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명옥 차의과학대학교 보건복지대학원 교수, 전 국회의원 지난주 대통령의 선서와 국회의원 선서를 소개한 바 있다. 오늘은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의미를 함께 숙고해 본다. 생명을 살리는 일이 얼마나 엄숙한 일인지…. 히포크라테스(BC 460~377)는 의학의 아버지, 의성이라 불리는 그리스의 의사 선생님이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생명을 다루는 의술을 예술이라 생각한 히포크라테스의 대표적인 명언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의과대학 졸업을 하면서(이 시기에는 이미 의사시험을 보고 발표가 끝나 의사면허증을 받은 상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다. 필자는 1979년 의과대학 졸업식장에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했다. 정말 두근대는 마음으로, 떨리는 마음으로…. 히포크라테스 선서 이제 (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음에, 나의 생애를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 나의 은사에 대하여 존경과 감사를 드리겠노라 나의 양심과 위엄으로서 (의술)을 베풀겠노라 나의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나의 (환자)가 알려준 모든 내정의 비밀을 지키겠노라 나는 (의업)의 고귀한 전통과 명예를 유지하겠노라 나는 동업자를 형제처럼 여기겠노라 나는 인류, 종교, 국적, 정당, 정파 또는 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노라 나는 인간의 생명을 그 수태된 때로부터 지상(至上)의 것으로 존중히 여기겠노라 비록 위협을 당할지라도 나의 지식을 인도에 어긋나게 쓰지 않겠노라 이상의 서약을 나의 자유의사로 나의 명예를 받들어 하노라 ‘의술은 인술’이라 생각하며 30년 전에 히포크라테스의 선서 이후 이대로 살겠다는 열정을 가지고 살려고 노력했다. 이쯤에서 생각해 보자. 인술로 따지면 정치만큼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인술이 없을 터. 한사람의 의사도 이러한 직업의식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가는데, 전 국민 4800만을 대상으로 사는 이 땅의 정치인들은 더한 직업의식을 가져야 하지 않겠나! 이 성찰은 국회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하며 내 심장을 강타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전 국민 앞에서 선서한 정치인은 얼마나 온 생명과 삶을 다하여 선서한 바를 수행해야 할 것인가! 더하여 실상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모든 이들에게 공통되는 윤리의식, 직업의식이라는 깨달음까지 더했다. 한 번 분석해 보자. 히포크라테스 시대(학설이 많은데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기원전 4~5세기경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역사가들이 추정)에는 직업의 분화는 미미했을 것이다. 히포크라테스 시대의 의사는 의학만을 전공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참 뒤의 인물인 15세기 레오나르도 다빈치 시대에도 개인 다빈치는 의학, 수학, 물리, 천문, 지리, 토목, 기계 분야는 물론 예술가로서도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하지 않았던가. 기원 전 시기에도 이러한 투철한 직업의식, 윤리의식이 있었음을 엿볼 수 있는데 오늘날 우리의 직업윤리, 살아가는 철학과 신념은 어떠한가? 이 세상의 모든 직업이 서로를 위해 존재한다. 생명을 존중하고 인류의 발전을 위하여…. 확대하자면 서로가 서로에게 선물로 존재하는 것이다. 국회의원 시절, 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의학에 종사하는 사람만의 선서가 아닌 이 세상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직업윤리라는 섬광과 같은 강렬한 깨달음이 천둥 뇌성으로 마음을 쳤다. 오늘 이 글을 읽는 독자들께 제안한다. 하는 일, 직업, 학문에 대비해 히포크라테스 선서 구절을 한 마디 한 마디를 다시금 되새겨 보기를. ( )안에 자신이 하는 일과 대상을 대입해 보면 어떨까? 살맛나는 직업에 대한 대단한 사랑과 열정, 자부심, 인생의 존엄성을 가지고 자신의 일을 하며 살라는, 얼마나 장엄한 메시지인가! 어떤 일을 해도 이와 같은 신념과 태도를 견지한다면 이 세상이 단숨에 밝아지지 않을까? 나쁜 일을 하고 살 사람이 없어지는 세상이 될 것이다. 이 세상이 낙원이 될 것이다. 그리하여 국민 앞에 엄숙한 선서를 한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 공무원들은 물론 모든 국민 각자가 자신의 명예를 걸고 한 세상을 밝고 맑고 고귀하게 살아가는 대한민국을 꿈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