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대북전단 살포 제지는 적법” vs 정부 “표현의 자유” 원칙 고수
지역주민에게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으로 볼 수 있다는 판결 내려져 주목
▲지난 12월 23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애기봉전망대 앞에서 종교단체인 기독당 신도(왼쪽)와 대북전단 살포 및 애기봉 등탑 반대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애기봉전망대 등탑 재설치 여부를 놓고 언쟁을 벌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CNB저널=안창현 기자) 북한의 위협으로 국민 생명이 명백히 위험한 상황에선 당국이 대북전단 살포를 막는 것이 적법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의정부지법 민사9단독 김주완 판사는 대북전단 풍선 날리기 활동 방해로 입은 정신적 피해 등에 대해 배상금 5천만원을 지급하라며 탈북자 이민복(58)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를 6일 기각했다.
‘제한이 과도하지 않은 이상’이라는 단서가 달리긴 했지만, 법원의 이번 판결은 ‘막을 수 없다’는 정부 공식 입장과 상당 부분 다른 판단이어서 주목된다.
법원은 휴전선 인근 지역주민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살포를 제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김 판사는 이날 오후 열린 선고 공판에서 그 위협의 근거로 북한이 보복을 계속 천명해왔고, 지난해 10월10일 북한군 고사포탄이 경기도 연천 인근의 민통선에 떨어졌던 점 등을 들었다.
또 이씨가 야간에 비공개적으로 대북전단이 실린 풍선을 날리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대북전단을 실은 대형 풍선이 북한측 군인에게 포착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봤다.
김 판사는 “당국의 제지도 과도하지 않았다”면서 “원고가 주장하는 경찰과 군인의 제한 행위는 직접적인 물리력 행사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지난해 6월5일 법원에 2003년 이후 지금까지 국정원, 군, 경찰 공무원 등이 신변보호 명분으로 감시하면서 대북풍선 활동을 방해했다고 대한민국을 상대로 한 소장을 제출했다.
이씨는 북한 주민의 알권리와 인권 실현을 위해 대북풍선을 날리는 것이며 이는 표현의 자유 행사이므로 국가가 막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판결 선고 전날인 5일에는 새해 들어 처음으로 경기도 연천군 민간인통제선 인근에서 대북전단을 대형풍선에 매달아 날려보내고, 이를 찍은 동영상을 방송사에 제공한 바 있다.
한편, 정부는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한 관계자는 법적 근거 없이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적 권리인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행위 자체를 규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안창현 isangahn@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