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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전도양양, 손학규 부활

재보선 결과에 울고 웃는 여야 지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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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42호 조신영⁄ 2009.11.03 09:50:26

10·28 재보궐 선거에서 ‘지역발전론’과 ‘이명박 정권 심판론’으로 맞붙었던 여야의 성적표가 나왔다. 안산 상록 을, 수원 장안, 강원 강릉, 경남 양산의 4개 재선거와 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의 1개 보궐선거로 치러진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은 양산과 강릉 2곳에서, 민주당은 안산·장안·충북 3곳에서 각각 승리해 3:2로 민주당이 판정승을 거뒀다. 지난 4·29 재보선에서 다섯 곳 중 단 한곳도 얻지 못했던 한나라당은 이번 재보선에서는 ‘텃밭’인 2곳에서 승리하며 체면치레에 그쳤다. 또한 민주당은 3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지만, 수도권 지역과 충북 지역에서 당선자를 배출했다는 점에서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정치권은 보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1석의 차이에 불과하지만, 실제 스코어 차이는 그보다 더 크다는 평가이다. 그 어느 때보다 관심 컸던 재보선 경남 양산은 한나라당 박희태 후보가 3만801표(38.13%), 민주당 송인배 후보가 2만7502표(34.05%), 무소속 김양수 후보가 1만162표(13.82%)를 얻어 한나라당 당대표였던 박 후보가 친노무현 주자인 송 후보를 4% 표차로 가까스로 이겼다. 강원 강릉은 한나라당 권성동 후보가 3만4834표(50.9%), 무소속 송영철 후보가 2만3097표(33.75%)로 권 후보가 크게 낙승했다. 안산 상록 을은 민주당 김영환 후보가 1만2743표(36.9%), 한나라당 송진섭 후보 1만278표(29.7%), 무소속 임종인 후보가 4923표(14.3%)로 김 후보가 이겼다. 수원 장안은 민주당 이찬열 후보가 3만8187표(49.22%), 한나라당 박찬숙 후보 3만3106표(42.67%), 민노당 안동섭 후보가 5570표(7.17%)를 얻어 이 후보가 박 후보를 예상보다 표차를 넓히며 이겼다. 충북 중부4군은 민주당 정범구 후보가 41.94%(31232명), 한나라당 경대수 29.64%(22077명), 무소속 김경회 후보가 20.11%(14,977명)를 얻어 정 후보가 여유 있게 이겼다. 한나라당은 여야의 최대 승부처였던 수도권 두 곳에서 모두 패했고, 충북에서는 참패했다. 이로써 한나라당은 강릉에서만 낙승을 거뒀을 뿐, 박희태 전 당대표라는 거물이 출마한 본거지 경남 양산에서도 근소한 차이로 이기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반면, 민주당은 여당 지역이었던 수원 장안에서 ‘견제론’을 앞세우며 승리를 거뒀다. 민주당은 세종시 논란으로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을 받았던 충북 지역은 물론, 야권 후보 통합이 무산됐음에도 불구하고 안산 상록 을에서도 승리를 거뒀다. 특히 경남 양산에서 송인배 후보가 선전하며 친노 진영의 힘을 과시했다. 투표율은 39.0%로 지난 4·29 재보선 때의 40.8%에 육박했다. 높은 관심 속에 선거가 치러졌음을 알 수 있게 하는 숫자다. 지역별 투표율은 안산이 29.3%로 5개 지역구 중 가장 낮았으며, 경남 양산이 43.9%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은 충북 중부4군 42.9%, 강원 강릉 40.3%, 수원 장안 35.8% 순이었다. 민주, 승리 거뒀지만 반MB 단일화엔 실패 한나라당이 2:3으로 패한 원인은 일단 당 내부 문제와 ‘반MB 민심’이 주요하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은 고질병인 공천후유증으로 무소속 출마자를 양산했다. 공천 탈락에 반발해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들의 선전이 여권표 분열로 이어졌다. 양산은 김양수 후보가 13.82%를 얻었고, 충북은 김경회 후보가 20.11%를 얻어 여권표를 완전히 나눴다. 안산에선 탈당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당내 반송진섭 세력이 ‘집단 탈당’을 경고하고 조직적으로 반발하면서 한나라당 조직의 표가 결집되지 못했다. 이슈에 민감한 수도권, 그리고 세종시 논란의 본거지인 충북에서의 패배는 한나라당의 ‘지역발전론’보다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심판론, 그리고 충청 유권자들의 표심이 더 깊었다는 의미가 된다. 반면, 민주당은 ‘이명박 심판론’이 가장 중요한 승리 요인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충북에선 ‘세종시 이슈’가 표심으로 직결됐고, 또한 양산의 ‘친노 세력’과 수원 장안의 ‘손학규 효과’ 라는 플러스 알파의 파워가 결합되면서 전반적인 승리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야권과 ‘반MB 후보 단일화’에 실패함으로써 이후 지방선거에서의 반MB 야권 단일화 동력을 크게 상실했다는 평이다. 한나라당에서 고개 든 ‘조기전대론’ 한나라당이 수도권 및 충북 지역에서 완패를 기록하면서 당내에서는 자연스럽게 ‘조기 전당대회론’이 불거지고 있다. 당내에선 어떤 형태로든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지도부 개편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크다. 내년 지방선거를 지금의 체제로 치른다면 ‘패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위기의식의 근본이다. 재보선이 열린 다음날인 29일,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는 재보선 중부권 완패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넘어, 조기 전대를 전제로 한 지도부의 정치일정 확정 등을 요구하는 의원이 적지 않았다. 권영진 의원은 “두 석 건진 것을 다행으로 여기는 당내 분위기도 있지만, 내용으로 보면 충북에서 30% 미만이 나오는 등 큰 패배”라며 “당 쇄신 여부에 따라 지도부의 미래도 보장된다”고 지적했다. 윤석용 의원 역시 “수도권 의원으로서 내년 지방선거에 우려할 만한 선거 결과”라며 정몽준 대표에게 정치일정을 조속히 밝혀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의원이 제기하는 ‘당 쇄신’은 앞서 4월 재보선 참패에 따른 당내 쇄신특별위원회의 당 쇄신안을 말하는 것으로, 여기에는 조기 전대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지도부 사퇴 혹은 조기 전대론은 친이 진영과 친박 진영 모두에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공론화될 가능성이 적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조기 전대론이 소장 개혁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면서 “그러나 당장 정 대표가 물러난다고 해도 대안이 없어 공론화될 가능성은 적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에선 손학규 부활하고 친노세력 결집 이번 재보선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수원 장안 이찬열 후보의 당선이다. 손학규 전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고 이찬열 후보를 승리로 이끈 만큼, 그의 정계 복귀도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민주당 내 차기 대선후보 경쟁이 시작되는 것을 의미하며, 복귀를 통해 손 전 대표가 ‘민주당 체질 개선’을 정면으로 들고 나올 수도 있다. 잠재적으로 당 내홍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원과 양산에서의 승리는 정세균 대표에게 계륵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 그러나 민주당이 수원에서는 승리했지만 양산에서는 패함으로써 친노 세력과 손학규 전 대표의 연대가 불가능해졌고 정 대표에게 위협적인 요인도 없어졌다. 경남 양산에서 송인배 후보의 선전은 정세균 대표에게 결과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 신인인 송 후보가 5선의 박 후보와 박빙 승부를 펼치면서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에 유리한 분위기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즉, 이번 재보선을 통해 민주당 안에서 정세균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강화됐다. 정 대표가 선거를 승리로 이끈 만큼,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당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정 대표는 그동안 민주당이 무기력한 가운데 리더십에 대한 불신을 받았으며 조기 전대론이 제기된 것이 사실”이라면서 “정 대표가 이번 재보선 승리를 통해 이런 상황으로부터는 탈출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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