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3호 옥송이⁄ 2021.02.03 17:01:57
이제 소비자가 금융의 주체다. 신용정보나 금융상품을 개인이 자유롭게 취사선택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 시대가 5일부터 본격 개막하면서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최종 본허가 사업자 28곳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은행은 5개사가 포함됐다. 마이데이터로 인해 자산관리 시장은 어떻게 달라질까?
마이데이터 본허가, ‘시장 선점 기회’
여러 금융사에 흩어져 있는 입출금 시기를 일일이 확인하거나 수익률 좋은 금융상품을 찾아 헤맬 필요가 없다. 머신러닝을 통해 내 데이터를 분석하고, 로보어드바이저 방식의 자산 포트폴리오가 제공되니까.
‘마이데이터(Mydata)’ 얘기다. 금융소비자의 데이터 주권 향상이 목적인 해당 서비스는 앞으로 더욱 다양하고 심화될 예정이다. 자유업에서 ‘허가제’로 변경되면서, 아무나 할 수 없는 사업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금융위원회가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본허가를 내준 업체들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치열한 생존경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최종 본허가 사업자는 국민·신한·농협·우리·SC제일은행 등 은행 5개 사와 국민카드·우리카드·신한카드·현대카드·BC카드·현대캐피탈 등 6개 여전사, 네이버파이낸셜·민앤지·보맵·비바리퍼블리카·뱅크샐러드·쿠콘·팀윙크·핀다·핀테크·한국금융솔루션·한국신용데이터·해빗팩토리·NHN페이코·SK플래닛 등 핀테크 14개사, 미래에셋대우, 농협중앙회, 웰컴저축은행 등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본허가를 받은 28개 회사는 기존에 마이데이터 유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던 기업으로, 신용정보법령상 허가요건을 구비 하고 있어 본인신용정보관리업을 영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선정된 업체들은 5일부터 정식으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으며, 오는 8월까지 표준 API 구축 등의 준비를 거쳐야 한다. 다만, 허가받지 못한 기업들은 기존 마이데이터 유사 서비스를 제공한 이력이 있어도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라이선스 없이는 불법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마이데이터 허가를 계기로 맞춤형 자산관리, 생활금융 관리, 생애주기별 관리, 온라인 대환대출 등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마이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해 3월부터는 신규 수요기업을 대상으로 마이데이터 예비허가 절차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국민 ‘생활밀착형’ 승부수 … 신한은 ‘한정판 운동화’까지 자산 데이터화 목표
핀테크 사업자, 저축은행, 상호금융, 금융투자사, 카드사 등이 마이데이터 사업자로 선정된 가운데 은행권은 기존 금융자산에 비금융 데이터를 적극 연계하겠다는 전략이다.
KB국민은행은 은행과 핀테크사의 데이터를 결합한 생활밀착형 서비스로 차별화에 나선다. 본허가 발표 이후 기존 자산·지출관리 애플리케이션 ‘KB마이머니’에 마이데이터를 적용한 ‘신용관리서비스’와 ‘자동차관리 서비스’를 새롭게 출시했다.
신용관리서비스는 나이스평가정보의 데이터 제휴를 통해 제공한다. 신용평점을 동일 연령대·성별과 비교할 수 있으며, 평가 기준 등 상세 항목도 볼 수 있다. 소득추정모델을 바탕으로 소득 위치 및 연령 기준별 권장 소비액 등 개인의 신용구매력을 시각적으로 선보인다.
자동차관리서비스는 KB캐피탈의 시세를 바탕으로 상세한 자동차 시세 정보를 제공한다. 국민은행은 이번에 선보이는 서비스를 시작으로 올 하반기에는 KB스타뱅킹, 리브 등의 플랫폼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기존 신한 쏠(SOL) ‘MY자산’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본허가 이전인 지난 2019년부터 애플리케이션 쏠의 ‘MY자산’을 통해 은행과 카드·증권·보험·부동산·연금 등 통합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했다”며 “이번 본허가 취득에 따라 475만 명의 고객이 사용 중인 ‘MY자산’을 더욱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신한금융그룹의 상품만이 아닌 전 금융기관의 상품 정보를 정비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AI기반의 상품추천 알고리즘을 테스트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자산의 범위를 전통적인 금융자산부터 실물·디지털자산까지 관리·운용할 수 있는 정보계좌 업무를 선보일 것”이라며 “해당 업무가 활성화되면 금융기관에 예·적금 등의 금융자산이 아닌 한정판 운동화나 개인의 데이터로도 자산 형성이 가능하게 된다. 신한은 생활·문화 등의 생활 전반의 데이터도 개인의 자산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유통 및 통신 등 다양한 이종산업들과의 협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NH농협은행은 자산과 부채뿐 아니라 부동산, 연금, 현금영수증 등의 정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비대면 종합자산과리(PFM) 서비스 ‘NH자산+’ 등을 중심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을 펼치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KT와 금융-ICT융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으며, 해당 협약을 바탕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미래 먹거리’ 데이터 시장 … 시중은행은 경쟁력 키워야
데이터산업은 고공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데이터 시장은 14%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의 현황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산업 시장규모는 2019년 16조 8582억 원에서 지난해 19조 2736억 원으로 증가했다. 지난 2016년부터 매년 1조 원대씩 증가하던 시장규모가 지난해 3조 원대의 증가 폭을 기록한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오는 2025년까지 43조 원의 데이터 시장과 90만여 개 일자리 창출하겠다는 내용의 인공지능(AI) 국가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마이데이터 역시 ‘미래 먹거리’로서 가파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한편, 핀테크·빅테크 업체들이 마이데이터에 뛰어들면서 시중은행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3일 한국금융연구원은 “국내 은행들은 디지털 경쟁에서 지면 금융상품의 단순 제조자로 전락할 수 있으므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며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자사 플랫폼이나 애플리케이션의 고객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