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왕진오 기자) 유명 레스토랑에서 볼 수 있는 만찬 테이블 위의 장식용 그릇들이 빛에 따라 반짝거린다. 자세히 살피면 원래의 색깔이 아니다. 또한 서서히 녹아 흘러내리는 순간을 포착했다.
그릇들은 깨지기 쉽고 주변 환경에 따라 쉽게 녹아버리는 설탕으로 새 옷을 입었다. 녹은 설탕이 마치 황금처럼 번쩍거린다.
허영의 환상을 눈앞에 펼치는 사진작가 구성연(45)은 화려함 속에 허무함을 채우기 위해 녹인 설탕을 사용했다. 전작에서 형형색색의 사탕을 나무처럼 만들어 소멸과 상실감을 표현한 데 이은 신작이다.
11월 19일부터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예화랑에서 진행되는 '설탕 - 나의 끈적이는 보물들'전에 대표작 사탕 시리즈와 함께 신작 10여 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설탕으로 찍을 대상을 일일이 깨고 다듬어 만들어내는 장인 기질을 발휘한다. 설탕으로 만든 오브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녹아서 사라진다. 시간의 흐름 속에 소멸되기 직전 작가는 카메라로 순간을 담는다.
구성연 작가는 "전작에서 설탕 공예를 한 것 같았습니다. 이번 작업은 황학동 만물시장을 다니며 모형 장식 그릇을 구입한 후 녹인 설탕물을 부어 만든 조각처럼 꾸려봤습니다"라며 "녹아서 끈적끈적하게 남는 것이 인간의 욕망을 강렬하게 드러내는 오브제로서 가장 적합한 것 같아 작업을 위해서 설탕 100kg이상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작품에는 정교히 묘사되고 클로즈업된 이미지가 갖는 촉감적인 물질성과 극사실적 환영, 잘 꾸며진 무대처럼 연출된 화면이 드러난다. 작가는 이를 통해 순간과 영원, 허무와 욕망, 실재와 허구 같은 바니타스(Vanitas)의 환상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사진 속 오브제의 화려함 그리고 현실과 이상, 실재와 허상이라는 사진의 이중적인 경계를 여실히 드러낸다. 전시는 12월 19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