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8호 유재기⁄ 2022.02.18 10:21:25
바야흐로 구독 서비스 시대가 도래했다. 대중은 선호하는 기업 서비스와 자주 사용하는 상품을 취향과 경제 상황에 맞게 경험하며 더 나은 삶을 누리게 됐다. 세계 소비트렌드의 중심에 우뚝 선 구독경제의 시작과 흐름, 그리고 이를 영리하게 제어하는 방안을 살펴보며 더 나은 소비를 꾀하는 코스모폴리탄으로 거듭나보자.
“왓섭의 비즈니스 모델은 간단합니다. 고객과 계약을 맺은 제휴사에 분석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고객이 소비를 결정했을 때 취향에 맞는 상품을 제안하는 겁니다. 정기결제 콘텐츠를 찾는 방식도 왓섭이 경쟁사보다 113배나 더 잘 찾습니다. 이 점이 우리의 기술력입니다.”
왓섭의 김준태 대표는 정기구독이 대세가 되는 경제 상황에서, 회사의 강점을 강조했다. 국내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 시장은 약 40조 원(2020년 기준)이다.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구독경제는 ‘음악’, ‘음식’, ‘화장품’, ‘OTT’ 등 무수한 콘텐츠로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소비 트렌드가 됐다.
그러나 한 번쯤 구독 서비스와 관련해 복잡한 해지 과정으로 골머리를 섞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왓섭(Whatssub)은 넷플릭스, 쿠팡, 유튜브,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 금융상품 등 수많은 구독서비스를 스크래핑 방식으로 찾아내 결제 전에 미리 알려준다. 현재 정기결제 1472개를 자동추출 및 관리하고 있다. 왓섭의 주요 서비스가 주목받는 이유는 쉽고 간편한 구독 관리 서비스 때문이다.
왓섭을 경험해 본 사용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해지 방법이 복잡해 사용하지 않은 몇몇 서비스를 왓섭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 아이디와 패스워드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해지해 주는 점이 편리했다”, “도서 정기구독 무료 체험 서비스를 이용한 적이 있는데 깜빡하고 해지를 못 해 4개월간 사용료를 냈다. 불필요한 구독 서비스를 덜어내며 바른 소비 습관을 기르고 있다” 등 사용자들의 반응은 대부분 긍정적이었다.
이처럼 왓섭 이용자는 구독 중 해지하고 싶은 상품이 있다면 이 앱을 통해 손쉬운 해지와 사용 중인 서비스 결제일이 오기 전 알림까지 받아볼 수 있다. 회원이라면 이 모든 서비스가 무료다.
“많은 금융 및 핀테크 회사에서 자체 회원의 정기결제 데이터베이스를 찾아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왓섭은 고객의 결제내역을 분석, 가공해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듭니다. 왓섭 회원들은 사용하는 구독 서비스 관리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회원들의 구독 서비스 성향을 자체적으로 분석, 이에 맞는 구독 서비스와 상품도 제안하지만, 이외의 서비스는 무료입니다."
론칭 1년을 넘긴 왓섭의 누적 관리 금액은 9조 원에 육박한다. 광고 없이 입소문으로 앱을 찾은 회원이 전체의 89%에 달한다. 회원의 70%가 MZ세대이고 40대와 50대가 뒤를 잇는다고 한다. 젊은 층의 구독 서비스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젊은 세대의 과도한 구독이 무리한 가계지출을 야기해 구독 서비스가 ‘긍정적인 효과만 일으키는 게 아니다’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구독경제는 비단 한국만이 아닌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과거에 ‘앞으로 소비는 구독이 대세가 될 것이다’라는 프레젠테이션을 했을 땐 청중을 설득시키기 어려웠죠. 지금은 설명이 필요 없는 문화가 됐습니다. 매켄지가 ‘전 세계 소비의 70%가 구독 소비로 이뤄질 것’이라고 했을 때 당시에는 과장된 표현으로 비쳤지만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고정지출 관리를 통한 바른 소비입니다. 매월 어떤 서비스에 돈이 나가는지 파악하고 소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습관을 만드는 게 현명한 자산 관리의 기본이라고 봅니다.”
‘BUY’가 아닌 ‘USE’가 선사하는 삶의 여유
김준태 대표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핀테크와 관계없는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그는 대학생 시절부터 선배들의 사회 진출을 지켜보며 직업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창업 전, 국회에서 공공재정 및 정책파트에서 일하다가 유학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유학을 떠나기 전 얼마간의 시간이 생겨 과거 국회에서 다뤄본 적 있던 예산 관리나 비용 부분에 대한 사업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김 대표의 창업 아이템 선정 기준은 명확했다.
“연령, 성별, 지역과 관계없이 쓰는 게 ‘돈’입니다. 몇 해 전만 해도 스마트폰이나 신발을 사서 쓰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새로 구입했지만, 요즘 신발을 살 땐 ‘나중에 얼마에 되팔까?’라는 부분까지 생각합니다. 결제인식이 ‘산다’가 아닌 ‘쓴 만큼만 낸다’라는 개념으로 변했다는 방증입니다. 이렇게 소비와 지출 욕구 사이에 갭이 생기는 걸 확인했고 사업 아이템으로 ‘구독’을 선택했습니다.”
‘쓴 만큼만 낸다’, 구독 서비스에 대한 김 대표의 소신이 집약된 말이다. 왓섭이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최근 금융정보 유출 이슈와 같은 개인정보 보안은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심혈을 기울어야 하는 부분이다.
“금융보안원의 오픈뱅킹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회사 보안 시스템에 관해 철저한 점검과 취약성 검사를 진행했는데 한 번에 통과했습니다. 가령 해커들이 회원 정보를 훔친다고 해도 내역만 있을 뿐 송금 기능이 없어서 악용할 부분이 적고, 이 부분은 큰 비용을 들여 관리하고 있습니다.”
만약의 상황에 대한 대책까지 사전에 준비하고 있는 왓섭이지만 넘어야 할 산도 있다. 결제방식에 대한 제도적 문제가 그것이다. 예를 들어, 왓섭에서 구독 서비스 요금 결제 시 사용할 카드사를 선택할 때 ‘카카오페이’와 ‘스마트폰 소액 결제’가 되지 않아, 불편함을 드러내는 회원들이 더러 있다. 이에 김 대표는 “다른 핀테크 회사에도 동일 이슈가 존재한다. 수많은 간편결제 사업자들이 1998년에 나온 법을 아직도 따르고 있다”면서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왓섭의 뜻은 ‘What Subscribe’를 줄여 만든 회사명이다. 기자는 김 대표에게 ‘가장 선호하는 구독 서비스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그는 “다 좋다. 앞으로 많은 회사와 제휴를 맺어야 하기에 답을 줄 수 없다”라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더욱 건강한 구독경제 사회로 나감에 있어 왓섭의 역할을 이렇게 설명했다.
“과거 고객이 어떤 제품을 살 때 ‘이 제품이 좋을까? 과연 이 서비스가 매력적일까?’ 고민하며 피곤한 시간을 보냈다면 요즘 구독 서비스는 구독하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이 경험을 즐기는 비용을 관리해 주는 앱을 통해 시간과 비용을 더 아낄 수 있다면 고객은 더욱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집중하는 삶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이게 바로 왓섭이 바라는 지향점입니다.”
(문화경제 유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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