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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토이 덕후 ⑪ GFX] 닥터슬럼프에 빠져 ‘볼드 팩토리’ 세우기까지

"세상엔 엉뚱한 상상력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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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47호 김금영⁄ 2017.08.03 17:21:23

아트벤처스로부터 ‘2017 아트토이컬쳐’ 참여 작가 중 주목 작가를 추천 받아 소개하는 ‘아트토이 덕후’ 시리즈의 열한 번째 주인공은 GFX(Grafflex, 본명 신동진)다.


▲GFX(Grafflex, 본명 신동진) 작가.(사진=김금영 기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만화를 좋아하는 소년이 있었다. 이 소년은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 만화가가 되고 싶었다. 만화가가 되지는 못했지만 게임 회사에 들어가서 좋아하는 그림을 마음껏 그렸다. 그런데 어느 순간 기계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회사를 뛰쳐나왔다.


이번엔 자신만의 새로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늦다고 할 수 있는 서른하나에 작가로서 첫 개인전을 가졌다. 그리고 이후 국내 아트토이 1세대라 불리는 쿨레인 작가와 ‘쿨레인 스튜디오’ 크루로서 호흡을 맞췄고, 다이나믹듀오 등이 소속된 힙합 레이블 아메바컬쳐의 아트 디렉터로도 활약했다.


짧게 줄인 GFX 작가의 인생사다. 다채로운 길을 걸어 온 그다. 작가를 처음 만난 건 2013년 열렸던 그의 세 번째 개인전에서였다. 당시 작가는 자신을 “고상한 예술가가 아니라 그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GFX라는 이름에 대해서는 “그래피티(graffiti)와 플렉스(flex)를 섞어 만든 말로, 다양한 분야를 오가며 유연한 포지셔닝을 하겠다는 포부를 담아 고등학교 때 만든 거다. 허세가 넘친다. 이래서 예명은 일찍 짓는 게 아니다”며 허심탄회하게 웃었던 모습이 기억난다.


▲GFX, ‘시도(Attempt)’. 실크 스크린, 20 x 20cm. 2017.(사진=GFX)

오랜만에 다시 만난 작가는 그때와 같은 소탈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정작 본인은 낯간지러워하지만, 예명대로 어느 한 틀에 구속받지 않고 자유로운 삶과 작업을 이어가며 또 새로운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길을 잠시 같이 따라 걸어봤다.


먼저 ‘볼드(bold)’ 시리즈에 관해 들었다. 작가의 그림은 큰 손과 발, 그리고 굵은 선으로 이뤄진 캐릭터가 대표적인 특징이다. 흔히들 캐릭터라 하면 얼굴을 보고 파악하는 경우가 많은데 작가는 오히려 이 얼굴을 빼버렸다. 그래서 더 상상력을 자극하는 측면이 있다. 이 캐릭터와 어울리는 볼드 폰트도 새롭게 만들었다.


▲2017 아트토이컬쳐에 설치된 GFX의 부스.(사진=GFX)

“정말 다양한 그림을 그렸어요. 캐릭터 디자인도 많이 했죠. 상업화된 캐릭터도 있었어요. 그런데 작가 생활을 꾸준히 이어오면서 ‘이제는 나를 나타낼 수 있는 걸 보여줘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제 작업의 대표적인 특징을 지닌 캐릭터에 볼드라는 명칭을 재작년에 새롭게 지었고, 이를 정리해서 보여주는 전시 ‘볼드 팩토리’전을 작년에 열었어요. 볼드는 ‘굵은’ ‘대담한’ 등의 뜻을 지녔어요. 굵은 선으로 이뤄진 특징도 반영했지만, 저는 캐릭터로서의 판매 목적보다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자유로운 콘텐츠로서의 볼드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얼굴이 없는 것도 그 이유예요. 얼굴을 보고 ‘얘는 이런 아이겠다’ 판단하는 게 아니라 ‘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식으로 상상하길 바랐어요.”


또 볼드는 작가 자신이 반영된 콘텐츠이기도 하다. 검고 굵은 선과 큼지막한 손의 형태를 보고 미키마우스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작가 또한 어린 시절 미키마우스 만화를 보면서 자랐다. 주말에 교회에 가야 했는데 ‘디즈니 만화동산’이 너무 보고 싶어서 꾀병을 부린 적도 있다고.


허무맹랑한 세계가 더욱 매혹적이다


▲GFX, ‘타임 밤(Time Bomb)’. 캔버스에 스프레이, 30 x 30cm. 2017.(사진=GFX)

“미키마우스뿐 아니라 펠릭스, 스타워즈, 백투더퓨처 등 만화와 영화를 정말 좋아했어요. 그리고 이 좋아하는 감정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미키마우스가 반영된 볼드, 펠릭스가 반영된 볼드, 스타워즈가 반영된 볼드 등 다양한 형태로 그렸어요. 그래서 제 그림을 보고 향수를 느낄 수도, 아니면 낯선 가운데 익숙함을 느낄 수도, 아니면 전혀 다른 생경함을 느낄 수도 있어요. ‘느끼는 것은 당신의 몫’이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예요.”


그러고 보면 작가의 작업은 그를 꼭 닮았다. 작가는 연신 “답은 정해져 있지 않다. 당신이 생각하는 그것을 따라가라”고 강조했는데, 뫼비우스의 띠처럼 무한대로 길이 이어지는 듯한 상상의 경로가 볼드에게서 보인다. 작가는 삶에서도 어떤 한정된 틀에서 벗어나기를 원했다. 그에게 작업에 큰 영감을 준 것도 엉뚱한 만화다. 작가는 “닥터 슬럼프를 그린 토리야마 아키라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도 가장 좋아하는 만화가 닥터 슬럼프예요. 다른 만화와 달리 굉장히 엉뚱했어요. 작가가 만화 안에 완전히 새로운 하나의 세상을 만들어버렸죠. 알람시계 역할을 하는 돼지 캐릭터 등 허무맹랑한 캐릭터들이 그 세상에서는 매우 당연했어요. 작가의 상상력을 그대로 표현하면서 말이 되게 만들어 버렸죠. 이 만화를 그렸을 당시 토리야마 아키라가 27세였다고 해요. 정말 대단한 상상력이에요. 남들이 ‘말이 안 된다’는 것들에서 정말 기발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음을 보여준 사람이에요. 저는 작가에게 이처럼 말이 안 되는 엉뚱한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에비뉴엘 아트홀에서 지난해 연말 열린 ‘볼드 팩토리’전.(사진=GFX)

그래서 작가는 특히 B급 감성이 깃든 콘텐츠를 좋아한다며 ‘황혼에서 새벽까지’ ‘이블데드’ ‘무비 43’ ‘무서운 영화’ 시리즈 등을 언급했다.


“영화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정도 다음 흐름이 예상될 때가 있어요. 그런데 B급 감성 영화에선 ‘그럴 줄 알았지? 난 이럴 건데?’ 식으로 완전히 이야기를 비틀어버릴 때가 많아요. 그런데 그 황당함이 기분 좋아요. 식상하지 않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런 감성이 매력적이에요. 나중에는 B급 영화 작업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정해진 틀이 싫다는 작가는 기존 틀을 깬 전시 방식으로도 화제가 됐다. 세 번째 개인전에서 만났을 때도 느꼈던 부분이었다. 기존 전시에선 그림 가격은 크기와 원화, 프린트, 드로잉 등 방식에 따라서 달리 정한다. 그런데 작가는 전시장 벽 가득 그림을 빼곡하게 채워놓고는 모두 크기별로 그림 가격을 통일시켜버렸다.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전시 기간을 한 달 여나 앞둔 전시 오픈 당일 30분 만에 그림이 완판됐다.


▲GFX, ‘볼드 바머(Bold Bomber)’. FRP, 40cm. 2016.

“그때 정말 긴장을 많이 했어요. 첫 개인전 반응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부담이 된 측면도 있었어요. 그리고 항상 개인전이 가장 어려워요. 단체전의 경우 몇 작품을 갖고 나갈지 개수에 집중하게 되는데, 개인전은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부분이 많죠. 그래서 더 욕심나고 매력 있기도 하고요. 다행히 전시 반응이 좋았는데 재미있는 점도 있었어요. 꼭 원화라고 더 인기가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프린트가 더 인기인 작품도 있었어요. 사람들이 원하는 스타일을 따라서 작품을 선택했죠.”


그림 가격을 통일시켰던 이유는 작가에게 부여된 수식어와도 연관이 된다. 작가는 아트토이컬쳐에서 '대표 선배' 계열에 든다. 쿨레인 스튜디오와 아메바컬쳐의 아트 디렉터로서 호흡을 맞춘 베테랑급 작가다. 아트토이컬쳐가 처음 열릴 당시 관계자들이 쿨레인 스튜디오 측에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아트토이 작가 1세대라는 말이 부담스럽지는 않냐”고 묻자 오히려 작가는 “그런 게 있느냐”고 반문했다.


“저는 무엇을 통해 그리든 아트웍(art work)은 제게 똑같다는 생각이에요. 드로잉을 하는 것도, 장난감을 만드는 것도 똑같이 창작의 요소죠. 무엇을 갖고 어떤 방식으로 표현되느냐의 차이일 뿐이에요. 그래서 저는 ‘아트토이 작가’ ‘드로잉 작가’ 등 작가 앞에 어떤 수식어가 붙는 게 이상하게 느껴져요. 제 개인전 때 작품 가격을 크기별로 맞춰버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어요. 원화, 프린트, 드로잉에 상관없이 모두 작품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렇기에 굳이 ‘아트토이 작가’ ‘1세대 작가’라는 식의 틀에 구애받고 싶지 않아요.”


"고상한 예술가가 아닌 그림 좋아하는 사람"의 현재


▲GFX, ‘키스 마이 에어(Kiss My Airs)’. 나이키 글로벌 프로젝트. 2017.(사진=GFX)

작가의 자유로운 스타일을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다. 작가들 사이에서도 관심이 높은데, 최근 LA 아트쇼에서는 그래피티 아트를 펼치는 작가 트리스탄 이튼이 직접 전시장을 찾아오기도 했다고. 평소 작가 또한 트리스탄 이튼의 팬이었는데, 볼드 시리즈를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한다. 좋아하는 그림을 통해 함께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을 느껴 뿌듯한 순간이었다.


작가는 또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작년에 아메바컬쳐 아트 디렉터를 비롯해 겸업하던 일들을 모두 관뒀다. 에비뉴엘 아트홀에서의 대규모 개인전을 준비할 때였다. 150평 규모의 전시장에 작품을 그냥 채워놓고 싶지 않았다. 볼드 팩토리로서의 기반을 더 다지고, 그간의 길을 되돌아보고 정리하는 의미에서 작가에게는 매우 소중한 전시였다. 전시의 주요 색깔 콘셉트를 정했고, 어울리는 폰트를 만들고, 직선과 곡선만 존재하는 가상의 세계를 만들었다. 그림 속 원은 바람과 희망, 구름은 갖지 못한 이상, 땅은 거부할 수 없는 힘 등의 의미를 담았다. 닥터 슬럼프에게 엉뚱한 세상이 있었던 것처럼, 이 전시는 작가가 만들어낸 GFX의 볼드 세상이었다.


▲그간 작가의 작업과 좋아하는 콘텐츠로 꾸려진 GFX의 작업실.(사진=GFX)

작업실도 새로 옮겼다. 디자인 스튜디오인 MGA와 함께 하고 있다. 소속 작가라기보다는 뜻을 함께 하는 크루라 할 수 있다. 일을 하다가 자유롭게 맥주 한 잔 기울이며 아이디어를 나누기도 하고, 작가 자신의 작업에 몰두하면서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작년 많은 일들을 정리하면서 회사를 차릴까 생각한 적도 있어요. 그런데 제게 ‘체계화된 회사를 꾸리는 게 의미가 있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항상 틀을 벗어나고 싶어 했고, 이상하고 엉뚱한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번엔 아트 디렉터가 아닌 아티스트로서의 삶을 살아보자 마음먹었어요.”


▲작업에 몰두 중인 GFX 작가.(사진=GFX)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항상 마음이 가는대로 하는지라 아직 잘 모르겠다”며 특유의 너털 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하고 싶은 것은 명확했다.


“친구들과 만나면 꼭 하는 얘기가 있어요. 중고등학교 때 미술 시험 문제 1번에 꼭 나오는 지문이 있었어요. ‘미술은 그 시대를 반영한다’. 그런데 우리가 이 가장 기본적인 것을 까먹고 있었던 것 같아요. 과거와 비교해 미술은 항상 변화의 흐름을 거쳐 왔어요.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 우리는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또 미술로 표현하고 있죠. 그래서 전 지금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데 더 집중하고 싶어요. 어떤 틀도, 답도 정해놓지 않고 ‘우리 한 번 재미있게 멍청한 짓 한 번 해보자’고 말하고 싶어요.”


[GFX가 컬래버레이션을 만났을 때]


GFX는 BMW+갤럭시노트2 컬래버레이션과 아메바후드의 아트토이, YG엔터테인먼트의 YG베어 등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펼쳐 왔다. 그중 대표 사례를 소개한다.


나이키와의 자유분방한 만남


▲GFX, ‘왓 이즈 유어 초이스(What is your Choice)?’. FRP, 220cm. 2017.(사진=GFX)

자유분방함을 추구하는 나이키 브랜드와 GFX의 만남은 오랜 시간에 걸쳐 꾸준히 이뤄져 왔다. 2014년에는 ‘나이키 강남’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열린 빅토리 나이트 행사에 GFX가 직접 참여해 작품을 설명하기도 했다. GFX의 작업과 나이키의 디자인이 만나 다채로운 옷, 신발을 만들어 냈다.


쿨레인 스튜디오 크루로서 쿨레인 작가와 함께 나이키 ‘덩크 갤러리’ 컬래버레이션도 했다. 농구하는 원숭이 덩키즈 캐릭터를 접한 마인드 스타일이 정식 컬래버레이션 제의를 했고, NBA 컬렉터 시리즈로 다양한 아트토이를 작업했다. 관련 전시가 올해 3월 에비뉴엘 아트홀에서 열렸다.


또한 나이키코리아가 8월 4일부터 홍대입구역에 새롭게 선보이는 ‘조던 홍대’와도 컬래버레이션을 했다. 조던 농구화, 트레이닝 제품, 의류, 액세서리 등 조던 브랜드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공간이다. 매장 오픈을 기념해 GFX가 서울과 홍대, 조던을 형상화한 아이콘을 조던 티셔츠에 프린트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롯데면세점과 함께 한 볼드의 ‘즐거운 여행’


▲GFX, ‘즐거운 여행(Joyfull Journey)’. 2017.(사진=GFX)

인천국제공항 롯데면세점에 쇼핑 가방을 들고 신나게 걸어가는 볼드 캐릭터가 4월 조형물, 포스터로 등장했다. ‘즐거운 여행(Joyfull Journey)’을 콘셉트로 여행에 들뜬 마음과 쇼핑의 즐거움까지 작품에 담았다. 캐리어 커버 증정 이벤트도 함께 진행돼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일정 기간 동안 면세점 본점, 월드타워점, 코엑스점, 부산점에서 600달러 이상 구매 고객에게 선착순으로 GFX 작가의 작업을 담은 캐리어 커버를 증정했다.


볼드, 패션을 입다


▲GFX와 SWBD가 2017 서울패션위크에서 선보인 협업 작품.(사진=GFX)

2017 서울패션위크에 볼드가 등장했다. 4월 열린 서울패션위크에 참가한 소윙바운더리스 브랜드에 GFX가 함께 했다. 하동호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재킷, 가방 등에 GFX의 그래픽이 입혀져 독특한 매력의 패션이 탄생해 눈길을 끌었다.


모레모 제품을 사용하는 볼드


▲GFX, ‘볼드 버블(Bold Bubble)’. 디지털 프린트, 30 x 42cm. 2017.(사진=GFX)

뷰티 브랜드 모레모와 GFX의 볼드가 만났다. 사랑스러운 핑크톤을 주요 색으로 볼드가 모레모 제품을 사용하는 모습이 작품으로 표현됐다. 모레모 제품을 든 볼드가 걷고 있는 모습의 조형물과, 향기로운 거품을 형상화한 그림들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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