 고객의 접근성이 높은 편의점의 정체성도 고려했다. 작가의 기존 작품뿐 아니라 CU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새로 창작한 작품들도 전시된 것. CU올림픽공원점에서 윤세영 작가는 즉석원두커피 머신이 놓인 곳에 커피를 마시며 산책하는 사람을 그려 넣었고, 이요한 작가의 작품은 CU의 도시락과 샌드위치에 디자인돼 쇼케이스를 채우며 편의점을 예술의 빛깔로 물들이는 동시에 편의점과의 연관성을 살렸다.
작품 배치적인 측면에서도 편의점 공간의 특색을 고려했다. CU올림픽공원점은 점포 출입구를 향해 즐겁게 달려오는 고객의 활기찬 모습을 점포 전면 통유리에 디자인했고, CU기장연화리바다점은 고객이 동선에 따라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갤러리형으로 구성하는 등 각 점포의 특징을 살렸다.
BGF리테일 측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편의점이라는 특색을 살리면서 계단, 난간 등에 그림을 배치하는 것이었다”며 “특히 참여 작가들과 BGF리테일 디자인팀, 점포 시설팀이 작품만 돋보이는 것보다 그림과 공간을 융합시켜 고객이 가까이에서 작품을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하기 위해 오랜 기간 논의해 점포를 디자인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또 고려한 점이 친환경적 의도다. BGF리테일 측은 “고객에게 기존과 다른 색다른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평면적인 액자형 작품을 입체화해 표현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작품이 인테리어 요소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며 “이를 위해 아크릴판이나 종이 등을 활용해 그림이 바깥으로 튀어나온 듯한 입체 조형물을 제작했다. 예전엔 플라스틱 소재를 많이 사용했는데, 친환경적으로 만들기 위해 종이류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작가들의 작품을 보다 알리기 위한 이벤트도 진행한다. 우리동네 아트갤러리 2호점인 기장연화리바다점 오픈을 기념해 작품 인증샷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해시태그와 함께 업로드하면 작품이 담긴 마그넷 또는 헤이루 PB스낵을 증정한다.
일상 속 편의점 공간이 예술 공간으로 재탄생한 데에 고객과 참여 작가들의 피드백은 긍정적이다. BGF리테일 측은 “청년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홍보할 수 있고, 고객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 좋은 반응이 있었다”고 밝혔다.
전시에 참여한 상상주아 작가는 “일상생활에서 즐겨 찾는 편의점에서 사람들이 작품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편의점에서 특색 있는 전시를 기획한 점이 새로웠다”며 “다음에도 CU와 협업할 기회가 있다면 제품과 아트가 컬래버했을 때 미적인 부분 외에 소장하는 것에도 가치를 둔, 그래서 상품을 넘어 제2의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을 만들고 싶다. 예를 들어 페트병이 꽃병이 될 수도, 종이상자가 연필꽃이나 수납장이 될 수 있는 것처럼 이색적인 결과물을 선보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2탄까지 진행된 BGF리테일의 ‘청년작가 응원 캠페인’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BGF리테일 측은 “작가도 우리의 소중한 고객이다. CU와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88후드에 등록된 작가는 수천 명에 이른다. 이와 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CU에 애착을 가질 수도 있고, 우리의 좋은 홍보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CU가 작가를 지원하는 데 좋은 플랫폼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청년작가 응원 캠페인을 진행해 고객이 일상 속에서 문화와 예술을 즐길 수 있는 휴식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