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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개헌론, 여의도 정치권 ‘3당4색’

한나라 친이 “따봉~”, 친박 “글쎄~”, 민주 “아직은~”, 자유선진 “건드리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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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36호 심원섭⁄ 2009.09.22 14:16:20

“너무 광폭적으로 헌법에 손을 댄다면 이뤄질 수 없다. 정치권에서 아주 신중하게, 현실성 있도록 범위를 좁혀 생각할 필요가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 9월 16일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한국의 <연합뉴스>와 일본의 <교토(共同)통신>과 합동인터뷰를 가진 자리에서 취임 이래 처음으로 개헌론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행정구역과 선거제도, 권력구조 부분 정도만 손대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은 “지금과 같은 선거구제를 갖고는 동서 간 화합이 이뤄질 수 없다. 현재와 같이 지역적으로 너무 편차가 나는 것을 어떻게 조정할 수 있을지 연구해야 한다”면서 “소선거구제 플러스 중선거구제를 같이 한다든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한다든가, 여러 측면에서 정치권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이명박식 개헌론’이 여의도 정치권에 상륙하면서 여야 간의 찬반 논란과 함께 한나라당 내 친이·친박계 등 각 계파별로 적지 않은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우선, 한나라당 내 친이계는 9월 16일 ‘내년 상반기까지의 개헌 완료’를 목표로 개헌의 당위성을 역설하며 이 대통령의 논리를 적극 뒷받침하면서 대대적인 개헌 여론 몰이에 나선 반면, 친박계는 여건이 성숙되지 않은 섣부른 논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몽준…“대통령이 정치 중심에 서겠다는 선언”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이날 당내 개혁성향 초선의들의 모인인 ‘민본21’과의 조찬간담회에서 “대통령의 개헌 발언은 정치의 중심에 서겠다는 선언”이라며 “대통령과 행정부가 국가 현안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국회가 헌법에 주어진 역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정치권의 개헌 논의를 강조했다. 그리고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제 국회에서 개헌 문제를 본격 논의할 시점이 됐다”며 “의총 논의를 거쳐 당내 개헌특위를 구성할 것이며, 국회 개헌특위가 구성되면 권력구조 중심의 개헌문제를 다뤄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 원내대표는 “내년 상반기에는 반드시 개헌이 완성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지난 1년 동안 국회의장 직속으로 ‘국회 헌법연구자문위원회’를 통해 심도 있는 개헌 논의를 준비했온 것으로 알려진 국회의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명박식 개헌론’과 관련해 “이 대통령이 개헌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하고, 나아가 개헌의 필요성과 방향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한 것을 대단히 환영한다”고 밝히면서, “개헌은 21세기 대한민국의 미래와 기틀을 정하는 것으로, 절대다수의 국민이 개헌의 당위성과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의장은 “이제 정치권이 국회 내 개헌특위 구성 등 개헌과 관련한 본격적인 논의를 진행시켜야 할 때가 됐다”면서 “개헌특위가 구성되면 국회에서 대통령의 의견을 포함, 각계각층의 여론을 수렴해 개헌의 범위와 방향 등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내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는 9월 10일 국회에서 헌법학자들과 국회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선진화와 통합을 위한 개헌,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를 열고 개헌 공론화 작업에 착수한데 이어, 9월 17일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광복절 축사에서 언급한 선거제도 개편 문제를 놓고도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본격적인 개헌몰이에 착수했다. 김무성…“신중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반면, 친박계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은 9월 16일 비공개 회의에서 “개헌 논의를 정치권에서 들고 나와 시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이 대통령의 언론 인터뷰 발언을 원내대표가 바로 받아 마치 당론이 결정된 듯 의총에 붙이겠다고 하는데, 신중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동을 걸고 나섰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정파적 견해로 개헌논의가 나와서는 곤란하다”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원 포인트’ 개헌 제안을 우리가 반대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김 의원은 “이 대통령이 ‘선거제도는 한나라당이 손해를 보더라도 해야 한다’고 하는데, 손익이 걸린 국회의원들에 대해서는 누가 설득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친박계 김영선 의원도 “당장 개헌에 대해 논의하면 분열 요소가 있다”면서 “국정 어젠다로 끌어올리기보다는 정치적 어젠다로 인식되면서 정치적 게임을 벌인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는 만큼, 오래 연구하고 뜸을 들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의원은 “중산층과 대화를 해야 하고 서민·중도 행보로 이들에 대한 애정도 쌓아가야 하는 등 새로운 현안이 많다”면서 “그런데 개헌 논의는 정쟁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등 적지 않은 이견을 노출시켰다. 민주당은 “정국을 호도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며 이 대통령의 개헌 발언에 즉각적인 반론을 제기하면서 여권의 개헌 움직임을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9월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권의 개헌 논의와 관련해 “개헌에 대해선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국민적 공감대가 미흡하기 때문에 본격적인 개헌 논의는 지방선거 이후 이뤄지는 게 온당하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 간에 개헌과 선거구제에 대한 단일안이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한 달 간격으로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진정성이 없고 국면 전환을 위한 정략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이른 시일 안에 어떤 개헌을 하려고 하는지, 그리고 선거구제 개편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안을 확정 지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 대표는 “우리 당으로서는 개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방법을 통해 논의가 시작되고 구체화돼야 한다”며 “시민사회나 학계에서 좀 더 폭넓게 개헌 논의가 이뤄지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안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강래 원대대표 역시 9월 1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개헌문제는) 졸속하게 몰아치듯이 밀어붙여 할 문제가 아니라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권력구조와 관련된 문제는 국민의 시각에서 봐야 한다. 50~100년 앞을 생각해 나라의 국가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염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정국 호도하려는 의도 숨어 있다” 그리고 이 원내대표는 “개헌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권 확장”이라며 “경제활동을 보다 원활히 하기 위한 관심과 시대정신과 시대 흐름을 반영하고, 필요하다면 통치구조를 논의하는 방식으로 가야지, 오로지 모든 관심과 초점을 권력구조 개편에만 제기하면 시대 역행적인 개헌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민주당이 개헌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찬성하면서도 개헌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는 이유는 개헌이라는 대형이슈가 블랙홀처럼 정치권의 모든 에너지를 빨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존재감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당5역회의에서 “(개헌을) 소폭으로 하려면 차라리 건드리지 않고 놔두는 것이 낫다”면서 “개헌을 하려면 광폭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총재는 “이명박 정권이 선진화 시대를 여는 정권이라면 21세기에 맞게 중앙집권제형 국가구조를 획기적인 연방 수준의 분권형 국가로 바꾸는 국가 대개조를 해야 한다”며 “실무적으로도 우리 헌법은 개정 절차가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국민투표 등 국가적 대사를 한번에 치러야 함에도 불구하고 원 포인트 개헌으로 이러한 국가적 대사를 치르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전 5선 의원이자 편집고문인 박찬종 변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행 대통령 단임제는 재임기간의 치적에 대한 심판이 불가능하므로, 4년 중임제를 채택할 경우 첫 임기 4년에 관한 심판의 기회는 있겠지만, 중임에 성공했을 경우 후반기 4년의 치적에 대한 심판 기회를 갖기 위해서는 다시 3선을 허용하는 개헌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단임제의 폐단을 중임제로 극복하려는 것은 대단히 짧은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변호사는 “오히려 중임제가 되면 붕당 패거리가 판치는 오늘의 정치풍토에서 대통령 당선자를 배출한 세력이 당선확정 순간부터 중임까지 내다보고 권력남용·정경유착을 자행하여 정치 발전을 후퇴시킬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박 변호사는 정치권 일각에서 주장하는 내각제 및 이원집정부제와 관련하여 “오늘의 정치 현실에서 단임제보다 정치불안을 심화시키는 대단히 위험한 제도”라고 일축하면서 “내각제는 정당 간의 권력이동이 핵심이다. 내각제가 되면 진성당원이 사실상 전무하고 지역주의의 기반 위에 서있는 지역패권 정당들의 정권쟁탈 노름판이 되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박 변호사는 “권력을 쥔 쪽은 장관 등 요직을 독점하게 되며, 지역주의는 더욱 심화되고,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최소한의 탕평인사 관행마저 아예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더욱이 남북 분단 상황에서 정권 쟁탈과 유지를 위한 추악한 소용돌이가 국가의 근본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원집정부제도 이와 유사한 위험성이 있는 제도라고 덧붙였다. 박 변호사는 “부패 타락, 반국민적 여의도식 정치행태와 대통령 권력에 대한 입법부의 견제 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상은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이 헌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데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러한 풍토를 바로잡기 위해서 개헌보다는 자신들이 현재 누리는 기득권을 포기할 각오를 해서라도 제대로 된 법으로 고쳐서 실천한다는 결단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정치권이 개헌 시기와 방법 등을 놓고 현격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여권이 추진 중인 ‘내년 6월 지방선거 전 개헌 완료’가 현실화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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