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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호 2년, ‘인화의 상징’ LG의 변화

‘혁신·미래준비’ 등 키워드…주요 계열사 부진한 실적·높은 상속세 등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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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79호 이동근⁄ 2020.07.08 09:47:17

지난 6월 29일은 LG그룹 구광모 회장이 사령탑에 오른 지 2년이 되는 날이었다. 만 40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대기업 총수 자리에 오른 구 회장의 행보에 대해 재계는 초기에는 우려와 기대 섞인 시선을 보냈지만, 2년이 지난 지금은 어느 정도 ‘LG 구광모호’의 행로에 대해 짐작해 볼 수 있는 성과들이 나오고 있다. ‘실용주의 리더십’으로 지칭되는 구광모 회장의 2년 동안의 움직임을 되돌아보았다.

 

40대에 급작스런 취임, 구본무 회장의 부담
 

구광모 LG그룹 회장 겸 ㈜LG 대표이사. 출처 = LG그룹

 

구 회장의 취임은 급작스럽게 이뤄졌다. 부친인 고(故) 구본무 전 회장이 1년여의 뇌종양 투병 끝에 별세한 뒤 이뤄졌기 때문이었다.

재벌가에서 구 회장과 비슷하게 빠르게 회장에 취임한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최연소 기록으로는 29세에 한화그룹을 승계한 김승연 회장이 있고, 현대중공업그룹 정몽준 회장(36세 취임), 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 회장(35세 취임)의 사례가 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도 취임 당시 40세가 안됐었다.

다만 정몽준 회장과 정지선 회장은 현대 정주영 전 회장 생존 당시 이뤄진, 모기업 산하 그룹의 인사였고, 최태원 회장의 경우 당시 너무 젊다는 평가가 있어 전임 최종현 회장의 가신으로 평가받는 손길승 회장이 임시로 SK그룹 회장직을 맡았다가 2004년에야 최태원 본인이 회장으로 취임한 바 있다.

물론 40대 재벌 그룹 회장이 최근에는 그리 낯설지 않다.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1976년생), DB그룹 김남호 회장(1975년생), 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 회장(1972년생)에 구광모 회장까지 포함해 4명에 이른다. 하지만 재계 4위라는 LG의 무게감 탓에 구광모 회장을 보는 눈은 초기에는 불안한 시선이 없지 않았다. 너무 급격한 변화를 선택하면 내외로 불안을 더했을 것이고, 너무 변화를 주지 않으면 현실에 안주한다는 평가가 따랐을 것이다.

‘실용주의’로 시작된 ‘혁신’ 신년사도 온라인으로

 

온라인으로 진행된 2020년 신년 시무식에 등장한 구광모 회장. 출처 = LG그룹


이같은 상황에서 구광모 회장의 행보는 ‘혁신’이었다. 시작부터 남달랐다. ‘실용주의’를 내세워 별도의 취임식도 열지 않았고, ‘회장’ 대신 ‘지주사 대표’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소탈한 행보는 계속 이어졌으며, 복장부터 보고까지 격식보다 내용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올해부터는 매년 두 차례 진행하던 그룹 사업보고회도 하반기에 한차례만 하기로 했다. 특히 올해 초에는 신년행사를 30여 년 만에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꾸고, 신년사를 담은 디지털영상 ‘LG 2020 새해 편지’를 전 세계 임직원들에게 전달했다.

대외적인 움직임에도 활발하게 나섰다. 취임 첫 해인 2018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에 특별수행원단으로 참여했으며, 다음 달인 10월에는 부회장들로부터 사업보고를 받는 등 그룹 총수로서 역할을 수행했다. 2019년 1월에는 청와대 주최 신년회에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현대자동차 정의선 수석부회장, SK 최태원 회장 등과 함께 4대그룹 총수로서 참석한 뒤, 같은 해 6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7월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도 만났다.

지난달에는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부회장과 LG화학 오창 공장에서 회동을 가져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정의선 부회장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 이어 구광모 회장을 만나 전기차 배터리 관련 협력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기아차가 생산하고 있는 하이브리드카와 현대차의 코나 일렉트릭, 아이오닉 일렉트릭 등에 LG화학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LG그룹 구광모 회장이 LG화학 오창공장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 LG그룹


‘선택과 집중’ 정리할 사업은 정리하고, 신사업에 투자

‘미래준비’를 내세운 사업구조 재편이 바로 이어졌다. 우선 ‘선택과 집중’에 따른 사업의 정리가 가장 눈길을 끈다. 스마트폰사업부의 효율화를 위해 지난해 평택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베트남으로 이전했으며, 지난달에는 구미사업장 TV 생산라인을 인도네시아로 이전할 계획을 밝혔다.

더 나아가 그룹차원에서 필요한 회사는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선까지 지분을 매각했고, 필요 없다고 여겨지는 자회사와 자산은 매각했다. LG CNS 지분 35%는 맥쿼리그룹에 매각했으며, 물류 계열사 판토스와 소모성자재 구매대행사 서브원의 지분도 매각해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대비했다. 수소연료 전지 회사 LG퓨얼셀시스템즈와 처리 자회사 하이엔텍·히타치워터솔루션도 매각했으며, LG화학은 LCD(액정표시장치) 편광판 사업을 중국에 팔았다. LG유플러스의 전자결제사업도 토스에 넘겼으며, 중국 베이징 트윈타워 지분도 매각했다.

대신 첨단기술과 전장 등 신사업 쪽으로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취임 직전 이뤄진 자동차 헤드램프기업 ZKW 인수를 통한 전장사업 외형 확장에 이어 LG전자의 로보스타 경영권, LG화학의 미국 자동차 접착제 회사 유니실, LG유플러스의 CJ헬로비전, LG화학의 미국 듀폰 솔루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 LG생활건강의 미국 화장품 회사 뉴에이본 등의 인수를 차례로 진행했다.

또 LG전자와 LG화학 등 5개 계열사는 미국에 설립한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통해 인공지능(AI)과 로봇, 가상현실(VR), 바이오 분야 등 스타트업에 1900만 달러 규모의 자금을 투자했으며, 공유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라이드셀, 가상현실 플랫폼 서비스 스타트업 어메이즈브이알, 차세대 리튬 이온 배터리 관련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옵토닷 등에도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도 투자는 적극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중국 베이징 트윈타워 지분을 매각하면서 1조 3700억 원의 실탄을 확보하는 등 보유금을 늘리면서 더욱 적극적으로 M&A 및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외부 수혈까지 거침없는 파격 인사

 

지난 2월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를 방문한 구광모 회장. 사진 = LG


인력 측면에서도 개혁이 이어졌다. 64년 만에 정기공채를 없애고, 연중 상시 선발체계를 도입, 미래 준비의 핵심 동력인 인재 확보에 나서는 한편, 과감한 인사를 이어갔다.

우선 2019년 11월28일 LG그룹 연말인사에서 LG전자 조성진 대표이사 부회장이 물러나고, LG전자 권봉석 MC/HE사업본부장 사장이 최고경영자에 올랐다. 이어 LG디스플레이 한상범 대표이사 부회장이 사퇴했고, 정호영 LG화학 사장이 신임 대표로 선임됐다. LG생활건강의 34세 심미진 상무를 전격 승진시킨 것도 눈길을 끌었다.

이어 외부 인사 수혈이 뒤따랐다. LG화학은 창사 뒤 처음으로 최고경영자를 외부에서 영입, 3M 신학철 수석부회장을 신임 대표이사 부회장에 올렸고, 김형남 전 한국타이어 부사장을 LG 자동차부품팀장에 배치했다. 은석현 전 보쉬코리아 영업총괄 전무는 LG전자 VS사업본부 전무로, 홍범식 전 베인&컴퍼니코리아 대표는 LG 경영전략팀장 사장으로 각각 영입됐다.

필요하다면 ‘법적 소송’까지, 공격적이 된 LG그룹

이같은 움직임은 LG그룹의 체질개선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인화의 상징’으로 불릴 정도로 온화하던 과거와 달리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필요에 따라 법적 대응까지 불사하고 나선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9월부터 이어진 ‘TV전쟁’이다. LG전자는 삼성전자에 대해 “QLED(양자점 발광 다이오드) TV는 LED 백라이트를 사용하는 LCD TV인데도 QLED라는 자발광 기술이 적용된 것처럼 허위·과장광고를 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신고했고, 삼성전자는 “객관적 근거 없이 QLED TV를 비방하고 있다”며 맞대응에 나섰다. 결국 지난 달 양사는 신고를 취하했지만, 그동안 LG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과 ‘배터리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LG화학은 지난해 4월 “인력을 통한 2차 전지 기술을 유출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SK이노베이션을 제소했다. 미국 ITC는 올해 2월 SK이노베이션에 조기 패소로 예비판결을 내렸으며, 올해 안에 특허침해 여부가 결론 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분기 LG화학의 글로벌 배터리 점유율은 27.1%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LG유플러스도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6월 초 대리점에 ‘비교불가 한판 붙자!: 5G 속도측정 서울 1등’ 포스터를 내걸고, 상용망에서 속도 측정 앱으로 체감 속도를 측정한 결과, 서울지역 50곳 중 40곳에서 1등을 기록했다는 내용을 내거는가 하면, 일부 매체에 광고를 통해 서울 주요지역 186곳에서 속도를 측정한 결과 181곳에서 LG유플러스가 가장 빨랐다는 내용을 게제하며 SK텔레콤과 KT의 반발을 샀다. 이 대립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통 3사 임원들을 불러 과도한 마케팅 자제를 권고하면서 사그라들었지만, 당시 기준으로 LG유플러스의 가입자 점유율이 2위 사업자인 KT의 턱밑까지 따라가는 결과로 나타났다.

이밖에 LG생활건강이 2018년 애경을 상대로 ‘펌핑치약’ 상표를 두고 소송을 거는 등 LG그룹사 전반이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다. 다만 이 소송은 1심에서 애경이 승소했으며, LG생활건강은 항소 여부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감한 도전 안하면 ‘실패’”

 

여의도 LG트윈타워. 출처 = 연합뉴스


이처럼 구광모 회장이 이끄는 LG그룹의 움직임은 ‘도전’이라는 말로 정리된다. 때로는 충돌, 혹은 실패도 있더라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실제로 구 회장은 지난 1월 신년 인사말을 통해 “앉아서 검토만 하기보다는 방향이 보이면 일단 도전하고 시도해야 한다. 저부터 그러겠다”고 밝혔고, 5월 28일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 과감하게 도전하지 않는 것이 ‘실패’”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이같은 행보에 대해 일단 재계에서는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대표적으로 사업 환경이 어려워진 LCD 사업에서 철수하고,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집중한 LG화학이 글로벌 선두로 도약하는 모습은 구 회장이 지향하는 바에 가장 가까운 모습으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 A씨는 “구 회장이 회장에 오르고 나서 공격적인 것은 변화를 꾀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모습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조건 공격적이기 보다는, 부딪힐 때는 부딪히고, 손잡을 때는 손잡는 모습이 보인다”며 “체질이 개선되는 동안 이같은 모습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계 관계자 B씨는 “젊은 총수가 표방하는 변화가 차츰 자리 잡아가며 뉴LG의 청사진이 구체화하고 있지만, 아직은 선대 회장들과는 확연히 다른 구 회장 자신만의 리더십을 안착시켜 나가는 과도기”라고 평가했다.

구 회장에게도 당장의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과제는 있다. 우선 적극적인 도전에도 불구하고 쉽게 개선되지 않는 주요 계열사들의 부진한 실적이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등 주요 계열사의 이익은 2년 전에 비해 25%나 줄었고,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부문이 21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며, 미래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전장 사업 역시 적자라는 점은 문제다.

구광모 회장 개인의 입장에서는 높은 상속세도 걸림돌이다. 구 회장은 우선 구본무 회장의 지분을 상속 받으면서 7200억 원의 상속액을 내야 했다. 워낙 거액이다 보니 5년에 나누어 내고 있는데, 여기에 고 구자경 구 명예회장의 LG 지분 164만여주(시가 1180억 원 상당)을 추가로 상속받아 약 700억 원 가량을 더 내야 한다.

다만 이같은 높은 상속세를 제대로 다 내려고 하는 자세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참고로 LG그룹은 “상속인들은 국내 역대 상속세 납부액 가운데 최대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LG 주식 상속세를 관련 법규를 준수해 투명하고 성실하게 납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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