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1호 옥송이⁄ 2021.01.04 09:21:56
탄소 중립이 세계 경제의 메가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탄소 중립은 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든다는 의미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핵심으로도 떠오를 전망이다. 이미 여러 국가가 동참한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 역시 대표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탄소 중립 시계가 점차 빨라지는 상황에서 EU는 오는 2023년 ‘탄소 국경세’ 도입을 예고했다. 이는 기후문제가 새로운 무역 장벽이 될 가능성을 시사하기 때문에 국내기업에도 탄소 최소화, 친환경 경영은 당면한 중요 과제다. 6편은 적도원칙에 가입하고 탄소중립을 선언하는 등 녹색금융으로 전환하고 있는 신한금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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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원칙 가입 “환경 리스크는 과감히 대출에서 배제”
지난 2003년 국제금융공사와 세계 10대 금융회사의 대표가 미국 워싱턴에 모였다.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관련된 특별한 원칙을 발표하기 위해서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프로젝트 자체를 담보로 장기간 대출을 해주는 것으로, 주로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석유·석탄·조선업 등에서 사용됐다. 그러나 해당 금융사들이 발표한 원칙은 수익보다는 환경을 1순위로 삼는다.
이른바 ‘적도원칙(赤道原則)’은 1000만 달러 이상의 개발프로젝트가 환경파괴를 일으키거나, 지역주민·사회적 약자들의 인권을 침해할 경우 자금을 대지 않겠다는 금융회사들의 자발적 행동협약이다. 예를 들어 참여 금융사는 야생동물 서식지를 벌목하는 기업에는 대출을 허용하지 않는 식이다.
현재 약 70여 개 금융사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이 세계 프로젝트 파이낸싱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율은 80%에 달한다. 환경에 입각한 대표적인 금융 원칙 중 하나다. 한국에서는 참여 기업이 없었지만, 올해 9월 신한은행이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최초로 적도원칙에 가입했다.
신한은행은 “금융기관의 환경 사회적 책임 이행을 위해 ‘적도원칙 스크리닝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환경 리스크 관리 원칙에 맞춰 금융 거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신한은행 GIB(글로벌 & 그룹 투자은행)는 적도원칙 검토대상 모든 거래에 대해 적도원칙 적용 여부를 검토한 후 거래를 진행하는 등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채택한 환경·사회적 위험관리 기준을 심사항목으로 추가해 신규 프로젝트를 심사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적도원칙 준수는 모든 가입 금융기관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규정을 기초로 대출에 따른 리스크를 분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차주는 합의된 지침과 기준 준수 여부를 입증해야 한다. 리스크 등급이 중간 이상인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차주에게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행동계획을 준수하도록 요구하는 약정이 포함되며, 신한은행은 준수 여부를 지속 모니터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적도원칙 가입으로 신규 거래 진행 시 환경·사회영향평가 실시 등 절차에 번거로움이 있을 수 있으나, 향후 환경·사회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친환경 산업 투자·금융 지원 확대 … 탄소 제로 선언
적도원칙을 통해 환경 리스크를 줄이는 한편, 친환경 산업과 기업에 대한 지원 폭은 확대하고 있다.
ESS(에너지저장장치), 연료전지, 태양광 등. 지난 11월 신한은행과 제휴 협약을 맺은 회사의 주요 사업 분야다. 신한은행과 LS일렉트릭은 정부의 그린뉴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맞손을 잡았다.
신한은행은 LS일렉트릭이 추진 중인 신재생에너지 및 스마트 그리드 기반 구축을 위한 각종 사업의 금융자문주선 및 포괄적 지원을 펼친다. 그린뉴딜 관련 LS일렉트릭 협력 기업을 지원을 위한 각종 금융서비스 제공을 통해 대기업·협력 중소기업·금융기관이 상생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번 협약을 통해 LS일렉트릭과의 K-그린뉴딜 전략적 파트너십을구축해 나갈 것”이라며 “친환경 산업에 대한 투자와 금융지원 등 그린뉴딜 인프라 구축에 적극 참여해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뉴딜 정책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해 앞장서겠다”라고 말했다.
앞서 10월에는 신재생에너지 및 수소경제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 기업 E1과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E1과 관계사가 추진 중인 각종 사업의 금융자문주선 및 리파이낸싱을 추진한다.
신한금융은 친환경 광폭 행보를 위해 ‘Zero Carbon Drive’를 선언하기도 했다.
지난 11월 발표한 ‘Zero Carbon Drive’는 그린뉴딜을 비롯해 국제적인 탄소 중립(Carbon Neutral)정책에 발맞춘 친환경 금융 전략이다. 고탄소 배출 기업 및 산업에 대한 대출·투자를 관리하고 산업 내 친환경 금융지원 확대를 통해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다.
해당 전략 실천을 위해 파리기후협약에 부합하는 SBTi 방법론을 활용해 그룹 자체적 탄소 배출량을 2030년 46%, 2040년 88%까지 감축할 계획이다. 그룹 자산 포트폴리오의 탄소 배출량은 2030년 38%, 2040년 69%까지 줄인다.
이와 함께 친환경 기술 기업에 대한 대출 지원, 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자본 투자, 기업·산업에 대한 친환경 설비 전환 등 친환경 금융지원을 확대해, 2050년까지 그룹 자산 포트폴리오의 탄소 배출량을 ‘Zero’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ESG 스타트업 육성한다.
신한금융은 최근 한발 더 나아가기로 했다. ESG분야 스타트업 육성을 통해서다.
지난 2015년부터 시작한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신한퓨처스랩’은 내년 7-1기부터 ESG 스타트업 영역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기존에 선발했던 핀테크·딥테크·콘텐츠·헬스케어 등의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친환경·사회문제 해결 등 ESG 평가 기준을 충족하면서 기술력이 우수한 스타트업도 선발할 예정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신한퓨처스랩 7-1기에 ESG 영역을 신설함으로써 사회적 가치 창출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스타트업을 선발해 육성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 스케일업 등 상생의 협력 생태계를 구축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