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내년 시행 예정인 자금시장통합법을 앞두고 M&A(인수·합병), 내부 조직 강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자통법에 대비하기 위해 증권·보험사 등 자회사 인수를 모두 끝마쳤으며, 일부 은행들은 현재 지주사 전환에 초점을 맞춰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경영 효율성과 금융시장 환경 변화에 보다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조직을 새로 개편하는 등 군살을 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선, 우리금융그룹과 우리은행, SC제일은행이 신임 행장의 취임이나 하반기 시작에 맞춰 분위기를 쇄신하고 어두운 경기 전망에 대비하기 위해 조직의 틀을 다시 짰다. 또, 기업은행과 하나은행도 조만간 조직개편을 할 예정이다. 기업은행은 조직개편을 통해 사업본부 1개와 유사업무 부서 4개를 통폐합하고, 본부 직원의 17.5%에 달하는 200여 명을 일선 지점으로 배치했다. ‘제조와 유통 분리’ 방침을 세우고 개인·기업·카드·방카·펀드 등 각 사업본부로 나누어진 상품개발 인력을 신설된 마케팅본부로 모으고 기존 사업본부는 판매에만 집중토록 했다. 기업은행은 이번 조직개편으로 영업력이 강화되고 복합 금융상품 개발 능력이 확대돼 고객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고 자본시장통합법과 민영화 이후에 능동적으로 대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 2일 지주회사 차원에서 자회사들의 영업전략을 세우기 위해 전략기획팀을 경영전략실로 확대개편하고 이사회사무국을 신설했다. 우리은행과 우리투자증권 등 자회사들이 개별적으로 추진하던 해외사업을 총괄하기 위해 해외사업통합팀을 설치하고,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대비하기 위해 투자금융(IB) 육성팀을 만들었다. 위험관리 업무를 전담하는 모니터링팀도 신설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9일 영업지원본부를 폐지하고 4개 부서를 통폐합하는 조직개편을 했으며, 수석 부행장직을 도입하고 그 아래에 시너지추진실을 신설했다. 영업지원본부는 영업 성과 평가와 예산 등을 담당하는 부서로 박해춘 전 행장 시절에 만들었는데, 업무 추진과 평가를 분리하는 것이 책임경영 강화와는 배치된다는 지적에 따라 폐지했다. SC제일은행은 고객 최우선 전략에 따라 지난 1일 개인고객본부 산하 지역 본부장을 34명에서 12명으로 대폭 축소하는 대신, 본부장이 종전과 달리 지점장을 겸임하지 않고 관할 지역관리에 집중하도록 했다. 본부장들은 25~30개 영업점을 대상으로 고객 응대 등에 대한 교육을 하고 고객과의 관계 강화도 도모하게 된다. 하나은행은 조만간 조직개편을 통해 상당 수의 부서를 통폐합해 조직을 슬림화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통폐합 규모를 놓고 몇 주째 논의를 거듭하고 있는데, 10여 개 부서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3월에 계열사 법인 위주의 체제를 업무와 기능에 따라 개인금융부문과 기업금융부문·자산관리부문 등으로 수평적으로 묶는 ‘매트릭스 조직’으로 바꿨다. 국민은행은 오는 9월 ‘KB지주회사’ 출범을 앞두고 초대 회장으로 황영기 전 우리금융 회장을 사실상 선임하고 여기에 맞춰 새로운 조직개편이 단행될 예정이다. ■ “우리도 1부 리그…” 저축은행도 대변신 예고 이러한 현상은 2금융권인 저축은행도 크게 다르지 않다. 증권사 인수 및 지점 확대, 금융사 M&A와 비은행 투자까지 투자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단연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을 꼽을 수 있다. 이 은행은 지난 8일 주요 계열사인 현대스위스자산운용에 대하여 금융위원회 본허가를 신청했다. 자본금은 100억 원으로, 일본 소프트뱅크그룹(SBI Holdings, inc)·기업은행·부국증권 등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고, 향후 국내외 부동산개발 사업과 해외 신흥시장 IB(투자은행) 업무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명동점을 새로 오픈한데 이어, 올해는 용산과 목동, 노원과 미아삼거리에 각각 신규 지점을 오픈해 활발한 영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본점과 지점을 합쳐 은행이 6곳에 그쳤으나 올해는 총 10개의 점포망을 갖게 됐다. 또, 지난달 연 8.5%의 금리로 150억 원 규모의 후순위 채권을 발행하는 등 자산 늘리기와 탄력적 경영에 나서 인력 확충을 위해 신입 및 경력 직원을 모집 중이다. 재경·회계·경영심사·법규기획·조직관리·여신심사·프로젝트 파이낸싱(PF)·여신영업 부문 등 대부분의 영역을 총 망라한다. 현재 현대스위스의 임직원 수는 314명.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스위스는 1년여 전인 2007년 6월 말 268명 수준이었다. 그러나 1년 새 20% 이상 직원이 급증한 셈. 덩치 키우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최근에는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의사를 밝히는 등 사업 다각화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현대스위스 관계자는 “그 동안 자통법을 앞두고 질적 성장과 외적 성장의 확대를 위한 체계적인 준비를 해왔다”면서 “4개의 신규 지점 오픈과 자산운용사 설립 등으로, 저축은행 인수합병 및 IPO(기업공개) 등을 통해 향후 금융그룹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는 솔로몬저축은행은 지난해 업계 최초로 KGI증권(솔로몬투자증권)을 인수하며 내실 다지기에 나섰다. 솔로몬저축은행은 지난 2000년 솔로몬신용정보를 설립하면서 국내 금융계에 진출했다. 2002년 골드저축은행을 인수, 솔로몬저축은행으로 변경하면서 저축은행 업계에 뛰어든 솔로몬은 잇달아 지역 저축은행을 인수 합병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저축은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처럼 금융시장이 어려운 시기에는 외형보다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는게 옳은 것 같다”며 “(솔로몬저축은행은) 금융시장을 좀 더 지켜본 뒤 탄력적 외형 성장 확대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사업 다각화,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봇물… 외형확대 방편 이러한 현상과 맞물려 금융사들은 인터넷 전문 은행 설립을 위한 준비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터넷 은행은 점포 없이 인터넷으로 여·수신 업무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인건비 및 운영비 부담을 크게 절감함으로써 보다 높은 예·적금 금리 적용이 가능하다. 여기에 수수료도 낮게 책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 은행권에서는 민영화를 앞두고 있는 산업은행이 소매수신 기반을 확충하기위 해 적극적인 인터넷 은행 설립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산업은행은 현재 업무 영역이 기업대출·IB 등 도매금융에 편중돼 있기 때문에 민영화에 따른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소매 수신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다. 산업은행은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갖고 있는 만큼 인터넷 은행을 설립하면 상당한 시장잠식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자통법이 본격화 하면 저축은행들도 증권사 인수에 목을 매달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사업 다각화는 결국 외형확대를 위한 방편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