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영⁄ 2024.04.12 09:23:33
케이옥션이 2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 본사에서 4월 경매를 연다고 12일 밝혔다. 130점, 약 148억 원어치 규모다.
이번 경매의 도록 표지는 이중섭의 작품 ‘시인 구상의 가족’이 차지했다. 이 작품은 1955년 이중섭이 시인 구상에게 준 이후 70년 만에 처음으로 경매에 출품되는 것으로, 국립현대미술관과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이중섭, 백년의 신화’ 전시를 통해 소개된 적 있다.
1955년, 이중섭은 서울의 미도파화랑과 대구의 미국공보원에서 개인전을 열며 이 전시의 성공을 통해 한국전쟁으로 헤어진 가족들과 재회를 꿈꿨으나, 작품 판매 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희망이 좌절된 뒤 절망 속에서 해당 작품을 제작했다.
이때 이중섭은 오랜 친구인 구상의 왜관 집에 머물러 있었는데, 구상이 자신의 아들과 자전거 타는 모습을 보고, 아들에게 약속한 자전거를 사주지 못한 부러움과 안타까운 심정을 담아 그 행복한 가족의 현장에 있던 자신의 모습을 화면 우측에 덩그러니 그려 넣었다. 구상에 따르면 자신이 아이들에게 세발자전거를 사다 주던 날의 모습을 이중섭이 스케치해 ‘가족사진’이라며 준 것이라 한다. 수없이 연필로 그은 선위에 유화물감으로 칠한 필력 그리고 가족을 향한 그리움과 안타까움 그리고 사랑이 담긴 이 작품은 추정가 별도문의나 경매는 14억 원에 시작할 예정이다.
이번 경매의 또 다른 대표작으로 김환기의 1973년 뉴욕 시대 점화 작품 ‘22-X-73 #325’, 1955년 작 ‘산’, 앙리 마티스의 아티스트북 ‘재즈(Jazz)’가 경매에 오른다. 특히 마티스의 재즈는 20점이 완전한 세트로 출품되는 일이 드물어 희소성이 높을 뿐 아니라 국내 경매에는 최초로 선보인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노년기 건강 악화로 대형 판화나 유화 작업을 할 수 없게 된 마티스는 침대 위에서 작업 가능한 가위, 풀 그리고 핀을 이용하여 20점의 작업을 완성하고, 이를 판화로 제작, 당시 즐겨 듣던 ‘재즈’를 제목으로 해 판화집을 출간한다. 더욱이 이 결과물을 판화로 제작하는 과정에서 작가가 의도한 색채의 소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스텐실’ 인쇄 기법을 사용했기에 역동하는 색채와 박진감이 넘치는 판화가 완성됐다는 설명이다.
해외 미술에서는 최근 해외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살보의 ‘11월(Novembre)’과 이사무 노구치의 ‘블랙 앤 블루(Black and Blue)’도 선보이는데, 이들 작가의 작품은 국내 경매에서 처음으로 출품된다.
그리고 변화와 불안이 공존하는 인간의 여린 감성을 아름다움으로 창조해낸 헤르난 바스의 ‘더 메이크-시프트 파운틴(The Make-Shift Fountain)’, 추상 미술이 가진 한계점에 대해 비판하며, 새로운 기하학적 추상 미술을 연구한 피터 할리의 ‘언차티드(Uncharted)’, 제임스 진의 ‘필(Peel)’도 출품된다. 이 밖에 김창열, 박서보, 이우환, 하종현의 작품 그리고 이건용, 이배, 남춘모, 최명영 등 국내 대표 작가들의 작품도 골고루 새 주인을 찾을 예정이다.
한국화 및 고미술 부문에는 추사 김정희의 ‘지점·루무(地占·樓無’), 호암 이병철의 ‘인재제일(人材第一)’ 같은 서예 작품, 운보 김기창의 ‘청록산수(靑綠山水)’, 청전 이상범의 ‘추경산수(秋景山水)’ 등 회화 작품 그리고 ‘백자청화운룡문병(白磁靑畵雲龍文甁)’, ‘백자호(白磁壺)’가 경매에 오른다.
경매 프리뷰는 13일부터 경매가 열리는 24일까지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관람할 수 있다. 프리뷰 기간 중 전시장은 무휴로 운영되고, 작품 관람은 예약없이 무료로 가능하다. 경매 참여를 원하는 경우 케이옥션 회원(무료)으로 가입한 후 서면이나 현장 응찰, 또는 전화나 온라인 라이브 응찰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또 경매가 열리는 24일 당일은 회원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경매 참관이 가능하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