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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새 정부에 바란다①] 재계와 노동계 새 정부 향한 상반된 요구…‘사회적 대화’ 필요

경총 “노동 개혁 선진화 필요” vs 한국노총 “노동자를 주역으로 인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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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22호 윤지원⁄ 2022.04.15 09:37:5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가운데)이 지난 3월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경제 6단체장들과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새 정부 출범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인수위는 새 정부의 국정과제 초안을 마련하고, 세부 이행방안을 수립하는 단계로 넘어갔다. 여기에는 윤석열 당선인의 대선 공약이 상당수 반영되고, 대선 전부터 진행되어 온 논쟁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도 많다. 문화경제는 우리 경제의 주체인 기업 및 여러 이해관계자로부터 그들이 새 정부에 요구하는 바, 우려하는 바는 어떤 것인지 주요 쟁점별로 정리했다.

새 정부 노동정책에 대한 재계/노동계 입장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주요 경제 단체 및 노동계, 경제 전문가들로부터 새 정부의 경제 정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요구사항 및 조언을 모았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는 기존의 금융, 핀테크, 가상자산(코인)을 총괄하는 ‘디지털 금융 기본법’의 제정을 요청했고 전국경제인연합회(회장 허창수)는 중대재해처벌법 보완과 과잉 규제 개선을 골자로 하는 제안서를 전달했다.

각 단체 및 기관의 의견들은 2022년 대한민국 경제의 현안들을 포괄적으로 담고 있는데, 그중 주요 노동 현안을 두고 재계와 노동계의 상반된 입장이 주목된다.

인수위의 국정과제 1차 초안에는 주 52시간제, 최저임금제 재검토를 비롯한 노동·규제 개혁안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모두 지난 대선에서 윤 당선인이 내건 노동사회 분야 주요 공약이기도 하다.

대선 당시 윤 당선인은 시장경제론에 입각한 기업친화적 입장을 분명히 드러냈고, 현 정부가 지나친 규제로 자유로운 기업활동 의지를 위축시켰다는 비판을 이어갔다. 당선 후에도 민간 주도 경제 성장의 기조 아래 규제 완화, 시장 자율, 감세, 노동 관련 법제 개편 등 기업 활동 방해 요소 퇴출 입장을 강조했다.

윤 당선인의 이러한 경제 철학에 대해 재계는 환영하는 분위기이지만, 노동계는 지나치게 치우쳤다며 우려하는 분위기다.

 

김은형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지난 4월 13일 오후 서울 종묘공원에서 열린 '차별없는 노동권·질 좋은 일자리 쟁취' 민주노총 결의대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가운데)이 지난 3월 2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경제6단체장들과 오찬 회동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재계-노사 갈등하는 노동 현안들
“중대재해처벌법, 기업 위축시켜”


재계와 노동계는 이미 오랜 시간 동안 여러 가지 노동 현안에서 서로 갈등, 대립하고 있다.

먼저 올해 1월부터 본격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을 비롯해 주 52시간 근무제, 타임오프제(근로시간 면제 한도제), 노동이사제 도입 등이 있다.

전경련 측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보완을 가장 강조했다. 전경련 회장을 맡고 있는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은 지난달 윤 당선인과 만난 자리에서 “기업인들의 창의와 혁신 DNA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과잉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며 “노사간 힘 균형과 산업 현장의 기준 확립돼 기업이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안전이 물론 중요하지만,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법은 글로벌 기준에 맞춰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회장 손경호)도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법률상 경영책임자 의무 내용의 불명확성을 해소하고, 경영자에 대한 하한형(1년 이상)의 징역형을 삭제하는 등의 방향으로 법률 개정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노동법제 선진화에 대해서는 “대체근로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법 조항을 삭제해 쟁의 행위 기간 중 업무 수행을 위한 사용자의 방어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또 “모든 시설에 대한 노조의 점거를 금지하고, 노조의 부당노동행위 관련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경총은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위해 기간제 규제를 완화하고, 최저임금을 업종·지역별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가운데)이 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에서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의 방문을 받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노동계 “현장 목소리 반영해야”

한편 노동계는 새 정부의 친재계 움직임을 경계하며 윤 당선인의 주요 노동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특히 윤 당선자가 노동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도 않고, 경제 6단체와 오찬 회동을 가진 것과 달리 노동계와의 대화에 나서려고 하지 않는 것을 비판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지난달 24일, 윤 당선자의 주요 노동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성명을 내고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려면 노동자를 사회의 주역으로 인정하고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는 사회를 고민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러면서 “이전의 대통령 당선자들은 노동계와 교감하고 대화하려는 모양새를 취했다”며 “지금 윤석열 당선자는 시작 단계에서부터 노동을 배제하는 노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주일 뒤 인수위는 한국노총과 만나 면담했고, 이날 한국노총은 인수위가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며 노동 관련 12대 과제를 전달했다. 12대 과제란 △일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권리 보장 △헌법상 노동기본권 온전한 보장 △노동자 경영참가 및 노동회의소 도입 △중층적 사회적대화 활성화 △실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 감축 △최저임금 현실화 △고용안정 실현 등이다.

한국노총은 대선 당시 후보들에게 이 12대 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 그때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적극적으로 정책 이행 의지를 보인 반면 윤 당선인 측은 과제에는 미온적이고 기업 친화적인 입장을 꾸준히 드러낸 바 있다.

 

윤석열 당선인이 경제6단체장들과 오찬 회동을 가진 3월 21일 오전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대통령직 인수위 인근에서 윤 당선인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새 정부에 대한 민주노총의 요구안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한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대선 다음 날인 지난달 10일 낸 입장문을 통해 윤석열 당선인에게 “구체적인 노동정책을 제시해야 한다”며 “반노동 정책이 아니라 현장을 가장 잘 아는 노동자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민주노총은 13일 서울 종묘공원에서 약 4000명이 모여 결의대회를 열고 ‘차별없는 노동권‧질 좋은 일자리 쟁취’의 구호를 외쳤다.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던 이날 집회에서 민주노총은 결의문 낭독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민주노총에 대해 갖고 있는 부정적 인식은 잘 알고 있으나, 가장 듣기 싫은 목소리에 귀를 열어야 국민 통합도 가능하다”라며 비정규직 대책 마련과 최저임금 개선 등을 촉구했다.

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윤석열 당선자와 인수위가 내놓는 이야기는 시대착오적이고 반노동적”이라고 비판하며 “철저하게 노동을 외면하고 노동자들을 밟고 기업에 이르는 자본의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다가오는 5년은 윤석열의 시대가 아니다. 노동자들의 시대로 우리가 만들어낼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지난 3월 24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차별없는 노동권' 민주노총 투쟁 선포 단위노조 대표자 결의대회 참석자가 손팻말에 차기 윤석열 정부를 향한 노동계의 요구사항을 적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윤 당선인-노동계 “대화가 필요해”

양대 노총이 윤 당선인과 인수위에 요구하는 것의 공통점은 “귀를 열고 노동계 목소리를 들으라”는 소통의 필요성이다. 실제로 차기 정부가 노동 개혁을 추진할 것을 공언한 만큼 ‘사회적 대화’는 대단히 중요하다. 172석 과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권력이 국민의힘보다 막강한 ‘여소야대’ 정국에서 노사정 합의라는 명분 없이 일방적인 노동 개혁은 쉽지 않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차기 정부는 노동정책을 설계하고, 제도 개선 및 안정적인 시행을 위해 먼저 사회적 대화를 활성화해야 할 필요성이 강조된다.

다만 차기 정부의 실제 노동 개혁 의지가 어느 정도 강한지가 관건이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윤 당선인이 노동 개혁의 구호를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그만큼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할 계획이 없다면 굳이 명분 없는 사회적 대화를 부각시키려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라면서도 “다만, 노동 개혁은 자칫 대량 실직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고, 거대 기업의 명운을 가를 수도 있기 때문에 사회적 대화는 반드시 필요하며, 이를 누가 주도적으로 이끌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노동계의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대화 요구에 윤 당선자도 결국 문을 열었다. 노동계 관계자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지난 4월 15일 한국노총을 방문해 김동명 위원장과 이동호 사무총장 등과 면담했다.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였던 지난해 9월 한국노총을 방문한 바 있고, 당시 노동이사제 찬성 등 노동계가 원하는 바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날 윤 당선자는 "처음부터 한국노총의 친구가 되겠다고 말씀 드렸다"며 "한국노총이 추구하는 더 나은 사회,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꾸준히 소통하여 우의를 다져나가겠다"라고 말했다. .

< 문화경제 윤지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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