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의 화가로 불리는 김종학(77)화백이 지난 30여 년간 설악산에 살며 담아온 자연의 풍경 그림들을 6월 12일부터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 본관·신관·두가헌갤러리 전관에서 '진정(眞情)―김종학 희수전'이란 이름으로 펼쳐놓는다. 전시에는 대작을 비롯해 1970년대 초기 작업을 볼 수 있는 판화와 목판 원본, 1980~1990년대 인물화 등 60여점이 나온다. 김 화백이 수집한 전통 농기구도 전시장에 설치했다. 30여 년 동안 설악의 자연과 벗하며 지내왔지만, "보이는 대로 그리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화가라는 것은 자신의 생활공간 주변의 것을 화폭에 담아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작업실과 설악산 이곳저곳에 핀 야생화들을 자연스럽게 그려냈다"고 말했다. 작품 속의 자연의 모습을 기운생동이 강하게 드러난다. 들풀이나 야생화 등이 많은 이유는 자연속의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조형미 때문이다. "내 그림은 서양화를 가지고 동양화를 그린다고 할 수 있다. 동양화 기법을 알고 있다"며 "내 작품도 직간접적으로 율동과 힘이 살아 있다"고 강조했다. 화면의 다양한 원색이 눈을 자극한다. “원색 사용은 위험하기도 하지만, 자꾸 대담하게 써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혼하고 설악에 들어가 하고 싶은 대로 하자고 마음먹고 나서 색을 사용하는 데 자유로워진 것 같다.”
갤러리현대 신관 1층에 전시된 전통 농기구는 30대 초반부터 수집한 것들이다. 김 화백은 그동안 목가구, 보자기, 수저집 등 민예품은 등을 모아 왔다. “당시 부르는 값을 다 주고 샀다. 주위에서는 ‘김종학이 속아서 샀다’고도 했는데 신경 쓰지 않았다”며 웃었다.1987년 목기를 중심으로 300여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시인이었던 할아버지가 ‘화가는 육십이 넘어야 하고, 시인은 칠십이 넘어야 예술가가 된다’고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할아버지 말씀이 다 맞다”며 “여기서 주저하지 않고 죽을 때까지 작업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전시회는 7월7일까지. 문의 02-2287-3500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