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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슈 - 여성들, 색(色)에 빠지다]PART 1: “솔직하고 센 여자가 대세”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등 통해 보는 요즘 여자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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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22호 김금영 기자⁄ 2015.03.19 09:03:12

▲남성 관람 불가를 내세운 ‘미스터쇼’ 공연 장면. 사진제공 = 미스터쇼프로덕션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멕시코에서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보던 한 여성이 흥분을 참지 못하고 부적절한 행위를 하다가 연행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한국의 공연장에서는 키 180cm 이상의 훤칠한 근육질 남성들이 ‘예쁜’ 엉덩이를 흔들어대면 여성 관객들이 환호한다. 박칼린 감독이 연출한 ‘미스터쇼’다.

과거 한국에선 “전 아무것도 몰라요”라며 순진하게 순종적이던 여성이 인기가 있었다. 요즘 이러다가는 ‘민폐녀’ ‘내숭녀’라고 외면 받을 수 있다. ‘솔직한 여자’ ‘센 여자’가 대세다. 여성들이 수동적 자세에서 벗어나 주체적으로 솔직하게 욕망을 표현하는 시대가 왔다.



여성들이 성적 욕망을 표현하는 데 당당해지고 있다. 관련 문화 콘텐츠들도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시초가 된 작품은 1998~2004년 방영된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다. 성격뿐 아니라 성에 대한 개성도 완전히 다른 네 여자가 풀어내는 ‘성 담론’을 소재로, 여성 입장의 섹스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냈다.


이 드라마는 특히 여성에게 공감을 얻었고, 인기에 힘입어 2008, 2010년에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섹스 앤 더 시티’는 여성의 성적 욕망을 솔직하게 풀어내면 대중으로부터 어떤 반응을 끌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였다.

이후 ‘제2의 섹스 앤 더 시티’라는 식으로 성격이 규정되는 문화 콘텐츠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리얼리티 프로그램 ‘달콤한 나의 도시’, 미니시리즈 ‘미스 맘마미아’ 등이 방영됐다.

이런 흐름 속에서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콘텐츠는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뮤지컬 ‘쿠거’, ‘미스터쇼’, 만화 ‘나쁜 상사’ 등이다. ‘나쁜 상사’는 네온비 작가가 레진코믹스에 2013년 8월부터 연재한 성인용 유료 웹툰 만화로, 20~30대 여성이 주요 독자층이다. 레진코믹스는 만화가 연재된 10개월 동안 약 3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네온비 작가의 성인 웹툰 ‘나쁜 상사’ 책 표지. 이 작품은 10개월 동안 약 3억 원 수익을 올리며 여성 독자들에게 사랑받았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이하 ‘그레이 50’)는 소설이 원작이다. 평범한 주부였던 E. L. 제임스가 첫 소설로 내놨는데, 여대생 아나스타샤 스틸이 20대 억만장자 크리스천 그레이로부터 받는 노골적인 SM(사도마조히즘, 가학-피학적 성행위)과 그 과정에서 이뤄지는 사랑 얘기를 다뤘다.

놀라운 점은, 지극히 평범하다 못해 “저질 3류”란 평가를 받은 이 소설이, 2011년 발간 뒤 50여 개국에서 번역되면서 무려 1억 부가 넘게 팔렸다는 것이다. 물론 주요 독자층은 여자다. 그래서 ‘엄마들의 포르노’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엄마들의 포르노’라고 불리며 여성 독자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E.L. 제임스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여대생 아나스타샤 스틸과 청년 억만장자 크리스천 그레이의 노골적인 성행위가 담겼다. 사진제공 = UPI 코리아

폭발적인 인기에 따라 영화화가 진행됐고, 국내엔 2월 25일 개봉했다. 배급사 UPI 코리아에 따르면 여성 관객의 예매율이 70%에 육박하는 등 한국 여성들의 절대 지지를 받고 있다. 소설이 3부로 이뤄진 만큼 앞으로 속편이 계속 나올 예정이다.


로맨스·매력적인 남성·심미적 흥분의 3박자

영화의 어떤 점에 여성들은 환호하는 것일까? SM이라면 여자를 남성이 묶어놓고 때리는 등 여자라면 끔찍하게 여길만한 소재인데, 어떻게 이런 소재의 러브 스토리가 세계 여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일까?

영화를 본 한국 여성의 반응에 그 해답이 들어 있다. 영화를 관람한 32세 여성은 “남성 위주의 포르노에선 기승전결 없이 그냥 가학적인 성행위에 초점이 맞춰지는데, ‘그레이 50’엔 SM 같은 파격적인 성행위가 등장하긴 하지만 그 중심에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의 로맨스가 있어 가슴 설렜다”고 말했다.

저자 E. L. 제임스는 자신의 소설에 대해 “순진하지만 대담한 면모를 가진 여대생이 과거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단순한 스토리 구조이지만, 무조건적인 사랑이 치유를 이끄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 SM적 섹스 신이 화제가 됐지만 정말 독자들을 매료시킨 부분은 진솔한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집필 의도를 밝혔다.


▲파격적인 성 행위가 등장하는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로맨스가 적절히 가미돼 여성 관객들의 판타지를 자극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 = UPI 코리아

‘그레이 50’의 두 번째 인기 요인으로 언급되는 것은 남자주인공의 ‘미모’다. 27세의 억만장자에다가 그리스 조각상처럼 잘생긴 외모, 차고에는 최고급 명품 차가 즐비하고 여자를 위해 순백색 헬리콥터를 날려주는 남자다. 여성의 성적 판타지를 자극하는 모든 요소를 갖고 있는 매력덩어리다.

흔히 남자들은 ‘남자는 예쁜 여자만 찾지만, 여자들은 남자의 미모에 상대적으로 둔감하다’고 알고 있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2009년 영국 브루넬 대학의 아킴 쉬츠볼 교수팀이 남자 대학생 427명, 여자 대학생 433명을 대상으로 ‘하룻밤 사랑(원 나이트 스탠드)’을 소재로 실시한 조사결과가 참고할 만하다.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속 남자 주인공 그레이는 억만장자에 잘생긴 외모를 지녀 여심을 자극한다. 사진제공 = UPI 코리아

남녀 학생들에게 이성이 다가가 “오늘밤 어떠냐?”고 접근했을 때 그 반응을 테스트한 실험이었다. 남학생들은 ‘평균 이하의 외모를 지닌 여자라도 원 나잇 스탠드를 요청하면 냉큼 따라가겠다’고 대답한 경우가 많았다. 반면 여대생들은 ‘아주 잘생긴 남자가 접근할 때만 선택적으로 허용하겠다’는 답이 많았다. 남자보다는 오히려 여자가, 특히 장기적 배우자로서가 아니라 하룻밤 사랑의 대상으로는,  이성의 미모에 더 집착한다는 결론을 이끌어낼만한 실험결과였다.

지난해 말 국내에서 공연된 뒤 올 4월 일본 진출을 앞둔 ‘미스터쇼’는 여성들의 이런 심리를 제대로 자극한다. ‘19금’과 ‘남성 관람 불가’를 내세운 이 공연에선 여성 관객들이 온갖 남성을 무대에 올려놓고 감상한다. 터프가이, 꽃미남 등 개성뿐 아니라 옷차림도 정장부터 제복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여성 관객들에게 취향을 묻고 원하는 대로 몸짓을 취한다. 얌전한 시종처럼 말도 잘 듣는다.


▲근육질 남성들이 무대 위에 대거 등장하는 ‘미스터쇼’는 여성 관객들의 관심을 받았다. 사진제공 = 미스터쇼프로덕션

관람 여성들은 “내 상상 속의 남친들이 다 모여 있다” “남자의 몸을 이렇게 자세히 훑어본 건 처음이고 쾌감이 느껴졌다” “남자의 몸이 이렇게 아름다운지 몰랐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미스터쇼프로덕션 측은 “8명의 핫한 남자들과 MC의 화려한 입담이 풀어내는, 여자만을 위한 쇼다. 성에 대한 여성의 숨겨진 본능을 자극시키고, 마음 속 판타지를 솔직하게 그린 공연으로 여성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물론, 여성들의 성심리는 ‘오직 한 가지 최종 목적만을 위해 달리는’ 남성과는 달리 훨씬 더 복잡하다. 여자들은 남자의 미모뿐 아니라 여자의 미모를 보고도 흥분한다. 실제로 영화 ‘그레이 50’에선 조각상 같은 남자 주인공뿐 아니라 여주인공 아나스타샤에 대한 관심도 높다. “아나스타샤의 몸이 예뻐 특히 눈이 가더라” “여배우의 몸이 탄탄하더라” 등 아나스타샤에 매력을 느꼈다는 여성들의 후기도 적지 않게 등장한다.

이와 관련해서도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다. 캐나다 퀸스대학의 메러디스 치버스 교수팀이 1969~2007년 발표된 남녀 성자극 반응에 대한 기존 연구 논문 134개를 종합검토한 결과에 따르면 이미지에 대한 남녀 흥분의 차이가 드러난다.

이성애 남자는 여자 사진에, 동성애 남자는 남자 사진에 흥분하는 건 당연해 보였다. 그러나 여자들은 남녀 모두의 사진에 흥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성애 여자라고 꼭 남자 사진에만 흥분하는 게 아니고, 때로는 여자 사진에 흥분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성적 흥분을 측정할 때 남녀를 구분해야 함을 이번 연구는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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