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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불매운동에 ‘노심초사’ 제약업계

다케다·코와·멘소레담 등 불매 대상 … 국내사들도 “좋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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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45호 이동근⁄ 2019.07.25 08:03:18

제약업계가 일본 불매운동에 눈치를 보고 있다. 처방이 필요한 전문약이야 소비자 선택권이 없지만, 일반약의 경우 불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반의약품은 대체 의약품이 많은 편이어서 소비자가 맘만 먹으면 쉽게 불매운동에 참여가 가능하다. 특히 일부 제약사는 일본 제품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한국 제약사들도 마임이 편하지만은 않다. 일본 의약품을 수입하거나 일본 원료를 수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불매운동을 접하는 제약업계 표정을 CNB저널에서 살펴보았다.

 

다케다 ‘액티넘’ 등 노노재팬서 불매 대상 올라

현재 노노재팬 사이트에 올라온 약들을 보면 ‘액티넘·알보칠·화이투벤’(한국다케다제약), ‘카베진코와알파’(한국코와), ‘알보칠’(한국다케다제약), ‘케어리브’(니치방), 멘소래담(한국멘소래담) 등이 올라와 있다.

이 중 가장 많은 것은 한국다케다제약의 일반의약품들인데, 액티넘 등 3개의 약물들이 올라와 있다. 다케다제약은 회사명 부터가 일본어인데다, 국내 진출한지 꽤 오래돼 초기부터 불매운동의 타깃으로 우선 꼽힌 것으로 보인다.

 

일본 불매운동 사이트인 노노재팬에 올라온 일본 의약품들.


게다가 이 회사는 지난 2015년 태국에서 전범기인 욱일기를 이용한 마케팅까지 한 바 있다는 점도 국내 소비자들의 불만을 부른 것으로 보인다. 태국에서 ‘아리나민 EX PLUS’(국내명 ‘액티넘 EX PLUS’) 제품을 출시할 때 진행한 행사에서 전범기를 배경으로 행사를 진행한 것이다.

이 사실은 지난 2016년 국내 한 커뮤니티에서 한 네티즌이 관련 게시물을 올리면서 국내에도 알려졌다. 참고로 욱일기는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깃발이며, 현 자위대의 군기이기도 하다. 독일 나치의 하켄크로이츠(Hakenkreuz)와 같이 전범기지만 독일이 법적으로 점범기 사용을 금지했던 것과 달리 일본은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다케다제약은 지난 2015년 태국에서 전범기인 욱일기를 배경에 두고 ‘아리나민 EX PLUS’(국내명 ‘액티넘 EX PLUS’) 제품을 출시 행사를 한 바 있다. 출처 = 인터넷 커뮤니티


알보칠, 화이투벤의 경우 일본 제약사의 제품이라는 사실이 최근 새롭게 알려졌다. 국내에 출시된지 이미 오래 됐지만 다케다제약이 제약사의 이름을 걸고 판매하지 않았거나 최초 개발사가 타국 제약사였기 때문이다.

알보칠은 개발, 판매사가 복잡하다. 원래 독일 제약사인 Byk Gulden에서 개발한 구강치료제인데, 개발사가 스위스의 나이코메드로 넘어갔고, 다시 나이코메드를 다케다제약이 인수했다. 결국 다케다제약이 개발사가 된 셈이다. 국내에서는 태평양제약이 수입 판매했으나, 태평양제약이 한독에 넘어가면서 판매권이 한국다케다제약으로 넘어갔다.

화이투벤도 국내에서 약 30년 전부터 판매된 약이다. 1983년 국내 출시 이후 ‘한국인의 감기약’이라는 캐치프레이즈까지 사용해 왔지만 이번에 불매운동 대상에 올랐다.

멘소래담도 일본계 제약사의 약물이라는 사실이 이번에 국내에 알려졌다. 원래 미국에서 개발됐으나, 1988년 일본 로토제약으로 상품권이 넘어갔다. 영진약품과 보령제약이 인수해 국내 판매해 왔지만 1998년부터는 한국멘소래담이 독점판매하고 있다.

카베진코와알파는 몇 년 전 국내에 알려지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바 있고, 케어리브는 일본 니치방이 개발한 상처치료 밴드로 2012년부터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다.

일반의약품 중 노노재팬에 올라오지 않은 제품들도 상당수다. 특히 안약의 경우 ‘아이미루’, ‘로토’, ‘루핑’ 등 일본산이 상당수다. 게다가 ‘아이봉’ 등 의약외품까지 포함하면 일본계 제약사 생산 제품은 훨씬 많다.

이처럼 알려진 제품 외에도 사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일본제약사들의 약들은 많다. 국내에 진출한 일본계 제약사만 해도 위 제약사들 외에 아스텔라스제약, 에자이, 오츠카제약, 다이이찌산쿄, 산텐제약, 미쓰비시다나베, 오노약품 등이 있다.

다만 이들 제약사들 중에서 국내에 일반의약품을 유통하는 제약사들은 많지 않다. 대부분 의사의 처방 후 복용 가능한 전문의약품을 주로 유통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장기 복용하는 전문의약품은 처방을 변경할 때 신중해야 한다.

참고로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의수협)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수입된 의약품은 완제의약품의 경우 2억 6667만 불(약 3141억 원)으로 미국, 영국, 독일, 스위스에 이어 5위다.

국내사들 “반사이익보다 걱정이 더 커”

이처럼 불매운동이 벌어지면서 국내사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우선 위 제품들 중 상당수는 국내 제약사가 공동판매를 하고 있어 일본의약품 매출 하락이 자사 매출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GC녹십자는 지난해 4월부터 알보칠, 화이투벤을 공동판매하고 있고, 동화약품은 액티넘을 팔고 있다. 노노재팬에 언급된 ‘케어리브’는 일동제약에서 유통을 맡고 있다.

원료 중에도 일본산을 쓰는 제품들이 상당수다. 대표적으로 국내에서 오래전부터 판매돼 온 보령제약 ‘용각산’이 일본산이며, 이 밖에도 상당수의 약물들이 일본산 원료를 사용하고 있다.

의수협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에서 수입해 온 원료의약품은 총 3억 336만 달러(약 3562억 원) 어치에 달한다. 미국, 중국에 이어 3위다.

 

일본 제약업체들 사이에서는 약사들이 직접 불매운동을 주도하는 것이 가장 압박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위 사진은 ‘정약사의 건강나눔’을 운영하는 정세운 약사(위), 약사 유튜버 ‘약쿠르트’(아래)가 일본 의약품의 국산 대체품을 소개하는 유튜브 영상 캡처 화면.

 

일부 제약사는 한일관계 악화가 수출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의수협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에 수출된 한국 원료의약품은 2억 8593만 달러(약 3367억원) 어치였다. 일본은 우리나라 원료의약품이 가장 많이 수출되는 나라이기도 하다.

 

의사·약사들의 움직임이 더 신경 쓰인다는 제약사들도 상당수였다. 약사계의 경우 전북약사회와 부산 약사포럼, 경남약사회 등이 최근 성명을 통해 일본의약품 불매운동에 동참한다고 밝혔고, 국내의 한 병원은 최근 일본계 제약사의 고혈압치료제 품목을 처방 코드에서 뺀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특히 ‘정약사의 건강나눔’을 운영하는 정세운 약사, 약사 유튜버 ‘약쿠르트’ 등이 최근 일본 의약품의 국산 대체품을 소개하자 여러 매체를 통해 보도된 것에 관령 제약사들은 상당한 압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계 제약사 관계자 A씨는 “일단 매출에 당장 큰 영향은 없는 것 같다. 사실 전문의약품 매출이 많다. 일반의약품 매출은 크지 않다”면서도 “일단 주의 깊게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일본 제약사 제품을 취급하는 국내 제약사 관계자 B씨는 “우리는 일본계 제품 매출이 그리 높은 편은 아니지만 신경은 쓰인다”며 “문제는 소비자들의 인상이다. 일본계를 취급한다고 해서 안좋게 보일까 하는 것이 더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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