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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하루 한 개꼴로 쓰러진다

올 상반기 중 180곳 부도처리…‘부도괴담’ 현실화
중견·중소업체 체감경기 최악…실효성있는 미분양대책 및 지원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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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5호 김대희⁄ 2008.07.16 10:18:02

최근 분양 아파트의 계약률이 저조하고 미분양 아파트가 늘어나면서 건설사의 부도도 함께 증가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8년 동안 전국의 평균 아파트 분양가가 3배나 급등해 거의 시세차익을 누리기 힘들다는 게 수요자의 외면을 자초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올 상반기만 해도 전국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지난해보다 24.2%나 올랐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를 제외하고는 재당첨 금지 제한을 받지 않는 것도 계약률 저조로 이어져 미분양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이처럼 미분양 주택이 늘어나고 건설사 부도율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자, 정부 여당이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전국에 미분양 아파트가 13만 채를 넘어섰고, 올 상반기만도 부도 건설사 수가 180개사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4.9%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청약률이 높았던 수도권에서도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아 건설업계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 6월 11일 내놓은 미분양대책이 별다른 효과를 보이지 못하는 것도 새로운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내 건설사의 부도가 빠르게 늘면서 ‘부도괴담’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국내 금융권도 건설업체의 신용등급을 재평가하고 대출심사를 강화하는 등 건설업체들의 돈줄을 죄기 시작했다. 이에 건설업체의 줄부도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이후 국내 경제의 발목을 잡는 최대 변수로 부상할 것으로 우려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 같은 건설업체의 부도 급증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조치 지연과 경기침체에 따른 전국 미분양 아파트 급증이 가장 큰 원인이며, 유가와 철근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것도 한몫을 했다고 분석된다. 대한건설협회와 대한주택보증 등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부도처리된 건설업체 수는 모두 180개사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4.9% 증가했다. 이 중 종합건설업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3% 늘어난 57개사, 전문건설업체는 61.8% 급증한 123개사가 최종 부도처리됐다. 특히, 부도처리 건수는 지난 1월에 비해 6월에는 24%나 늘어나 앞으로 건설업체의 부도가 늘어날 가능성을 암시한다. 업계는 분양시장 침체와 정부의 최저낙찰제 확대 추진 등을 감안할 때 올 한 해 부도업체 수가 300~400개사에 이를 전망으로 내다봤다. 더욱이 주목할 점은 부도업체가 점차 중견기업으로 확대된다는 점이다. 지난 2006년의 경우 100위 이내의 업체 부도는 1건도 없었고, 500위 이내 업체가 5건이었다. 그러나 2007년에는 100위 이내 1개사, 500위 이내 8개사 등이 각각 부도를 냈다. 올 들어서는 이미 500위 이내 업체 부도 수가 6건에 이르고, 이 중 5건을 300위 이내 업체가 차지하고 있다. 최근 개별 업체들의 상황을 감안할 때 100위권 이내 일부 업체의 부도도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게 업계의 예측이다. 대한주택보증에 분양보증을 의뢰한 업체 중 부도업체가 올 들어 벌써 8개사로 나타났다. 결국, 주택보증은 최근 ‘상시 리스크 관리’ 체제에 돌입하고 분양보증 사업장과 업체에 대한 심사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조치 등을 마련해 가동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조준현 정책개발실장은 “한 개의 중견업체는 50에서 100여 개의 협력업체를 보유하고 있다”며 “따라서 한 개의 중견 건설업체가 부도가 날 경우 이들 협력업체도 부도에 내몰릴 심각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상반기 동안 전문건설업체 부도 건수가 120건을 넘어서면서 건설인력 고용불안 등 경제 전반의 도미노 현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책당국이 건설업계에 생동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건설업계의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정치권도 미분양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한나라당은 최근 산업현장대책단 내에 미분양아파트대책소위원회(위원장 신영수 의원)를 구성하고 국토해양부와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회의를 개최했다. 신영수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현황파악 결과 미분양 사태와 업계 상황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며 “더 이상 방치할 경우 국내 경제에 커다란 암초로 부상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6·11미분양대책이 시장에서 전혀 작동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 당정협의를 통해 추가대책 마련에 나설 방침이다. ■ 건설업체들 “이보다 더 나쁠 순 없다” 중견·중소 건설기업의 체감경기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업체들의 어려움이 극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방 업체의 체감경기 침체 수준이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조사됐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6월 중 중견 건설업체 체감경기(CBSI)는 34.5로, 전달에 비해 4.8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연구원이 CBSI를 조사하기 시작한 지난 200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같은 기간 중소 건설업체 체감경기도 한 달 전보다 6.9포인트 내려앉은 26.5를 기록, 역시 사상 최저치를 나타냈다. 전체 건설업 체감경기지수는 전월에 비해 17.3포인트 증가하여 90을 기록한 대형업체에 힘입어 2.4포인트 오른 51.7을 보였다. 지역별로는 서울 업체가 69.7로, 전월대비 10.8포인트 증가한 반면, 지방 업체는 4.0포인트 하락한 22.9를 기록해 경기침체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지방 업체의 체감경기는 2월 이후 4개월 연속 하락하여 실사지수 조사 이래 가장 낮은 기록이다. 이처럼 업체들이 어려움을 토로하는 이유는 공사 물량이 크게 줄어든데다, 고유가와 함께 원자재가격 상승 등과 같은 악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사물량지수도 5월 대비 1.4포인트 하락한 61.6으로, 6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공종별로는 토목 55.8, 주택 48.0, 비주택 66.8 등으로, 주택 물량이 상대적으로 가장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재수급지수는 전월보다 5.9포인트 하락한 37.1을 기록하며 40선이 무너졌다. 자재비지수는 5월보다 1.0포인트 올랐으나 여전히 25.3에 불과하다. 공사대금수금과 자금조달지수도 같은 기간 6.6포인트와 4.1포인트 떨어진 72.1, 70.0을 기록, 업체들의 경영난이 여전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7월 건설경기 전망지수는 47.0을 기록, 체감경기 침체 수준이 더 악화될 것으로 예측됐다. 업체별로는 대형 70.0, 중견 37.9, 중소 30.3 등으로 전망됐다. ■ 건설사 유동성 위기에 정부 지원책 ‘글쎄’ 최근 건설업계는 수요 기근으로 갈수록 미분양이 쌓이고 있는데다, 원자재가격마저 급등하면서 자금 압박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이미 철골조 아파트를 공급하며 주목받던 중소 건설사 인정건설이 하반기에 처음으로 7월 2일 최종 부도처리되면서 업계 분위기가 흉흉하다. 인정건설은 서울 광진구에서 ‘이튼타워리버’라는 이름으로 철골조 아파트와 주상복합을 분양하고 있는 회사로, 시공능력순위는 300위권이다. 건설업계는 주택시장의 장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하반기에도 주택건설사의 줄도산을 우려했지만, 실제 인정건설의 부도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건설업계와 금융계에 따르면, 주택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중견 건설기업 A사는 지난해 하반기와 올 초 두 차례에 걸쳐 부도 위기를 겪은 이후 사채시장에서 어음 할인이 쉽지 않을 정도로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다. 이 회사 어음은 별도의 수수료를 주고 월 4%가 넘는 할인율을 제시해도 사채시장에선 취급하기를 꺼려한다. 대구 업체인 B사도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아예 신규 분양사업도 올스톱됐다. 이 때문에 내년 말 이후에는 아예 주택공사 물량이 없게 될 것이라고 이 회사의 한 중역은 귀띔했다. 이 회사 어음 역시 할인받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견 건설사 위기 때마다 단골손님으로 등장해 온 C건설도 최근 매각 소문이 나도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정액 이상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올리고 있지만, 해마다 실적이 들쭉날쭉한데다 지난해부터는 부채가 대폭 늘고 있다. 중견 건설업체 K사 관계자는 “시장이 워낙 안 좋아 올해는 미분양 물량 해소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의 미래를 담보하는 초대형 알짜사업이 금융권의 PF 대출 불발로 시공권을 잃어버리는 것을 보면 이러다 쓰러지는 게 아닌가 하는 공포감까지 든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중견 건설사들의 공통점은 최근 들어 부채가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A사의 경우 2005년 2,200여억 원이던 부채가 지난해 말 3,900여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B건설 역시 같은 기간 부채가 2,080여억 원에서 3,300여억 원으로 대폭 늘었다. C건설도 2년새 부채가 25% 이상 많아졌다. 더욱이 건설업계에 7월~10월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규모가 1조 원에 가까워 일부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들이 회사채 차환 발행에 성공할지 불투명하다. 나이스채권평가에 따르면, 7월~10월 만기가 돌아오는 건설사 회사채는 7월 2,687억 원, 8월 3,800억 원, 9월 1,300억 원, 10월 1,060억 원 등이다. 이 중 BBB- 이하 신용등급을 가진 업체 만기도래액만도 3,450억 원에 달한다.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와 관련한 우발채무도 급증하고 있다. 도급 순위 100위 이내 건설회사 중 신용등급이 BBB- 등급인 9개사 PF 관련 우발채무는 지난해 말 현재 총 25조5,143억 원으로 2년 만에 10조9,485억 원이나 증가했다. 문제는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점이다. 더구나 1군 업체들의 경우는 그 동안 부도가 난 2,3군 업체들보다 후폭풍이 훨씬 클 것으로 우려된다. 이와 관련해 정부 차원의 지원도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투자 진작보다 소비 진작이 우선한다는 게 현 정부의 판단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인위적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규제완화를 통해 투자를 유도하는 것도 무리”라며 “결국 업체들의 고통은 스스로 해결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 건설업체 “아예 집 짓지 않겠다”… 업계 자성론도 확산 최근엔 미분양과 부도 공포로 건설업체들이 아예 주택사업을 포기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업체들은 자체 사업은 물론이고, 낙찰만 받으면 수익이 보장돼 수십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던 공공택지사업까지 손을 놓고 있다. 집을 지어도 수익성이 없다는 판단이 건설업체들 사이에 확산되면서 공공택지 미분양이 쌓이고 있다. 이렇게 택지 미분양이 쌓여갈 경우 2~3년 후 주택난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업계 내부에서조차 자성론도 일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택업체들이 시장이 좋았을 때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이냐”며 “어려울 때를 대비해 미리 포트폴리오를 짜는 기본적 성의도 없었던 것이 이 같은 상황을 초래하게 됐다”고 꼬집었다. 투기 가능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정부로서도 선뜻 규제완화책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미분양 주택과 부도 건설사의 증가로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깊어지면 가뜩이나 불안한 금융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높다. 쌓여가는 미분양으로 건설업체의 위기가 점차 장기화되는 가운데, 무엇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마련이 시급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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