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으로 현대 문명의 상징으로 치부되는 고급 자동차와 도심의 화려함을 그려내던 작가 장재록(34)이 멋진 자동차가 아닌 심장과 같은 엔진을 전시장 한 가운데 설치했다. 그것도 8톤이 넘는 시멘트에 엔진을 넣은 후 마치 미래 세상에서 과거의 유물을 발굴한 모양을 선보이고 있다. 11월 8일부터 29일까지 종로구 통의동 아트사이드 갤러리에 '가속의 상징'이란 부제로 설치, 영상, 드로잉 평면작품 20여 점을 공개하는 장재록의 개인전 풍경이다. 그동안 수묵으로 뉴욕의 가장 번화한 타임스퀘어의 밤 풍경과 속도를 상징하는 자동차를 멋들어지게 그려내어 주목을 받아온 작가를 상상하던 관객들에게는 사뭇 놀라움을 가져다준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화려한 도시의 이면에 놓여있는 산업사회의 허무함을 역설적으로 그려내었던 전작에 비해, 엔진과 같은 동력기관이야말로 미래에서 현대를 발굴하거나 시대상을 확인하려 할 때 가장 먼저 찾아야 할 유물이 될 것이라는 주장을 펼친다.
기존에 표현해 온 수묵기법을 한 단계 더 풍부하게 표현하는 섬세함도 함께 선보인다. 흑백의 또 다른 화려함과 다양한 색의 깊이를 보여주는 면 천 위에 수묵으로 작업하는 기존의 재료는 고수하면서 그 색감을 한 층 더 풍부하게 그려냄으로써 흑백이지만 강렬한 색채가 느껴지는 세밀함도 관람객이 놓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아티스트에게 변화는 자연스러운 일이겠지만, 의미만으로 연결 지어진 상징물을 가지고 시멘트로 덮어버린 수입자동차의 엔진의 모습만을 가지고는 화려함과 허무함이라고 하는 산업사회가 지니고 있는 양면의 감정들을 올곧이 전달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로 여겨진다.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