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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한파, 가출청소년 급증

작년 하반기 급증, 올 상반기 30% 늘어날 전망…구걸·절도·성매매 등 범죄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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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05호 박성훈⁄ 2009.02.17 11:58:19

금융위기가 저소득층 가정의 청소년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 수많은 가출 청소년들이 외환위기 전후에 부모의 실직 등으로 가정 해체를 겪었고, 이번 금융위기 한파로 깊은 가난의 질곡을 맞은 가정의 청소년들이 가출 위기에 내몰려 있다. 학습 부진, 왕따 등 갖가지 이유로 학업을 중단한 아이들이 지난해 초 7만여 명에 달했다. 정부는 학업 중단 위기에 놓인 청소년들이 30만 명에 이른다고 추산한다. 서울 금천청소년쉼터에는 지난해 상반기 동안 258명의 청소년이 찾았으나, 하반기에는 324명으로 늘었다.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 김진태 사무국장은 “최근 경제위기로 거리로 내몰린 아이들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올 상반기에는 30% 정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전상담연구소 윤현영 소장은 “집을 나온 순간 아이들은 범죄와 비행의 위험에 노출된다”며 “외환위기 때 방치됐던 아이들이 근근이 버텨 왔으나 금융위기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 사회안전망에서 벗어난 아이들 본격적인 경기침체로 생존의 한계에 다다라 해체되는 저소득층 가정이 늘어나면서 청소년들의 가출과 성매매도 늘고 있다. “2007년 겨울 중학생이던 A(15) 양은 학교를 중퇴하고 가출한 지 약 반년 만에 50여 명의 남자와 벙개(같이 놀고 성관계를 하지만 돈을 받지 않음)를 하다가, 인터넷 채팅 사이트를 통해 100여 명의 남자와 조건만남을 갖고 성매매를 했다.” “청소년 B(16) 양은 지난해 6월 가출한 후 대전으로 내려와 지낼 곳이 없던 중 가해자 남성(26)을 만나 숙식 제공과 금전적 충족을 위한 성매매를 했다. B 양은 모텔에서 이 남성과 동거하면서 인터넷 채팅 사이트를 통해 조건만남을 가지고 8만~10만 원의 대가를 받았다.” “C(16) 군은 2007년 6월 가출 후 쉼터에서 생활하다가, 찜질방을 전전하며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10여 명의 성인 여성과 조건만남으로 각각 2만 원 정도의 대가를 받으며 성관계를 가진 뒤 잠자리를 해결했다.” 보건복지가족부 청소년보호중앙점검단이 묶은 ‘청소년 성매매 단속사례집’에 따르면, 이 같은 생계형 청소년 성매매 사례가 제시돼 있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 관계자는 “경제한파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에 두 배 가량 성매매 청소년이 급증하는 등, 경기침체가 가속화되면서 성매매 청소년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유흥가 등을 중심으로 성매매 알선이 점차 조직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보호중앙점검단이 지난달 발표한 ‘2008년 하반기 가출 및 성매매 청소년 구호 실적’에 따르면, 성매매를 하다 적발돼 귀가조치됐거나 청소년쉼터로 보내진 청소년은 모두 69명으로, 상반기 36명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유해업소 단속과정에서 적발한 단순 가출 청소년 역시 지난해 상반기 35명에서 90명으로 급증했다. 이들 청소년들은 쉽게 범죄에 노출된다. 경제력이 전무한 이들이 집을 나서 가장 먼저 부딪치는 어려움은 끼니 해결과 숙소 문제이다. 따라서 이들은 절도나 성매매의 유혹에 쉽게 넘어갈 수밖에 없다. 특히 용돈벌이, 잠자리 마련을 위한 생계형 청소년 성매매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박은정 점검단장은 “청소년 가출과 가출 청소년의 성매매가 크게 늘어난 것은 경제한파로 가계가 무너지고 가출 청소년들이 생활비를 벌기 위해 성매매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부모가 이혼하는 바람에 수년 전에 조부모한테 맡겨진 이모(16·고1 중퇴) 양은 경기 의왕에서 중고차 매매를 하던 아버지가 폐업하면서 생활비 지원이 끊기자, 지난해 10월에 가출해서 30여 명을 상대로 성매매를 해 왔다고 한다. 복지부가 지난해 구호 조치한 성매매 청소년 1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83%가 생계비와 용돈, 유흥비 마련 등 돈을 만들기 위해 성매매를 했다고 응답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경기침체가 이어지면 가출 청소년을 집으로 돌려보낸다 해도 가출의 악순환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따라서 가출 및 성매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재활교육을 강화하고, 청소년쉼터를 확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저소득층 가출 청소년, 누울 곳만 있으면…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가 2007년 12월 쉼터를 이용한 가출 청소년 735명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가출 청소년의 유형은 처음 가출을 시도한 후 7~8회 이상 가출을 반복하고, 대개 가정의 경제 수준은 낮다고 한다. 부모의 불화나 폭행으로 집을 나와 건물의 옥상이나 공원 등 길거리에서 생활한다. 생활비는 구걸을 하거나 훔쳐서 마련한다. 또, 가출 청소년들 중 친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아이들은 25%에 그쳤고, 대부분은 편부모이거나 계모·계부, 조부모나 친척 등과 함께 살고 있었다. 가출은 지각과 결석을 반복하다가 출석일수를 채우지 못해 자퇴를 하게 되는 등 학업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집을 나온 아이들은 몸을 누일 수 있는 공간이면 어디든 가리지 않아 쉽게 위험에 노출된다. 쉼터협의회에 따르면, 가출을 한 후 친구의 집에 머문 아이는 48%뿐이었고, 나머지는 찜질방이나 PC방·만화방 등에서 머문다. 그러다 돈이 떨어지면 공중화장실이나 아파트 보일러실에서 몰래 지내기도 한다. 이들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자리를 구하지만, 기술이 없어 저임금을 벗어나지 못한다. 주유소나 배달 일을 하기도 하고, 더러는 유흥업소에 흘러들기도 한다. 집에서 나와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자제력이 없어져 규칙적인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쉽게 일을 포기하기도 한다. 한국청소년 상담원 조규필 복지지원팀장은 “성장기에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하면 학습 능력과 사회성 등의 발달도 지체된다”며 “돌아갈 곳이 없는 해체가정의 가출 청소년을 위한 구체적인 사회 적응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쉼터로 와도 “하루면 나간다” 그나마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청소년쉼터는 정부지원 부족과 갈수록 줄어드는 후원금으로 간신히 버티는 실정이다.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에 따르면, 전국의 청소년쉼터 93개소 중 77개소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고 있고, 나머지는 민간 법인이 운영하고 있다. 청소년쉼터는 현재 복지시설로 관리되는 게 아니라, 1년 전 복지부에 통합된 국가청소년위원회 소속이다. 청소년쉼터가 복지시설로 포함되도록 아동복지법과 청소년복지지원법을 통합하는 개정안이 마련되어 있지만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강서청소년쉼터 관계자는 “지난해 150여 명의 청소년들이 이 곳을 찾았지만 절반 가량이 한 달도 채 되기 전에 나간다”며 “일부는 성매매 등으로 경찰서·동사무소의 인계를 받아 오는 학생들인데 하룻밤 잠자고 아침에 나가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성매매 청소년뿐 아니라 가출 청소년 대부분이 생활의 불편함 등을 이유로 쉼터를 등지고 있다. 또 상담 치료 등을 위해 인근 쉼터를 연계하는 등 경영난에다 상담사 확보도 어려운 실정이다. 쉼터를 찾은 청소년들은 잠시 머물다 갈 뿐, 가정으로 돌아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학교로 돌아가거나 일자리를 구하는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아이들은 거리로 나서는 순간 온갖 탈선의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이 시급히 구축돼야 하는 이유다. ■ 학교복귀·상담치료 등 청소년 관리대책 시급 위기의 청소년들을 위한 대책은 턱없이 부족하다. 고등학교 정도는 마쳐야 안정적인 직장을 얻어 자립할 수 있는 현실을 생각할 때, 중도에 학업을 포기한 청소년을 다시 학교로 보내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운영하는 ‘청소년통합 지원체계(CYS-Net)’를 늘릴 필요가 있다. 청소년통합 지원체계는 청소년 본인이나 주위에서 요청할 경우 상담·교육이나 의료 지원 등을 해주는 제도이다. 장기간 무단 결석을 했거나 가출했던 청소년 중 상당수가 이 제도의 도움을 받아 가정과 학교로 복귀했다. 관련 예산을 늘리고 널리 알려서 더 많은 아이들이 혜택을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교육과학기술부와 교육에 대한 업무를 연계할 필요도 있다. 현재로서는 학교를 이미 그만둔 청소년에 대해서는 복지부가 담당하고, 학교를 아직 그만두지 않은 청소년은 교과부가 맡는 식으로 역할이 나뉘어져 있다. 제도권이 수용하지 못하는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 등을 더 확보하고, 검정고시 지원을 활성화할 필요도 있다. 10년 전의 외환위기 당시를 돌아보면, 거리를 헤매는 청소년들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복지부는 ‘인터넷 청소년 성매매 실태 조사연구’를 통해 인터넷 성매매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복지부에서는 내년까지 연구용역을 통해 가출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정신과 치료 등에 주력할 국립아동청소년치료센터 설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에서는 ‘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약 3년 동안 부처 간에 협의를 한 것으로, 인터넷 등을 통해 성매매 유인행위를 한 사람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럼에도 청소년 성매매에 대한 관리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근본적으로 청소년이 성매매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인터넷 채팅 사이트 등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도를 무겁게 하는 등 관리규제를 강화하는 조치도 중요하지만, 이미 피해를 당한 청소년에 대한 사후관리가 더 시급하다. 특히, 가출 청소년의 대부분이 가정에 문제가 있어 집을 나왔고 가정에서도 이들을 따뜻이 맞는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가출 청소년이 가정으로 복귀했느냐를 따지는 체계는 문제의 핵심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가출 청소년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분노,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는 아이들도 있어 지속적인 상담 치료가 시급하다. 경제가 아무리 어렵더라도 국가의 미래인 아이들을 돌보고 배려하는 일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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