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봉수 연세의대 내분비내과 교수 생활습관병이라 할 수 있는 당뇨병의 관리에서 가장 기본적이며 중요한 것은 바로 생활습관의 수정일 것이다. 제2형 당뇨병의 발생에는 흔히 유전적 결함과 함께 환경적 요인의 복합적 병인이 작용한다고 보고 있는데, 유전적 요인을 바꿀 수 없다면 환경적 요인, 즉 비만이나 운동 부족은 노력을 통해 개선할 수 있다. 적당히 골고루 먹는 식생활과 함께 자주 운동을 하면 되겠지만, 이미 당뇨병의 단계에 접어든 경우에는 조금 더 많은 지식과 교육을 통해 좀 더 나은 효과를 기대하도록 하는 노력이 중요하겠다. 다음에 식사에 관하여 기본적이며 상식적인 선에서 설명하고자 한다. 당뇨병 환자에게 권하는 하루 섭취 열량 식사요법은 적절한 열량의 결정으로 시작된다. 열량 섭취에 따른 체중의 변동은 아주 간단한 논리로 설명된다. 최근 열량 소비에 관련된 유전자 등이 보고되고 있어, 어떤 사람은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런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한다면, 섭취하는 열량에 비해 소모되는 열량이 상대적으로 많다면 체중이 감소할 것이고, 소모되는 열량이 적다면 나머지 열량은 지방의 형태로 체내에 저장되면서 체중은 증가하게 된다. 매우 단순한 논리이다. 하지만 한 사람에 대해서 어느 정도가 적절한 열량이라고 딱 잘라 말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예를 들면, 나이·성별·활동 정도·생활 습관 등에 따라 필요량이 달라지고, 한 사람에게서도 날마다 필요한 열량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섭취한 열량이 소모되고 남은 부분은 나중에 이용될 수 있도록 지방의 형태로 저장되어 남아 있게 된다. 이렇게 저장된 지방량이 어떤 신호를 보내어 음식을 먹고 싶거나 먹고 싶지 않는 상태를 결정한다고 한다. 따라서 정상적인 대사 상태에서는 매일 섭취하는 음식의 양이 달라도 몸에서 일정 수준의 조절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당뇨병과 같이 음식 섭취가 불규칙할 경우 곧바로 혈당 상승이라는 결과를 보이기 때문에, 좀 더 적절한 양의 음식을 제때에 적절히 섭취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환자에게 권하는 열량은 정상 체중의 경우, 남자는 체중 1kg당 30kcal/d, 여자는 25kcal/d로 정하고, 비만인 경우에는 여기에서 500~1000kcal를 뺀다. 그리고 저체중의 경우에는 500kcal 정도를 추가한다고 생각하면 간단하다. 단, 여기서 반드시 관리해야 하는 부분이 체중이다. 따라서 그 사람에 대하여 목표로 하는 체중을 유지하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에, 환자에게 체중을 주의 깊게 관리하도록 교육해야 되겠다.
탄수화물 섭취 증가가 비만의 원인 당뇨병 환자의 탄수화물 섭취에 대해서는 대단히 많은 논란이 있어 왔다. 우선, 포도당은 골격근의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포도당은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하게 하며, 혈중의 중성지방치를 올리는 원인은 바로 포도당이다. 탄수화물의 섭취량은 전체 열량이 적절할 경우 크게 문제되지는 않지만, 단순 당을 상대적으로 많이 섭취할 경우 혈중 혈당농도를 급격하게 증가시키고, 따라서 인슐린 분비를 과도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 당뇨병 환자인 경우에는 탄수화물 섭취량이 늘어날수록 혈당을 상승시킬 수 있다는 의미이다. 미국의 예를 들어보면, 전체 인구의 55%가 과체중 또는 비만 상태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성 때문에 콜레스테롤이 함유된 음식물을 기피하고 있어 전반적인 지방 섭취는 감소하고 있는데 비해 단백질 섭취가 증가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늘어나는 비만인구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원인은 바로 탄수화물의 섭취가 상대적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정제된 탄수화물, 예를 들면 설탕과 단 음식 등의 섭취가 증가함으로써 인슐린에 대한 효과가 감소하는 상태, 즉 인슐린 저항성을 보이면서 계속 비만이 지속되어, 이와 관련된 만성 대사성 질환인 당뇨병·고혈압·고지혈증 및 비만이 나타나게 된다. 그렇다면, 탄수화물의 섭취를 어느 정도로 권하는 것이 좋을까? 아마도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전체 섭취량의 60% 정도로 낮추는 수준이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식사량이 많은 환자의 경우에는 식사량을 줄이는 부분을 주로 탄수화물을 줄이는 방향으로 유도해야 되겠다. 즉, 비만인 경우나 체중이 늘어날 때, 식사량을 줄일 필요가 있을 때, 빵이나 떡·과일·과자·군것질·음료수 등을 제한하도록 하고, 식사를 할 때에는 밥(쌀)의 양을 줄일 것을 권해야 할 것이다.
혈당지수란 무엇인가 음식물의 당분이 모두 똑같은 정도로 혈당을 올리지는 않는다. 섭취한 탄수화물은 장에서 단당류(주로 포도당)로 분해되어 흡수되는데, 이런 분해 속도가 느리다면 같은 열량의 탄수화물 섭취에서도 혈당 상승의 효과는 다를 것이다. 이것을 혈당지수(glycemic index)라 하며, 흰 빵 100g을 섭취했을 때의 혈당상승효과를 100으로 잡고 나머지 식품을 이와 비교하여 표현한다. 예를 들어, 어떤 탄수화물 음식을 100g 섭취했는데, 흰 빵에 비해 혈당이 절반 정도 상승했다면 혈당지수는 50이 된다. 이론적으로는 대단히 중요한 개념이지만, 실제로 일상생활에 유용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다른 요소들도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같은 탄수화물 음식이라도 한 가지만 먹느냐 또는 다른 음식과 함께 먹느냐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고, 음식의 조리나 처리 방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또한 혈당지수가 낮다 해도, 상대적으로 지방이 많아 칼로리가 많은 경우(예를 들면, 초콜릿 등)에는 바람직한 음식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를 교육할 때 환자가 혼돈하지 않도록 정확한 지식을 전달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혈당지수가 낮은 음식을 주로 섭취하는 경우, 혈당 조절에 매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반드시 강조되어야 하는 것은, 탄수화물의 비율이 낯아 급격한 혈당 상승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음식이나 식품들이 대부분 지방을 많이 포함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이다. 또한 ‘무가당’이나 ‘무설탕’ 등의 표현이 ‘당분이 없다’거나 ‘칼로리가 낮다’ 또는 ‘몸에 그리 나쁘지 않다’ 등의 의미로 잘못 인식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무가당’이란 더 이상 당(설탕 등)을 첨가하지 않았다는 의미이지, 단순 당이 없거나 적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리고 ‘무설탕’의 경우에도 설탕(자당)이 거의 없을지는 모르지만 다른 형태의 단순 당(과당 등)이 많거나 지방이 많을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하겠다. 결국, 많은 물건을 팔아 이윤을 남기고 싶은 생산자의 교묘한 ‘합리적’ 광고에 소비자가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