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이슈 - 여성들, 색(色)에 빠지다]PART 2: ‘날 만족시킬 남자’ 찾는 쿠거女 등장
사회·경제적 지위 오른 여성들의 사냥본능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과거와 비교해 사회·경제적 지위가 향상되면서 성적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남자에게 의존하지 않으며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센 언니’ 트렌드가 한국에 휘몰아치고 있다.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잘 살펴보면 주도권을 남자가 아닌 여자가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겉으로 보면 억만장자 그레이가 아나스타샤에게 ‘SM 성관계’ 계약서에 사인하라고 강요하지만 최종적으로 사인을 할지 안 할지의 결정권은 여자가 갖고 있고, 그레이는 아나스타샤가 혹시 사인하지 않을까봐 전전긍긍한다.
아나스타샤는 계약서를 철저히 검토하며 원치 않는 항목의 삭제를 그레이에게 요구한다. 그레이는 아쉬워하면서도 이에 따른다. 즉 성관계를 맺을지 말지, 성관계에서 만족을 할지 안 할지를 정하는 주체가 남자가 아닌 여자가 된다는 게 이 소설-영화의 줄거리다.
아나스타샤는 처음엔 성경험이 전혀 없는 숙맥으로 등장하지만 막상 관계가 시작되자 적극적이고 과감한 모습을 보인다. 순진한 여자가 노련한 남자의 대시를 받지만 결국 ‘알고 보니 센 여자’인 그녀가 최종 결정권을 쥔다는 설정이 여자들의 폭발적 인기를 끈 요인이다.
과거 수동적이었던 여성들이 왜 21세기에 들어선 이처럼 적극적으로 바뀐 것일까? 그 원인을 밝혀주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심리학과의 엘리 핀켈 교수는 ‘스피드 데이팅’ 관련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스피드 데이팅은, 여자가 테이블에 한 명씩 앉아 있고 남자들이 테이블을 5분씩 돌아가며 대화를 나눈 뒤 최종 데이트 상대를 고르는 방식이다.
핀켈 교수는 원래 방식대로 ‘여자가 앉고 남자가 방문하는’ 방식은 물론, 순서를 바꿔 ‘남자가 앉고 여자가 방문하는’ 방식도 실험해봤다. 그러자 놀라운 결과가 도출됐다. 전통적 방식에서는 조신하게 얌전빼며 남자를 기다리던 여자들이, ‘기다리는 남자들’을 둘러보는 입장이 되자 “이 남자도, 저 남자도 다 괜찮다”는 적극적 태도로 돌변한 것이었다. 사냥을 당하느냐, 하느냐에 따라 심리변화가 일어날 뿐, 여자가 항상 소극적은 아니라는 결과다. 연구팀은 “변화에 민감하고 호기심에 충만한 여자들은 남녀관계에서 새 차원을 찾아 돌진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걸그룹도 ‘센 언니’ 트렌드가 대세
가요계에서도 ‘센 언니’ 트렌드가 거세다. 대놓고 ‘센 언니’ 콘셉트로 돌아왔다고 밝힌 걸그룹 포미닛과 가수 가인은 남성팬보다 여성팬이 더 많다. 포미닛은 “이번 앨범은 남성팬보다 여성팬을 위해 신경 썼다. 센 음악을 선보이면 ‘포미닛답다’는 반응을 받는다”고 밝혔다. 포미닛의 변신에 여성팬들은 “멋있다”는 반응을 보였고, 신곡은 한국과 중국의 음원차트 1위에 오르는 파워를 보였다.
▲그룹 포미닛은 신곡 ‘미쳐’에서 강한 콘셉트를 선보였다. 사진제공 = 큐브엔터테인먼트
치근덕대는 남자에게 욕설을 날리는 노래 ‘Fxxk U’로 화제가 된 바 있는 가인은 신곡 ‘파라다이스 로스트’에서도 능동적 여자 이미지를 고수한다. 작사가로서 전체 앨범 작업에 ‘리릭 프로듀서(lyric producer)’로 참여한 김이나는 “가인에게는 아기 같은 모습, 교태부리는 여자, 완전 센 언니까지 3개의 다른 이미지가 다 있다”며 “이번 타이틀곡 ‘파라다이스 로스트’는 센 언니 콘셉트”라고 소개했다. 가인의 노래는 음원이 공개된 3월12일 각종 음원사이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센 언니’를 콘셉트로 한 신곡 ‘파라다이스 로스트’로 돌아온 가인. 사진제공 =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센 언니의 원조라면 물론 2NE1이 있다. ‘섹시 걸그룹’ 콘셉트가 가요계를 지배할 때 2NE1은 야구방망이를 들고 나와 마구 부숴대면서 ‘내가 제일 잘 나가’를 외치는 노래를 히트시키며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섹시-청순 이미지로 남성 팬덤이 막강한 소녀시대와는 완전히 대척점에 선 이미지다.
▲매번 강한 여성의 이미지를 선보이며 여성 팬덤을 구축한 그룹 2NE1. 사진제공 = YG엔터테인먼트
요즘 TV에선 여성 래퍼들이 등장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언프리티 랩스타’도 인기다. 남성 래퍼가 중심을 이루는 ‘쇼미더머니’를 지나 여성 래퍼만 등장하는 경쟁 구도를 택했는데, 여성 래퍼들이 거침없는 랩을 선보이고 거칠게 욕설까지 내뱉는 모습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여성 래퍼들의 대결 구도를 그리며 인기를 끌고 있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언프리티 랩스타’ 출연진들. 사진제공 = 엠넷
더 여성스러운 모습을 보인 릴샴은 탈락했고, 남자로 구성된 판정단 앞에서 솔직하게 “기분 나빠” “경쟁 상대 없어”라고 거침없이 내뱉는 제시, 치타가 승승장구다. 제시와 치타가 함께한 노래 ‘마이 타입’은 현재 각종 음원사이트 상위권에 올라 있다.
강한 여성이 부각되는 세태에 관해 가요기획사 포츈엔터테인먼트의 임영진 실장은 “여성팬들이 마음속으로는 원하지만 시도해보지는 못한 센 여자 캐릭터를, 스타들에서 대리만족하려는 성향도 있다”고 밝혔다.
‘남자 찾는 쿠거족’ 뮤지컬 등장
쿠거(Cougar)라는 동물이 있다. 북미산 덩치 큰 고양이다. 먹이를 찾아 어슬렁대는 쿠거처럼, 자신을 만족시켜줄 남자를 찾아 어슬렁대는 여자를 지칭하는 속어이기도 하다. 여성들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짐에 따라 최근엔 ‘연하남만 찾는 돈많고 능력있는 여자’ 혹은 ‘연하남과 교제-결혼하는 여자’란 의미로 쓰인다.
4~5년 전만 해도 할리우드의 여자 스타들이 섹시한 연하남만 골라 사귀는 게 새로운 트렌드로 보도됐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여배우 데미 무어가 스무살 정도나 어린 남자를 애인으로 삼은 것 등이다. 이에 외신들은 ‘잘 나가는 여배우들은 다 미소년을 데리고 논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젠 특이 현상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가수 백지영이 9살 연하 배우 정석원과 결혼했고, 한혜진은 7살 어린 기성용과 결혼했다.
‘무대 위의 섹스 앤 더 시티’라 불리는 미국 뮤지컬 ‘쿠거’가 4월 국내 무대에 오른다. 이 뮤지컬은 40~50대 미국 여성들의 지지를 받으며 2012~2014년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에서 300회 이상 장기 공연을 전회 매진시켰다.
▲4월 개막을 앞둔 뮤지컬 ‘쿠거’는 젊은 남자들과의 연애와 사랑을 통해 개인의 행복과 성적 만족감을 찾아가는 중년 싱글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사진제공 = 쇼플레이
중년 싱글녀 릴리, 클래리티, 메리-마리가 주인공으로, 인생을 즐기고픈 욕망을 숨긴 채 살아가다가 젊은 남자들과의 연애와 사랑을 통해 행복과 성적만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뮤지컬이다. 공연 제작사 쇼플레이는 “머릿속으로만 그리며 꿈꿔온 여자들만의 은밀한 상상을 무대 위로 끌어올려 즐거움과 짜릿함을 선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금영 기자 geumyou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