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김재화 골프 세상만사]남의 불행이 나의 불행 될 수 있다

  •  

cnbnews 제323호 박현준⁄ 2013.04.22 10:36:17

사람의 ‘심뽀’(심보의 황해도 사투리)가 그렇다.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 남 잘되는 꼴 못 봐주고, 남 잘못에 고소해 한다. 친구가 고급 자동차를 타고 으스대는 꼴에 눈꼴시었는데, 차 사고가 크게 났다니 걱정은커녕 마구 신이 날 지경이다. ‘나는 안 그러는데’ 하실 분, 계시다는 것도 안다. 다른 스포츠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골프에서는 내가 잘해서 이기는 경우만큼이나 상대가 못해서 내가 우승하는 때도 왕왕 있다. 내가 1타를 뒤진 상황에서 마지막 18홀에 들어섰는데 상대는 파에 그치고 나는 이글을 해서 뒤집기에 성공하기도 한다. 똑같이 내가 1타 뒤져 있다가 난 평범한 파에 그쳤는데, 상대가 그만 최악의 더블보기를 해서 우승을 줍는 일도 꽤 있다는 말이다. 그때 ‘남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수양 덜 된’ 사람들의 일반적 인식일 것이다. 오래 전 이야기다. 미국 PGA토너먼트 시상식 중계방송에서 아나운서가 우승자에게 승리의 요인을 묻자 “우승의 영광을 잭 니클로스에게 돌리겠습니다”고 말했다. 그 경기에 잭도 출전을 했지만, 그 선수와 잭이 무슨 특별한 관계에 있었던 것이 아니었기에 사람들은 의아해했다. 챔피언은 이어 “경기를 앞두고 연습경기를 하면서 티샷에 큰 문제가 있음을 알았죠. 그래서 이번 토너먼트 출전을 망설이다가 이 고민을 잭에게 지나가듯 털어놓았더니 그가 함께 샷 연습을 해보자고 하더군요. 제 문제점을 알아보려고요. 결국 잭 덕분에 제 문제점을 파악했고 고칠 수 있었죠”라고 밝혔다. 이 대답에 깜짝 놀란 아나운서는 이번에는 마이크를 니클로스에게 넘기면서 “왜 경쟁 선수를 도우려 했습니까?”라고 묻자, 거장 니클로스는 “경쟁 선수가 발전하도록 돕지 않았다면 저를 비롯한 모든 선수가 훈련을 게을리 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자극이 없으니까요. 골프계의 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입니다”라고 담담히 답했다. 경쟁은 아름답다. 어떻게 해서든 상대를 끌어내려 짓밟고 올라서는 그런 잔인하고 비정한 경쟁 말고, 상대도 잘하지만 그걸 자극으로 삼아 나는 더 잘해서 이기는 선의의 경쟁은,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 우리 솔직히 말하자. 배판이 걸려있는데, 상대가 OB(아웃 오브 바운스)를 냈다. 이때 당신이 외치는 “아이고! 어쩌다 이런 일이!”라는 말은 진심에서 나온 위로의 탄식인가, 아니면 ‘크크크! 이거 웬 떡이냐!’라는 마음의 환호를 숨긴 위장언어인가? 앞의 것이 아니어서 말 못하실 것이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자. 상대가 숲속으로 볼을 날리는 OB를 냈을 때, 그 순간부터 내 샷은 지극히 소극적이 되고 만다. 호쾌하게 날릴 생각은 접고 어떻게든 페어웨이 위에만 간신히 올리려는 몸 사리는 샷에 그치고 만다. 그러다가 심지어 나도 점수가 엉망이 되어 상대의 불행이 꼭 내 행복이 아닌, 내게도 불행이 되는 경우가 많이 나온다. 어쨌건 그런 오그라드는 샷을 해서 겨우 그 홀을 이긴다 치자. 실력은 도대체 언제 늘 것인가? 김인경이 손바닥 거리의 짧은 퍼트를 놓쳐 우승을 유선영에게 내준 적이 있다. 2012년 LPGA 중에서도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18번홀 퍼트 때 김인경의 공은 홀을 아슬아슬하게 지나쳐 버디를 못하고 파 찬스가 됐다. 거리는 한 뼘에 불과했지만 공은 홀을 메비우스 고리처럼 다시 핥고 김인경 쪽으로 굴러와 보기가 됐다. 그녀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손을 입으로 가져갔다. 이때 유선영이 우쭐했다면 자신도 그런 불행을 겪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학교에서 1등이 전학을 가서 만년 2등이었던 내가 1등을 하는 것보다는, 내가 노력해서 1등을 앞선다면 그 승리가 얼마나 값질까? 그러려면 상대가 계속 잘하기를 바라자는 이야기다. 그래야 나도 자극이 될 테니까. - 김재화 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장 (골프작가/언론학박사)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