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본인 산소마스크까지 내주며 시민 구한 소방관에 'LG의인상' 수여

▲LG의인상 수여 대상자로 선정된 인천서부소방서 한의섭 소방교. (사진 = LG복지재단)
LG복지재단이 또 한 사람의 소방관에게 'LG 의인상'을 전달한다.
LG복지재단은 지난 13일 인천시 서구 가정동 신축 건물 공사장 화재 현장에 출동, 시민을 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산소마스크까지 내어주고 정작 본인은 부상을 당한 한의섭 소방교(39, 인천서부소방서)에게 LG 의인상을 전달키로 했다고 18일 전했다.
화재가 난 것은 지난 13일 오전 9시 반 경. 한 소방교 등 대원들이 출동했을 때 8층 건물은 검은 연기로 뒤덮여 있었다. 이날은 인천 지역 기온이 영하 9도를 기록할 정도로 추운 날이었다. 한 60대 근로자가 지하 1층에서 얼어붙은 바닥을 녹이려고 휘발유를 붓고 불을 붙인 것이 화근이었다. 불은 천장 스티로폼 단열재에 옮겨붙으며 순식간에 지상층으로 번졌다.
이날 현장에서 일하던 근로자는 모두 52명이었으나, 불이 너무 빨리 번지는 바람에 많은 근로자가 미처 탈출하지 못하고 건물 안에 고립됐다. 스티로폼 등 공사용 자재가 타면서 발생한 유독가스가 건물을 가득 채웠다. 이날 근로자 중 51세 정 모 씨가 숨지고, 20명이 질식되어 병원으로 옮겨질 정도로 피해가 컸다.

▲13일 인천 서구 가정동 화재 현장. (사진 = 인천서부소방서)
한 소방교 등 대원들은 "지하에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듣고 지하 1층으로 향했다. 검은 유독가스는 시야마저 가렸다. 대원들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짙은 연기 속에서 고립되어 있던 근로자 4명을 발견하고, 그들에게 보조 마스크를 건넨 뒤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보조 마스크는 코와 입만 가리는 형태인데, 개수가 모자라 근로자들에게 번갈아 쓰며 이동하도록 조치했다.
이때 한 근로자가 호흡 곤란 증세를 보이더니, 혼란으로 인해 걸음을 떼지 못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한 소방교는 그를 진정시키기 위해 자신이 쓰고 있던 소방관용 산소마스크를 주저 없이 벗어 씌워 줬다. 근로자는 곧 안정적인 호흡을 되찾았고 함께 무사히 밖으로 나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유독가스에 무방비로 노출되었던 한 소방교는 밖으로 나오자마자 두어 걸음 만에 쓰러졌고, 즉시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한 소방교는 "그 상황에서는 어떻게든 데리고 나가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고 담담하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LG 관계자는 “화재 현장에서 자신의 산소마스크까지 내어주며 생명을 구하고도 소방관으로서 당연한 임무를 수행한 것일 뿐이라는 숭고한 사명감을 우리 사회가 함께 기리자는 의미에서 의인상을 수여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LG복지재단은 지난달 23일에도 인천 서구 왕길동 빌라 화재 현장에서 3층 복도 창문에서 오갈 데 없이 고립된 어린 남매를 밑에서 맨손으로 받아 구조한 인천 서구 검암 119안전센터 정인근 센터장에게 LG 의인상을 수여한 바 있다. 당시 정 센터장은 신장암 수술을 받고 불과 2주 뒤 현장에 복귀했으며, 이날도 허리에 복대를 한 채로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LG복지재단은 2015년부터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라는 구본무 LG 회장의 뜻을 반영해 LG 의인상을 제정한 뒤 지금까지 총 58명을 선정했다.
윤지원 yune.jiw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