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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새 정부에 바란다③] 벤처기업협회 유정희 혁신정책본부장 인터뷰 “마음껏 도전, 꿈 펼칠 수 있는 벤처 환경 만들어 달라”

국회 법사위 계류 중인 복수의결권 도입 시급, 모태펀드 확대로 투자 쏠림 막고 신사업 영역에 켜켜이 쌓여있는 규제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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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22호 안용호⁄ 2022.04.19 09:34:15

새 정부 출범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인수위는 새 정부의 국정과제 초안을 마련하고, 세부 이행방안을 수립하는 단계로 넘어갔다. 여기에는 윤석열 당선인의 대선 공약이 상당수 반영되고, 대선 전부터 진행되어 온 논쟁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도 많다. 문화경제는 우리 경제의 주체인 기업 및 여러 이해관계자로부터 그들이 새 정부에 요구하는 바, 우려하는 바는 어떤 것인지 주요 쟁점별로 정리했다.

벤처업계가 새 정부에 거는 기대와 바람을 유정희 (사)벤처기업협회 혁신정책본부장으로부터 들었다. 사진=벤처기업협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디지털 대변환의 핵심 주체를 민간기업으로 규정하고 벤처기업 창업과 성장의 걸림돌인 규제를 과감히 개혁할 것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특히 혁신벤처정책분야의 공약들이 임기 내 지켜질지가 관심사다. 유정희 (사)벤처기업협회 혁신정책본부장을 만나 새 정부에 거는 기대를 들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도 2020년 말 기준 국내 3만 9천여 개 벤처기업의 총고용 규모는 81만7천여 명으로 국내 4대 그룹의 총 고용 규모(69만 8천여 명)보다 많고, 총매출액은 206조 9천여억 원으로 재계 2위에 해당한다. 또한 벤처기업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4.4%로 대기업(1.8%)보다 2.4배 높고, 국내 전체 산업재산권(55만 7천여 건)의 절반인 27만 5천여 건을 벤처기업이 보유하고 있다.

또한 국내 벤처기업은 우리 경제의 혁신성장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주도하고 있으며, 미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이끌 주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이 급격히 이루어지는 변화된 환경은 벤처기업 관련 혁신과 선진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 중 가장 이슈가 되는 것이 바로 복수의결권이다. 복수의결권은 일부 주식에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차등의결권으로도 불린다. 보통 주식 1주당 1의결권이 원칙이지만 복수의결권이 허용되면 1주에 10주 또는 100주 등 차등해 다수 의결권을 가질 수 있다. 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 벤처기업의 경우 창업자의 경영권을 지키면서 투자금을 모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제도가 필수적이다.

“업계에서도 비상장 벤처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받아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경영권 희석 우려 없이 투자유치가 가능한 복수의결권 제도 도입을 지속해서 건의해 왔습니다. 그 결과 21대 국회에서 벤처기업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치열한 검토와 논의 끝에 지난해 12월 산자위에서 의결되었지만, 이후 국회 법사위에 계류된 상황입니다.”

복수의결권, 벤처생태계 내에서 꼭 필요한 제도

현행법상 의결권이 없거나 안건별로 의결권이 제한되는 주식은 허용되나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은 불가능하다. 외국의 상황은 어떨까?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혁신본부장은, 복수의결권이 창업과 벤처투자가 활발한 다수 국가에서 이미 도입 중이며, 유니콘 기업 수 상위 1~4위 국가(미국, 중국, 인도, 영국) 모두 복수의결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기부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에 상장한 기술 스타트업 중 복수의결권 구조를 활용하고 있는 기업 비중은 35.8%에 달한다.

“복수의결권 도입이 허용되면 기업이 성장하며 진행되는 다양한 라운드의 투자유치 과정에서 창업자의 지분희석(기업의 외부 투자 유치 과정에서 창업자의 지분이 적어지고 외부 투자자의 지분이 대거 확대되는 것)을 예방하고 외부의 적대적 M&A를 방지하여 기업가의 장기적 혁신 활동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혁신벤처생태계가 발달한 선진국과 유니콘 기업이 많이 탄생하고 있는 국가의 대부분이 복수의결권 주식을 허용하고 있는 것도 복수의결권 주식이 벤처생태계 내에서 꼭 필요한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공들여 키워놓은 기업이 한순간 다른 사람의 것이 된다면 누가 힘들여 기업을 창업할까? 왜 우리나라는 이 제도를 채택하지 않고 있는 걸까?

복수의결권 도입의 시급함을 설명하는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혁신정책본부장. 사진=벤처기업협회

“복수의결권이 경영진에게 과도한 권한을 집중시킬 수 있다는 일부 시민단체 등의 반대 의견 때문입니다. 그런데 현재 국회에 상정된 법안에는 재벌 대기업의 편법 경영권 승계 악용 차단, 엄격한 주주동의를 통한 발행, 소수 주주 및 채권자 보호를 위한 복수의결권 행사 제한 등 우려하는 사안에 대한 안전장치가 이미 마련되어 있습니다.”

국회 상정 법안을 살펴보면, 편법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상속·양도, 이사 사임 시 복수의결권 주식이 보통주로 전환된다. 복수의결권 주식이 창업주의 경영권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보다 엄격한 주주동의 확보를 위해 가중된 특별결의(발행된 주식 총수의 3/4동의)로 정관을 개정했다. 또한 주요 의결사항에 대해서는 1주당 1의결권으로 하여 복수의결권 주주의 지배력을 제한한다. 유 본부장은, 그런데도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가능성만으로 벤처업계의 필요와 염원이 묵살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 3월 24일 벤처기업 복수의결권 도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미래 신사업을 주도할 벤처·스타트업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제도 도입을 결정했다는 것이 인수위 측 설명이다. 문제는 거대 야당의 반발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은 기업지배구조와 소액주주 보호가 취약한 한국에서는 문제점이 더 크므로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벤처·스타트업계는 정부와 국회가 긴밀히 협조하고 세심히 검토하여 기업가의 장기적 혁신 활동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하는 복수의결권 허용법안이 국회에서 조속하게 통과되어 신속하게 시행될 수 있도록 계속 건의할 예정이다.

대학 중심 벤처·스타트업 창업 열풍 조성되려면?

윤 당선인이 공약한 벤처·스타트업 지원 강화책 중에는 대학 중심의 스타트업 열풍 조성이 있다. 그런데 이것은 이전 정권부터 반복되어 온 캐치프레이즈였다. 그동안 역대 정부가 고용 없는 성장에 새로운 산업 구조를 창출하고 안정된 고용 창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였으나, 우수한 대학(원)생들의 창업 의지가 낮고 안정성 높은 직장에 대한 선호가 높은 것으로 보아 그동안의 정부 정책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청년 창업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 수단일뿐 아니라, 기술 집약적인 분야나 신성장 동력 분야에서 국가 전체의 산업경쟁력 제고에 매우 중요하다.

유정희 본부장은 대학 중심의 벤처·스타트업 창업 열풍을 조성하려면 대학(원)생 창업학점 인정, 기업가 정신 교육 의무화, 산학협력을 통한 실질적 창업지원, 대학(원)생 창업지원 전용 소셜펀딩 지원 등의 정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창업한 대학(원)생에게는 창업실적을 대학 학칙이 요구하는 이수 학점 일부로 인정하여 창업에 전념하고, 이론 교육뿐 아니라 실무 경험도 쌓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이스라엘 대학생들은 80~90%가 취업 대신 창업을 선호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경제, 창의력, 기업가 정신 교육을 체계적으로 배우는 등 남다른 창업 커리큘럼을 기반으로 오늘날 세계적인 창업 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한국도 대학(원)의 기업가 정신 교육 교양개설을 의무화해 우수한 젊은 인재들에게 창업 동기를 부여하고 인식 개선을 해주어야 합니다. 또한 기업의 기술적 문제를 학교 교수를 비롯한 대학(원)생이 해결하고 더 나은 기술을 개발할 경우, 학교에서는 조기 졸업 또는 학위를 수여하며, 관련 회사에서는 이 인재들을 채용하여 사내벤처로 육성해야 합니다.”

유 본부장은 대학(원)생 창업지원 전용 소셜펀딩 지원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자본시장 질서를 해치지 않은 범위에서 대학(원)생 창업지원 전용 소셜 펀딩을 통해 창업 초기자금 및 기술 사업화(개발)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펀드레이징에 대해서는 불특정 다수보다는 우선 학교 재단, 교직원, 학생, 동문 및 전문기관 투자가로 제한하여 시범 운영한 후 확대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법정 근로시간제도 수정도 벤처·스타트업계의 현안이다. 근로시간 단축이 국내 벤처기업의 혁신 경쟁력을 저하하지 않고 제도의 선취지가 벤처기업에 연착륙되기 위해서는 노사간 합의를 전제로 한 노동 유연성 확보가 필요하다.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노동자의 건강권과 저녁이 있는 삶인 ‘워라밸’을 실현한다는 총론적 취지에는 공감합니다. 하지만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는 기술개발 및 비즈니스 모델 선점을 위한 ‘시간 경쟁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벤처기업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이것은 글로벌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벤처기업 특성을 반영한 예외적인 조치가 절실히 요구됩니다.”

실무에 바로 투입 가능한 인재 부족도 벤처·스타트업계의 가장 큰 애로 사항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에 따른 소프트웨어(SW) 경쟁력이 강조되면서 SW개발인력의 대기업 쏠림현상과 중소벤처기업 인력 유출 문제로 업계가 SW개발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 본부장은 근본적이고 중장기적인 사회 직업교육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전문 기술 인력 양성을 위해 고등교육기관인 대학과 연계해 디지털 기술 분야 관련 교육과정을 마련하여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기존 중소기업의 역량을 고려해 볼 때, 이 같은 고급인력의 채용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저기술 중장년 노동 인력을 단기간의 파편적인 교육 프로그램만으로 SW 전문인력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결국 근본적인 대책은 대학 교육의 혁신적인 변화로 졸업 후 바로 취업 및 현장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해 내는 것이다. 벤처기업협회는 기업과 학교가 공동 참여하여 교육시스템을 혁신적으로 변경할 것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재교육에 따른 비용 절감, 시간 절약 등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월 혁신벤처단체협의회가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 혁신 정책을 제안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벤처기업협회 

모태펀드 확대, 투자 쏠림과 지방 벤처 소외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지난 4월 11일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 회장은 서울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에서 열린 중견기업 최고경영자 오찬 강연회에서 중견기업이 주축이 돼 유망한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모태펀드 조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모태펀드는 개별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대신 펀드(투자조합)에 출자해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방식의 펀드이다. 이에 대한 벤처·스타트업계의 기대가 크다.

“모태펀드 출자 확대는 민간자금 출자비중이 높아질 수 있도록 최소한의 마중물 역할(민간 벤처투자 참여 촉진)을 하고 벤처투자시장 규모를 확대하여 벤처창업과 혁신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 또한 민간자금 유입으로 벤처투자시장이 확대되면 모태펀드가 시장이 자체적으로 투자하기 어려운 영역(지역 및 제조벤처, 재도전 등)에 집중할 수 있게 되는 효과도 있을 겁니다.”

2021년 신규 벤처투자는 7조6802억원(2020년 4.3조원 대비 78.4%↑), 신규 벤처펀드 조성은 4.7조원(2017년 4.6조원 대비 1.7%↑)을 경신하며 역대 최대실적을 달성했다. 또한 지난해 상장을 통한 투자금 회수가 늘어나면서 청산된 벤처펀드도 12.4%를 기록하면서 역대 최대 수익률을 올렸다.

이러한 결과는 최근 벤처투자가 역대 최고를 경신하며 벤처투자 시장에 자금이 풍부해져 벤처창업 열기가 확산하고, 벤처투자를 받은 기업들의 기업가치도 높게 평가된 것으로 풀이된다. ‘제 2의 벤처붐’이 불면서 '투자-회수-재투자'로 이어지는 벤처생태계의 선순환이 가시화되는 추세이다.

“벤처투자가 최고조를 이루고 있지만 업종이나 지역에 따라 투자 역시 양극화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바이오, 인공지능(AI), 헬스케어, 가상·융합현실(VR/AR), 에너지 등 광범위한 첨단산업과 신기술 등의 산업은 투자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만, 제조 벤처는 소외되는 형국이죠. 또한 수도권 투자 쏠림현상이 심해 지방 벤처 또한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유 본부장은 모태펀드 확대야말로 이런 투자 쏠림과 지방 벤처 소외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신산업 영역에 쌓여 있는 규제, 원격의료 규제 완화 절실

벤처기업이 현장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신산업 영역에 켜켜이 쌓여 있는 각종 규제이다. 특히 기득권의 저항 및 포지티브 규제, 소극 행정 등으로 인해 규제 장벽이 매우 높고 변화의 속도도 느릴 수밖에 없다.

“벤처기업들은 신산업 영역에서 뛰어난 아이디어와 사업모델이 있어도 진입규제로 인해 사업을 아예 진행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20년 넘게 규제에 묶여 시범사업만 허용되고 있는 원격의료 규제완화를 위해 노력할 계획으로, 저희는 ‘디지털헬스케어정책위원회’를 통해 다양한 활동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벤처기업협회 유정희 혁신정책본부장은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을 극
복하고 사업화할 수 있느냐가 국가의 혁신과 경제발전, 더 나아가 국민의 복지까지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국내 혁신벤처기업들이 과감한 기업 활동을 통해 코로나19로 침체되어 있는 우리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도록 새 정부도 관심을 갖고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 본부장은 특히 정부 내부의 단일 컨트롤타워를 가동해 규제개혁 조정 기능을 모을 필요가 있으며 국회의 전폭적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정희 본부장은 대학 중심의 벤처 스타트업 창업 열풍 조성, 모태펀드 확대, 법정 근로시간제도 수정 등 다양한 벤처·스타트업계의 희망 사항을 전달했다. 사진=벤처기업협회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혁신본부장은...

서울보증보험, GMC벤처캐피탈을 거쳐 2005년부터 벤처기업협회에서 근무하고 있다. 스타트업 법무교육 플랫폼 자문단 위원(법무부), 사람투자 인재형성 민·관전문가 협의회 위원(교육부), 서울시 창업·재도전 펀드 운영위원회 위원(서울시) 등 다수의 내·외부 활동을 했으며, 관련 공로로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상장(RIS사업), 안정행정부장관 감사장(기술유출방지) 등을 받았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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