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썩은 내 진동’ 농협 비리 복마전

이명박 대통령의 고강도 개혁의지 천명에도 면피성 대책만 무성

  •  

cnbnews 제139호 심원섭⁄ 2009.10.13 16:17:27

이명박 대통령이 농협에 대한 강도 높은 기강쇄신과 인적청산·구조조정 등 개혁 의지를 천명 했음에도 불구하고, 농협중앙회(회장 최원병)가 도덕적 해이와 방만하고 부실한 경영으로 또다시 구설수에 올라 많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10월 5일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위원장 이낙연 의원)의 농협중앙회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이 각종 자료를 토대로 폭로함으로써 드러났다. 한나라당 황영철 의원이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농협 21개 자회사 임원 40명(비재임 기간 제외)이 총 70억4100만 원을 받아 1인당 평균 연봉 1억7600만 원을 기록하는 등 농협 자회사 임원들이 여전히 억대 연봉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은 물론, 특히 적자 회사 임원임에도 연봉은 계속 증가하는가 하면, 낙하산 인사 등 방만경영도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21개 자회사 중 임원들의 평균연봉이 가장 높은 곳은 지난해 42억 원의 순이익을 달성한 NH-CA자산운용으로서, 임원 3명이 평균 3억6000만 원을 받고 있었다. 특히 2008년에 농협사료는 457억 원, 농협목우촌은 79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임원들은 각각 1억1700만 원(농협사료), 1억3800만 원(농협목우촌)의 연봉을 받았다. 농협목우촌 임원들의 평균연봉은 지난해 적자에도 전년보다 3000만 원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 적자인데도 임원 연봉 불어나 이와 함께, 현재 재직하고 있는 농협 자회사들의 임원 현황을 살펴보면, 전체 39명의 임원 중 77%에 해당하는 30명의 임원들이 농협중앙회 출신이거나 또는 다른 자회사에서 자리를 옮긴 낙하산 인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21개 자회사의 대표이사 22명(공동대표 포함) 중 68.2%에 해당하는 15명이 농협과 농협 자회사 출신이어서, 자회사 임원 자리는 퇴직 농협 직원들의 자리보전용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올해 취임한 15명의 대표이사들 중 공모를 통해 취임한 대표이사 4명을 제외하면 전부 농협 출신들이 독차지해, 올해 초에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여 농협 내부의 개혁을 이뤄내겠다고 큰소리 치던 것과는 전혀 다른 자세라는 지적이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상 고위 공직자는 퇴직 후 업무 연관성이 있는 회사에 2년 간 취업이 제한됨에도 불구하고, 올해 NH 투자증권 상근 감사위원으로 취임한 임원은 전 금융감독원 신용정보실장 출신이며, 농협경제연구소 대표이사로 취임한 임원도 전 재경부 차관 출신이라는 점에서, 농협 자회사도 조합원들의 출자로 만들어진 일반 법인체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공직자윤리법에 저촉될 소지가 다분하다. 설사 법에 저촉되지 않더라도, 감독기관의 퇴직 공무원을 임원으로 채용해 전관예우를 해줬다는 의혹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황영철 의원은 “농협은 매년 반복되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나아지는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행태가 국민들로부터 지탄받는 이유”라고 비난했다. 게다가, 농협 임직원들은 비정규직 대량해고와 농자재 가격 상승으로 농민들이 신음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골프만 치는지 농협이 보유하고 있는 골프장 회원권이 무려 821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정해걸 의원은 “농협중앙회 46.5구좌 404억4900만 원, 14개 농협 자회사 50.5구좌 299억3300만 원, 20개 일선 회원조합 24구좌 117억7500만 원 상당의 골프장 회원권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더욱이 보유 골프장 회원권 중 24개는 10억 원이 넘는 고가 회원권인 것으로 나타났고, 20억 원이 넘는 초고가 회원권도 6개나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민주당 김우남 의원은 “농협은 중앙회 임직원만 이용할 수 있는 콘도 회원권을 2005년부터 2007년까지 410구좌 130억 원어치를 구입했으며, 12개 자회사도 43구좌 32억 원어치의 콘도 회원권을 보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농촌이 점점 황폐화되고 농협중앙회마저 손익구조가 점점 악화되고 있는 실정인데도 농협은 아직도 도덕적 해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골프 및 콘도 회원권을 즉각 처분하고 이를 농자재 가격 안정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재투입해 농민과 비정규직의 아픔을 함께 하는 농협으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산 빼돌려 단란주점 등에서 ‘흥청망청’ 농협의 ‘도덕적 해이’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쌀값 하락, 농업보조금 축소’에도 불구하고, 농협 직원들은 예산을 빼돌려 단란주점에서 ‘흥청망청’ 사업비를 허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당 조배숙 의원은 “농협 직원들이 업무추진비를 단란주점에서 사용하는가 하면, 관리비 예산을 소위 ‘카드깡’을 통해 식비로 사용하는 등 불·탈법 행위가 판치는 것은 물론, 임직원에게는 부당한 명예퇴직금과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었다”고 폭로했다. 구체적으로 살며보면, 농협중앙회 기획실·농협문화복지재단 등 10곳은 업무추진비를 단란주점·나이트클럽·골프장 등에서 사용하고 있었으며, 50만 원 이상 접대비의 지출 내역을 남기지 않기 위해 50만 원 미만으로 분할 결제 하는가 하면, 상품권을 구입해 누구에게 지급했는지 증빙자료를 첨부 하지 않는 등 부적절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또한 농협중앙회 인사부의 경우 지난 2003년 명예퇴직 후 자회사 등 계열사 임원으로 취업한 사람에게서 명예퇴직금을 제대로 환수되지 않게 하기 위해 환수기준을 변경했으며, 남광주농협은 상임 임원의 연봉을 상향 조정하기 위해 연월차 휴가 보상금을 신설하는 등, 9곳에서 성과급·퇴직금·회의비 등 기본급 외 급여를 부적절하게 집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농협중앙회 금융기획부 등 4곳은 직원들에게 대출모집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과정에서 본인의 대출에도 모집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어처구니없는 탈법을 자행하기도 했다. 이같이 수많은 불·편법이 기승을 부림에도 불구하고, 농협중앙회 인사부는 부정한 인사청탁으로 인사 질서를 문란케 한 청탁직원 명단을 관리하기는커녕 관련 자료를 폐기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심지어 농협중앙회 충북지원본부의 경우 도박 관련자가 자체 특감을 실시하도록 해 부실조사를 초래하기도 했다. MB “농협 몇조 원 벌어 사고나 치고…”

이와 관련, 조 의원은 “쌀값 하락, 농업보조금 축소 등으로 농민들의 시름이 더 깊어지는 가운데, 농민의 피와 땀으로 운영되는 농협이 무법천지 신의 직장이 되는 건 농민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철저한 조사와 강력한 사후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고객 예금을 해지해 카드 대금을 메우는 일은 예사이고, 주식투자 자금 마련을 위해 공금을 횡령하는 등 농협중앙회의 임직원 비리 수위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직장 내 성희롱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지만, 이에 대한 농협중앙회의 감사 및 감독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농협중앙회의 이 같은 불법·탈법 비리 행위는 농협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의지를 천명한 바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과는 동떨어진 것이라는 점에서 향후 어떠한 조치가 내려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08년 12월 4일 이명박 대통령은 새벽 5시에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을 깜짝 방문해 상인들과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농협이 금융하고 뭐해서 돈을 몇조씩 벌었으니 번 돈을 농민들에게 돌려주라는 것”이라며 “농협이 돈 벌어서 사고나 치고, 농협이 정치를 하니까 안 된다”며 맹비난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농민을 위해 머리를 써야지, 농협 간부라는 사람들이 정치한다고 왔다갔다 하면서 이권에 개입한다. 농민들이 다 죽어가는데 말이다”라며 “농협에서 번 돈을 농민들에게 돌려주려면 장비 임대료를 훨씬 싸게 해줘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은 “농민들에게 빌려주고 (농협이) 조금 손해 봐도 된다”며 “매년 역대 농협 회장들이 전부 엉뚱한 짓을 하고 사고를 치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 농민들에게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거듭 비판했다. 물론,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당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인 노건평 씨가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로비와 관련하여 알선수재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게 들렸으나, 분명한 것은 향후 농협의 강도 높은 기강쇄신과 인적청산·구조조정 등을 예고하는 대목이어서, 농협 개혁에 대한 의지를 천명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 대통령으로부터 호된 꾸지람을 들은 농협중앙회(회장 최원병)는 연일 구조조정과 인적쇄신 등에 대한 방안을 내놓았으나, 문제의 핵심은 외면한 채 면피성 대책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농협, 근본 개혁의지 없이 면피용 대책만 내놔 당시 농협은 각 사업부문 대표 등을 불러 모아 가진 긴급대책회의에서 금융지주사 도입을 지배구조 개선책으로 제시하면서 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부문을 금융지주사와 사업지주사로 떼어내면 자연스럽게 중앙회나 중앙회장의 권한이 축소되고, 각 부문에 대한 영향력도 크게 약해진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하지만 각 지주사와 지주사 대표에 대한 중앙회장의 개입 범위와 인사권을 법과 정관 등 제도를 통해 근본적으로 제한하지 않는 한, 지주회사 체제만으로 지배구조 개혁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지배적이었다. 따라서 정부는 농협중앙회장을 사실상 명예직화하고, 중구난방으로 설립된 시·군의 농수산·식품 분야 연구기관을 해당 지역의 유망 특산품을 집중 연구하는 전문기관으로 특화시키는 등, 농협의 이익금을 농민을 돕는 경제사업 활성화에 우선 지원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농협 개혁을 추진하였다. 당시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09년도 업무계획을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에게 보고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농수식품부는 내년에 농협·수협·산림조합 등 각종 협동조합을 전면 개혁하고, 산하 공공기관들도 인력 감축 등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기로 했다. 특히 농협의 경우는 지배구조 개편 차원에서 대표이사 등에 대한 중앙회장의 인사추천권을 없애 사실상 명예직으로 만들었으며, 이사회가 실질적인 의결기구가 되도록 하고, 감사기구는 독립성을 키우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적쇄신과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해 중앙조직을 20% 이상 슬림화하고, 자회사는 통합하거나 매각하기로 했으며, 수협과 산림조합도 지배구조 개편과 인력·조직을 감축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고강도의 개혁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이번 국감을 통해 드러난 여러 가지 문제점 등으로 인해 농협이 개혁의지는 뒷전이고 당장 눈앞의 문제점만 피하고 보자는 식의 면피성 대책만을 내놨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