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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무소불위 자본권력…‘무력이 법보다 위’

법보다 주먹이 앞선 김승연 회장, 사법체계 얼마나 우습게 알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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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6호 ⁄ 2007.07.03 09:33:06

김승연(55)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의혹 사건은 마치 한 편의 조폭영화를 보는 듯하다. ‘아들이 맞고 들어온 사실에 재벌 회장이 경호원을 이끌고 응징하는 활극’에서 대한민국의 사법체계는 헌신짝처럼 내던져졌다. 무엇보다 이 사건은 재벌로 대변되는 ‘자본권력이 한국 사회에서 그 어떤 권력보다 위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재벌 앞에서 피해자는 물론 경찰도 초동수사나 압수수색 등 수사과정에서도 무기력한 인상이다. 특히 새삼스럽게 ‘재벌의 수준’을 언급하거나 ‘가진 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감과 일방적인 비난은 뒤로 하더라도, 김 회장의 보복폭행 의혹 사건은 ‘법을 무시하고 자신의 힘으로 자력구제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비판받고 있다. 법보다 주먹이 앞선 10대 재벌,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그는 과연 대한민국의 법을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이런 행동을 했을까? ■ ‘북창동 S클럽 초토화 사건’의 재구성 ‘3월 8일 하룻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경찰이 피해자 6명의 진술을 토대로 공개한 김승연(55)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의혹 사건의 중간수사 결과를 살펴보면, 3월 8일 하룻동안 ‘청담동~상적동~북창동’으로 이어진 김 회장의 행적은 마치 한 편의 조폭영화를 보는 듯하다. 경찰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김 회장은 모든 폭행 현장에서 폭력을 행사하거나 폭력을 지시했고, 폭행을 당한 아들의 분을 풀어주려고 ‘너도 때려라’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김 회장은 폭력 가담과 폭력 지시를 부인하면서 “북창동에서 화해를 주선했을 뿐 다른 곳에는 가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 사건의 발단…청담동 가라오케에서 벌어진 몸싸움 김 회장의 차남 김 아무개(23)씨 일행 2명은 3월 8일 오전 7시께 서울 청담동 G가라오케에서 북창동 S클럽 종업원 조 아무개(33)씨 등 5명과 사소한 시비 끝에 몸싸움을 벌였다. 북창동 종업원들은 이날 청담동 ㄱ가라오케에 종업원이 아닌 ‘손님’으로 갔다. 김 씨는 이 과정에서 동료 3명과 함께 계단 아래로 넘어지면서 왼쪽 눈썹 부위가 찢어졌고 S클럽 종업원 윤모 씨로부터 얼굴을 손바닥으로 맞았다. ◆ G가라오케로 종업원들 소집…“내 아들 때린 사람 누구냐” S크럽 영업이사 조 씨 등 4명은 G가라오케 사장으로부터 “한화그룹 회장 아들이 맞아 머리가 찢어졌으니 와서 사과하라”는 연락을 받고 같은 날 오후 7시께 G가라오케로 갔다. 종업원들은 ‘설마 보복이야 하겠나’라는 생각에, 김 씨를 때린 사람은 가지 않고 다른 사람을 내세워 종업원 5명이 가기로 했다. 거기서 기다리고 있던 김승연 회장은 “아들을 때린 사람이 누구냐”라고 물었다가 조 씨가 “내가 그랬다”고 말하자 대기중이던 승합차 1대와 벤츠, 에쿠스 등 승용차 4대에 조 씨 등 4명을 태우고 함께 이동했다. ◆ “아버지, 저를 때린 사람은 이 사람이 아닌 것 같아요” 김 회장은 오후 9시께 인적이 드문 경기 성남시 수정구 상적동 소재 빌라 공사 현장에 도착한 뒤 조 씨를 주먹과 발로 때려 쓰러뜨렸다. 이어 현장에 떨어져 있던 길이 150cm 가량의 쇠파이프로 등 부위를 한 차례 때리고 발로 얼굴 등 전신을 수십 회 폭행해 늑골골절 의증, 두부타박상 등을 입혔다. 김 회장은 “내 아들이 눈을 맞았으니 너도 눈을 맞아라”고 말했다. 폭행 당시 김승연 회장은 점퍼 차림이었으며 별 2개가 달린 모자를 쓰고 가죽장갑을 끼고 있었다. 김 회장은 조 씨 일행 중 나머지 3명도 폭행을 말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릎을 꿇려 놓은 뒤 손과 발로 얼굴과 등 부위를 10∼20 차례씩 폭행했다. 이 때 김 회장 차남이 “조는 나를 때린 사람이 아닌 것 같다” 고 말하자 김 회장 일행은 북창동 S클럽으로 이동했다. 당시 폭행 장소로 지목된 건물 바깥에 고급차 등이 여러 대가 세워져 있었던 사실은 목격자 진술로도 확인됐다. ◆ 북창동으로 이어진 보복 폭행…“아들아, 너도 장갑 끼고 때려라” 김 회장은 오후 11시께 S클럽에 도착한 뒤 업주 조모 씨에게 “아들을 때린 윤 씨를 찾아오라”고 요구했다. 김 회장은 업주가 머뭇거리자 뺨과 목 등을 세 차례 때리며 위협적 분위기를 조성했으며 현장에 있던 경호원 등도 김 회장을 ‘회장님’이라고 부르며 거들었다. 김 회장은 업소 측이 윤 씨를 데려오자 아들에게 “너를 때린 사람 맞느냐”라고 물은 뒤 아들이 “맞다”고 하자 아들에게 가죽장갑을 넘기며 “너도 장갑 끼고 때려라”라고 지시했다. 아들은 맨주먹과 발길로 윤 씨의 얼굴과 정강이 등을 10여 차례 폭행해 두부타박상과 뇌진탕증 등을 입혔다. 폭행은 3시간 넘게 이어졌다. 당시 김 회장과 동행했던 협력업체 사장은 치료비로 S클럽 업주 조 씨에게 100만원권 수표 2매를 건넸으나 조 씨는 “치료비 정도는 있다”며 이를 받지 않았다. 이후 9일 새벽 0시 7∼11분 사이 경찰에 ‘S클럽에서 손님인 한화 회장 아들이 종업원을 폭행했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하지만 출동했던 태평로지구대 경관 2명은 “술집 종업원들끼리 싸웠을 뿐이다”라는 업주의 해명을 듣고는 경고만 하고 현장을 떠났다. ■ 김승연 회장, 그는 누구인가 한화그룹의 김승연(55) 회장. 그는 1981년 29살의 젊은 나이에 그룹 회장 자리에 올랐다. 김 회장은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한화그룹의 자산을 취임 이후 20배로 불렸다. 1982년 주변의 만류에도 한양화학(현재 한화석유화학)과 2002년 대한생명 인수를 밀어붙인 것이 대표적인 예로 손꼽힌다. 한화그룹은 올 1월 그룹 기업 통합 이미지(CI)까지 바꾸며 화학, 금융, 유통·레저 등 세 축을 중심으로 한 종합 그룹으로 변모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이번 사건으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인수합병의 귀재’로 불렸지만 정작 김 회장 자신은 각종 사건에 휘말렸다. 김 회장은 1993년 외화를 빼돌려 미국에 호화 주택을 구입한 혐의로 구속됐다. 2004년에는 불법 대선자금 수사가 진행되던 중에는 출국금지 조처가 내려지기 하루 전날 전격적으로 미국으로 떠나 도피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특히 김 회장의 세 아들에 대한 사랑은 각별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그는 아들들이 예일대를 비롯해 미국의 명문대에 입학한 것을 무척 자랑스러워했다고 한다. ■ ‘다 알려주고 하는 압수수색’… 경찰,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까 한편 안팎에서 이번 사건을 경찰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경찰은 김 회장의 보복폭력 사건을 처음 보고받은 4월 26일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고 압수수색 과정에서도 허술한 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오 아무개 경위는 지난 3월 26일 김 회장이 술집에서 폭행당한 아들을 위해 보복폭력을 행사했다는 첩보보고서를 작성해 지휘계통을 거쳐 서울경찰청 형사과장의 결제를 받았다. 이 보고서는 시간, 장소, 사건 관련자가 명시된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첩보 보고서’지만 서울경찰청은 ‘미확인 첩보’란 이유로 수사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광역수사대를 배제한 채 관할 경찰서인 남대문서에 사건을 넘겼다. 또한 경찰은 김 회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도 알맹이 없는 요란한 수사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경찰은 5월 1일 빈 상자 3개를 준비해 서울 종로구 가회동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집에서 압수수색을 시작했다. 수사관 15명이 2시간 30분동안 증거물을 찾았지만 들고 나온 건 상자 1개 분량이었다. 앞서 경찰이 정문 앞에서 기다리던 김 회장 자택 관리인에게 압수수색영장을 꺼내들어 내용을 설명하자, 관리인은 마치 예상한 듯 수사관들을 대문 왼쪽 작은 출입문을 열어 안으로 들였다. 한화그룹 한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오후 3시 남대문서에서 압수수색을 나온다는 말을 법무팀 변호사를 통해 들었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언론보도로 파문이 확산되자 애초 범죄첩보를 올린 광역수사대 형사들을 다시 투입하는 등 수사진을 기존 12명에서 44명으로 대폭 확대했다. 하지만 이미 화려한 변호인단을 구성한 김 회장의 ‘방패’를 뚫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회사 소속 변호사, 사적 유용 논란 이처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에 그룹의 임직원들이 동원되고 이 회사 법무실 소속 변호사도 김 회장의 폭행사건 변호를 위한 사건에 참여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를 두고 한화그룹의 대응방식은 ‘고쳐야 할 고질적 관행’이라는 비난도 만만치 않다. 한화그룹 몇몇 계열사엔 5월 2일 김 회장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가 돌았다. “아래에서 자발적으로 한 것일 뿐”이라는 것이 한화 측 설명이지만, 다른 계열사에선 “아직 우리에게 오진 않았지만 내려온다면 서명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화그룹 홍보실도 기업홍보가 아닌 사적인 폭행사건에 휩싸인 김 회장의 ‘인간적 면모를 부각시키는 홍보’에 열을 올렸다. 그룹 홍보실은 4월 29일 김 회장이 경찰에 출두하기 직전 ‘김승연 회장의 인간적 면모’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한화그룹 홍보실 직원들은 29일 남대문경찰서, 30일 둘째아들의 인천공항 입국, 1일 가회동 자택 압수수색 때도 현장에 나가 포토라인을 직접 설치하고 수시로 상황을 보고했다. 한화그룹 법무팀 동원도 논란이 일고 있다. 남대문경찰서에 나타난 김 회장의 곁에는 김앤장 소속 변호사 2명 이외에 채정석 한화그룹 법무실장도 모습을 보였다. 변호인단에 법무팀 소속 변호사 10명이 모두 들어갔다는 보도도 전해졌다. 이와 관련, 경제개혁연대는 2일 한화 쪽에 공문을 보내 “법무팀 동원이 사실이라면 회장이 총수의 지위를 이용해 ㈜한화의 인적·물적 자산을 사적으로 유용함으로써 회사에 큰 손해를 끼친 것”이라며 “변호사들을 회사업무로 복귀시키고 이들을 변호인단에 포함시킨 임원들을 문책 및 형사고발 해달라”고 요구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또 “외부 변호사 비용을 회사 자금으로 부담했다면 폭행 사건 및 경찰 수사에 그룹 경호원과 직원들이 동원된 것도 업무상 배임죄의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결국 한화그룹은 2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변호인단은 김 회장이 개인적으로 외부 변호사 3명을 선임해 구성됐으며 법무실 변호사는 김 회장의 변호인단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한화그룹은 “외부 변호사 3명에 대한 비용은 김 회장이 개인적으로 부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법무실 소속 변호사는 이번 사건과 연관돼 발생할 수 있는 그룹 경영상 문제가 커 (그런 부분과 관련해) 그룹 변호사로서의 일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 이르면 4일 구속수사 방침, 진실공방 결과 주목 경찰은 이르면 4일 오전 중 김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김 회장 측 일행이 사건 당일 청계산에 갔었다는 정황을 경찰이 일부 확인한데 따른 것이다. 3일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 지난 3월8일, 김 회장의 경호원들이 청계산 일대에서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고 경호원 일부가 휴대폰 통화를 한 사실을 확인하고 김 회장도 청계산에 갔는지 집중적으로 확인했다. 경찰은 현재 증거물이 될 북창동 S클럽 안 CCTV를 복구 중이며 김 회장의 옷과 신발, 벤츠 승용차 시트 등에서 채취한 흙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보내 청계산의 흙과 같은 성분인지를 확인하고 있다. 또한 경찰은 김 회장 차남의 친구 A씨가 사건현장을 모두 목격한 유일한 제3자라고 보고 소재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김승연 회장과 아들 김동원 씨가 폭행 의혹을 부인하는 상황에서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구속과 기소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철저한 경찰수사로 추악한 조폭영화의 실체가 과연 어디까지 드러날 지 지켜볼 일이다. ■ 김 회장 폭행 의혹 확인되면 어떤 처벌받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 폭행 의혹과 관련한 경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상황에서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김 회장이 받을 처벌 수위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일단 김 회장 일행의 보복 폭행 의혹이 경찰 수사 결과 사실로 확인되면, 김 회장 등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폭처법)에 따라 처벌받게 된다. 특히 김 회장이 15명의 경호원 등을 이끌고 흉기 등을 사용해 폭행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폭처법 제3조 ‘집단적 폭행 등’에 따라 처벌받는다. 김 회장이 직접 폭행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공범으로 같은 처벌을 받게 된다. 김 회장 일행이 단순 ‘폭행’을 한 점만 인정된다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진다. 하지만 목격자 등의 진술처럼 산으로 끌고 가거나 주점에 감금한 채 폭행한 사실이 인정되면, 2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된다. 또 피해자 쪽에서 진단서를 첨부하거나 육안으로 상처가 인정돼 ‘폭행’이 아닌 ‘상해’ 죄를 적용하게 되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진다. 또한 김 회장 일행이 주점을 장시간 점거하고 사장의 뺨을 때리는 등 폭력을 행사해 주점의 영업을 방해한 혐의도 형법(314조)의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 이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수사기관이 피해자 진술이나 물증 등 폭행 의혹을 사실로 인정할 만한 증거들을 확보하면, 피해자 매수 등 ‘증거인멸의 우려’나 중형 선고 등 ‘도주 우려’ 등을 감안해 구속도 가능한 사안이다. 반면, 피해자들이 끝내 진술을 거부하거나 물증을 찾지 못할 경우, 검찰이 불기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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