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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구독경제①] ‘OTT 4개 구독’이 표준인 시대, 기업과 소비자 모두 만족할 구독경제란?

신문‧헬스클럽이 구독 ‘원조’…100조 구독경제 시장 코앞, 합리적 소비 판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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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18호 윤지원⁄ 2022.02.15 13:14:07

바야흐로 구독 서비스 시대가 도래했다. 대중은 선호하는 기업 서비스와 자주 사용하는 상품을 취향과 경제 상황에 맞게 경험하며 더 나은 삶을 누리게 됐다. 세계 소비트렌드의 중심에 우뚝 선 구독경제의 시작과 흐름, 그리고 이를 영리하게 제어하는 방안을 살펴보며 더 나은 소비를 꾀하는 코스모폴리탄으로 거듭나보자.


최근 넷플릭스(Netflix)가 2022년 한국 콘텐츠 라인업에 관한 비대면 화상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강동한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총괄 VP는 지난해 기준 한국의 넷플릭스 유료 구독 회원이 약 500만 명이라고 밝혔다. 작년 이맘때 공개한 유료회원 380만 명보다 약 31.5% 늘어난 수치다.

우리나라 인구가 5160만여 명이니 10명 중 1명은 매달 돈을 내고 넷플릭스를 구독하고 있다. 요금제에 따라 구독자 1명당 최대 4개의 사용자 프로필을 만들 수 있으니 구독을 통해 넷플릭스를 즐기는 한국인 수는 더 늘어난다. 결제 결정권이 없는 어린이, 청소년과 일부 노년층을 제외한다면 우리 주변의 넷플릭스 구독자 비율은 더 커진다.
 

넷플릭스의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이 글로벌 넷플릭스 인기 1위를 지속하는 가운데, 지난 2월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센트럴시티에 설치된 '지금 우리 학교는' 팝업존을 찾은 시민들이 각종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OTT가 주도하는 구독경제

보도에서 넷플릭스가 언급될 때면, 경쟁하는 다른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구독자 현황이 함께 거론되곤 한다. 국내에서 넷플릭스 다음으로 구독자가 많은 OTT는 웨이브, 티빙 등 토종 OTT이며 ‘콘텐츠 공룡’ 디즈니+(플러스)나 또 다른 토종 OTT인 쿠팡플레이, 왓챠, 애플TV+, KT의 시즌 등도 구독자 늘리기 경쟁에 혈안이 되어 있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재작년 한국인이 OTT 서비스에 결제한 금액은 약 5173억 원이며, 업계에서는 한국인 4명 중 3명이 하나 이상의 OTT를 구독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편성표에 맞춰 송출되는 TV를 보고, 영화를 보려면 극장에 가거나 VOD를 구매하던 미디어 콘텐츠 소비방식은 플랫폼 정기 결제를 통한 구독 형태로 대부분 옮겨갔다.

극장 매출은 반토막, OTT 매출은 두 배가 되는 현상은 코로나19와 비대면 트렌드가 중요한 원인이기도 하지만, 구독경제가 어느덧 우리 일상에 밀접하게 스며들었다는 사실에 더 주목해야 한다.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는 소비자가 일정 기간마다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공급자는 상품(제품 및 서비스)을 소비자가 원할 때,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것을, 원하는 만큼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유통 전략을 말한다.

정의대로라면 오래전부터 종이 신문과 잡지, 우유 등을 정기적으로 집에서 배달시키는 서비스가 있었다. 수영장이나 헬스클럽 회원권도 꾸준한 니즈에 비해 시설과 장비를 개인이 갖추기 어려운 서비스라는 점에서 일찌감치 구독경제로 존재했다. 정수기, 안마의자 등 지속적인 사후 관리가 필요한 생활가전 렌탈 서비스도 지난 세기에 생겨난 구독경제다.
 

토종 OTT 중 가장 많은 구독자를 거느린 웨이브(wavve). 전속모델 아이유가 광고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웨이브)

 

구독경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변화

구독경제 패러다임은 점점 온라인 디지털 플랫폼과 소비 트렌드를 반영하며 다양한 산업군으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 앞서 언급한 OTT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같은 미디어 콘텐츠는 물론이고 렌탈, 온라인 쇼핑, 게임, 모빌리티, 의료 및 헬스케어, 심지어 메타버스(Metaverse)에서도 구독경제가 자라나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국내 구독경제 시장 규모는 지난 2016년 25조 9000억 원에서 2020년 기준 40조 1000억 원으로 54.8% 성장했다. 또 SK텔레콤은 2025년 글로벌 구독시장은 3000조 원 규모로, 국내 구독시장은 10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대기업이나 스타트업 할 것 없이 다양한 산업군이 구독경제에 뛰어들고 있는데, 이것이 가능해진 것은 무엇보다 구독하는 소비자와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상품에 대한 디테일한 ‘관리’가 수월해진 덕이다.

과거 우유와 신문은 공장(인쇄소)-보급소-배달원까지 생산과 물류가 수직계열화된 시스템에 더해 저렴한 인건비 덕분에 가능했고, 이는 새로운 사업자에게 높은 진입 장벽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잘 발달한 인터넷과 디지털 플랫폼 인프라 덕에 물리적인 준비가 부족한 개인 사업자도 구독서비스 사업에 필요한 생산, 물류, 결제, 배송 등을 모두 간단히 해결할 수 있고 홍보, 마케팅, 디테일한 고객 응대까지도 손쉽게 실행할 수 있다.

또한, 기존의 구독경제와 다른 최신 구독경제의 특징은 소비자 개개인을 타겟으로 하는 맞춤형 큐레이션 서비스가 제공된다는 점이다. 개인의 소비와 관련한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하여 소비자의 니즈 및 취향, 소비 경향 등을 파악하고, 그것에 맞는 상품을 미리 예측해서 제공할 수 있는 디지털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한 덕이다.

기업은 이런 장점을 활용해 구독 고객에게 소비자 맞춤형 브랜드 경험을 효과적으로 제공하여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고, 브랜드 충성도를 높일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지난해 5월 내놓은 ‘삼정 인사이트’ 75호 ‘디지털 구독경제 트렌드와 비즈니스 기회’에서 ‘구독여정’이라는 개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헬스클럽 회원권은 전통적인 구독서비스다. (사진 = Mark Bertulfo, Unsplash)

 

기업이 구독경제를 잘 하려면

이 보고서는 “과거 수많은 기업은 고객의 구매 여정(Customer Journey)을 분석해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을 설계해왔다. 잠재 소비자를 자사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함이다”라면서 “구매와 구독은 소유와 이용이라는 콘셉트적인 측면에서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기업은 구매여정이 아닌 이른바 ‘구독여정’(Subscription Journey)을 맵핑(Mapping)·구축하여 고객을 분석하는 관점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매여정이란 브랜드나 상품에 대해 첫 인지하는 시점부터 해당 브랜드 제품·서비스를 구매하기까지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보고서는 기업들이 “구독여정 로드맵 각 단계에 따라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소비자 니즈를 채울 수 있는 최적의 고객경험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무료 서비스를 이용 중인 잠재 구독자를 유료 구독자로 실질적으로 전환시킬 수도 있고, 기존의 유료 구독자를 오랜 기간 로열티를 가진 충성 구독자로서 묶어 두는 것 또한 가능하다”고 말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떨까? 소비자 인식은 긍정적인 편으로 보인다. 구독경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다양한 조사 결과도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한국리서치는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구독서비스 이용 실태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는데, 구독서비스를 이용해본 소비자는 정기배송형 서비스 약 65%, 무제한 이용형 서비스 약 71%였다. 정기배송형은 신문, 식음료 배송 등과 같이 정기적으로 상품을 배송받는 형태, 무제한 이용형은 넷플릭스, 멜론 등과 같이 기간 내 무제한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형태를 말한다.

구독서비스 이용에 따른 만족도는 높게 나타났다. 특히 무제한 이용형 서비스 이용자들 중 무려 81%가 ‘구독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개별적으로 상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비용을 절약한다’는 항목을 꼽으며 만족한다고 대답했다.

또, 최근 1년간 구독서비스를 이용한 적이 있는 응답자 중 약 35%가 맞춤추천기능을 이용한 적이 있으며, 그중 69%가 이용에 만족했다고 응답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모니터는 2020년 진행한 구독경제 관련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8.2%가 “구독이 소유보다 합리적인 소비”라고 대답했다고 밝혔다.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구독서비스 이용자의 맞춤추천기능 이용 만족도 결과. (사진 = 한국리서치)

 

합리적 소비인지 고민 필요해

하지만 꾸준히 지적되고 있는 구독경제의 여러 가지 단점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용하지 않지만 결제되는 이용료’ 문제다.

인크루트가 진행한 ‘온라인 정기구독 서비스 이용’ 관련 설문조사에서는 “가입 후 휴면 중인 구독서비스가 있다”고 대답한 응답자가 거의 절반에 가까운 49.1%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소비자는 실제로는 상품을 이용하는 일이 드문데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구독을 해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거나, 일정 기간 무료 구독 혜택을 제공하는 이벤트에 참여했다가 유료 고객으로 전환되었는데 이를 몰랐거나, 잊어버리고 있었거나, 귀찮아서 해지를 미루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 일부 소비자들은 특정 상품의 이용 빈도가 아주 적거나 번들로 제공되는 다른 상품은 불필요한데도 해당 상품을 소비할 수 있는 다른 창구가 없어서 상품 구매 비용보다 비싼 정기구독 이용료를 지불하고 있는 점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대표적인 예가 OTT다. 현재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디즈니+ 등은 오리지널 콘텐츠나 각 플랫폼에서 방영권을 독점 소유한 콘텐츠를 전면에 내세워 가입자 경쟁에 나선다. 주말에는 지상파 예능과 드라마를 본방사수하고, 평소에는 화제의 중심에 있는 ‘지금 우리 학교는’과 ‘여고추리반’과 ‘북 오브 보바펫’ 시리즈를 모두 보고 싶은 이용자는 4개의 OTT 플랫폼에 모두 가입해야만 한다. 결국 이들 몇 개 콘텐츠 외 수많은 콘텐츠를 모두 볼 수 있는 여건이 아님에도 OTT 구독에만 매달 3만 원 이상 지출하게 된다.

소비자가 구독서비스에 지출하는 비용은 더 증가할 전망이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의 가정이 구독서비스에 지출하는 비용은 연평균 미국 640달러(2019년 기준, 한화 약 75만 원), 영국 620파운드(2021년 기준, 약 100만 원) 정도이며 영국의 경우 구독서비스 이용 가정이 전년 대비 65% 증가하는 등 성장세도 가파르다. 한국도 구독서비스 시장이 넓어지고 있는 만큼 소비자 비용 역시 이러한 추세를 따라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시장이 어느 한 방향으로 치우쳐 독점적인 형태로 굳어지지 않는 한, 선택의 여지는 있다. 사소한 편리함과 귀찮음 때문에 불필요한 낭비를 방조하고 있다면, 그것은 구독경제 탓이 아닐 것이다. 합리적인 소비인지 아닌지 여부는 소비자 본인의 판단과 선택이 가장 중요하다.

< 문화경제 윤지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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