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 샷에서 안정적인 피니시 동작의 밸런스를 찾는 것이 스윙의 궁극적인 목적은 아니다. 그러나 피니시 동작의 밸런스는 임팩트 간에 동작의 조화가 잘 이루어졌는지 확인하는 증거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아마추어 골퍼들은 밸런스 있는 스윙이 등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를 최소로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번호에서는 CNB저널이 KLPGA 김선미 프로(강남 스포월드 소속)와 함께 지난 318호에 이어 아이언 샷 각개의 동작에서 <올바른 스윙>과 <잘못된 스윙>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골프장의 얄미운 원숭이 “가방을 갖고 튀어라!”
6년 전 김선미 프로가 선수생활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던 말레이시아 전훈지. 김 프로는 다음해 투어에서 좋은 결실을 맺기 위해 동료 프로선수들과 함께 동계훈련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동계훈련이 두 달 가량 진행되면서 합숙하던 골프장이 지겹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한국에 돌아오기 며칠 전 김 프로와 동료들은 평소 연습하던 골프장이 아닌 외부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갖게 됐다. 김 프로는 모처럼의 외부 라운딩이라 쇼핑도 하고 살 것도 많이 있어서 지갑을 챙겨 갔다고 한다. 외부 골프장의 마스터가 플레이를 하기 전에 “이곳엔 원숭이가 많이 돌아다니니 소지품도 잘 챙기고 몸조심하세요”라고 주의를 줬다. 처음에 김 프로는 플레이에 집중하기 위해 소지품 가방을 골프백에 넣고 라운딩에 임했다. 그곳의 코스는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설계된 곳이라 페어웨이만 벗어나면 우거진 숲이 이어지는 멋진 곳이었다. 전반 9홀을 마치고 간단히 음료수를 사먹기 위해 김 프로가 골프백에서 지갑이 든 소지품 가방을 꺼낸 뒤에는 이를 카트에 올려놓은 채 아무 생각 없이 후반 라운딩에 임했다. 후반 3~4홀에 세컨 샷을 하려고 클럽을 가지러 카트로 갔는데 이게 웬일인가? 원숭이가 김 프로의 소지품 가방을 갖고 도망치려는 것이었다. 김 프로는 “야! 내 가방 거기 안 놔”라고 소리를 질렀지만, 원숭이는 들은 척도 않고 가방을 손에 든 채 쳐다보기만 했다. 캐디 아저씨가 골프채를 휘두르며 뛰어 가는데도 원숭이는 카트위에서 눈만 멀뚱 멀뚱거리며 쳐다보다가 결국은 김 프로의 소지품 가방을 들고 도망쳐 버렸다. 김 프로는 “아! 도둑을 눈으로 보고도 놓치다니... 원숭이 짜식! 정말 짜증나네”라고 울먹이며 속상해 했다. 그 가방 안에는 현금과 카드가 들어 있는 지갑을 비롯해 썬블럭, 화장품 등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도저히 골프 칠 기분이 아니었지만, 몇 홀 남지 않아 그냥 남은 홀을 다 치려 했으나 이게 웬일. 갑자기 천둥과 번개가 치면서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니 이게 뭐야? 가방도 도둑맞고, 비도 쫄딱 맞고’ 김 프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란 이럴 때 쓰는 건가 보다 했다. 결국 천둥이 무서워서 골프를 중단한 채 남은 홀을 내려왔다. 김 프로는 지금도 ‘타국에서 그것도 원숭이한테 도둑맞고, 또 살다 살다 골프 치면서 이런 일이 또다시 생길까?’라는 생각이 스치자 그 원숭이가 다시 한 번 괘씸하고 얄밉다고 토로했다. 김 프로는 “당시 내 소지품을 들고 눈만 멀뚱멀뚱 쳐다보던 그 원숭이의 표정이 지금도 생생하다. 한편으론 그 표정이 귀엽기도 하고... 또 내가 열 받은 걸 알았는지 하늘에선 소나기가 내려 열을 식히려 했는지도 모르겠다”며 소회를 전했다. 진행 = 이진우 기자 voreolee@cnbnews.com 사진 = 왕진오 기자 wangpd@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