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6호 왕진오⁄ 2013.01.01 19:30:52
동시대 아티스트들에게 '생존의 문제'와 관련하여 작가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행하고 있는가에 대한 흥미로운 논의의 장이 2월 17일까지 종로구 세종로 일민미술관에 펼쳐진다. '갈라파고스'전으로 명명된 이번 전시는 윌킴, 강소영릴릴, 송호준, 안두진, 정소영 5명의 작가들이 만들어낸 '기술'의 시각적 자극을 통해 관람객으로 참여하는 개개인에게도 새로운 생존의 기술이 생겨나 이에 대한 공유의 장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오늘날 아티스트의 작업은 우리가 흔히 '미술'이라는 단어에 기대하는 미적 유희이기 보다는 시각적 아름다움을 포함한 창의적 기술에 대한 논의의 시발을 만들어 낸다. 그것이 아름답던 혹은 그렇지 못하던 간에 인간이 만들어낸 기술의 중심에는 '생존의 문제'가 자리한다. '진화심리학'에 따르면 예술은 생존 후의 잉여활동으로서의 가치라 아니라 생존의 기술을 강화시켜주는 기술이다.
윌킴, 강소영릴릴, 송호준, 안두진, 정소영 5명의 작가들은 제각각 생존을 위한 창의적 기술을 제시한다. 가장 강한 힘을 가지는 것, 이와 관련한 기계를 발명하는 것, 기록을 남기는 것, 힘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 공통된 경험을 위해 거대한 숭고함의 기점을 만드는 것에 관한 이야기는 회화, 영상, 설치 등 각각의 다양한 시각적 결과물로 보여준다. 전시에는 '갈라파고스'라는 소설의 문구가 작품과 함께 선보인다. '갈라파고스'(커트 보네거트, 1985)는 진화론의 배경이 되는 에콰도르의 섬 갈라파고스를 여행하게 된 사람들이 운석에 의해 지구의 인간이 멸종된 이후 백만 년에 걸쳐 물고기로 진화하여 살아남게 되는 과정을 묘사한 공상과학 소설이다. 예술을 통한 기술은 식량, 주거, 환경적 위험의 극복과 같은 일차적 행위가 아니라 일차적 행위를 뒷받침 하고 그 결과인 생존을 '강화'시켜주는 기술이다. 따라서 소설의 스토리에 나오는 생존을 위한 일차적 행위들과 작가의 작품에서 다루어지는 기술의 연결이 예술과 생존의 관계의 논의에 대해 흥미로운 매듭의 형태를 보여준다. 전시에서 작가들은 작품에서 시각적 설명을 위해 어느 정도 격리된 상황이나 그에 따른 시각적 연출은 하지만 그 안에서 인간의 극단적 감정에 집중하거나 또는 격리된 상황에서 생명의 유지를 위한 논리적 방법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각각의 작품들과 그 집합은 창의적인 각자의 방법을 고안해 내기 위한 자극을 위한 장치로의 역할을 하게 된다. 작품은 개별로서 혹은 다른 작가의 것과 더해져 공공의 생존에 도움이 될 만한 새로운 기술을 제안하며, 시각적 자극을 통해 관람객들로 하여금 개개인의 전략을 공유하게 한다.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