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2호 이윤수⁄ 2023.02.20 16:25:40
2022년 통계청이 발표한 기대수명과 건강수명 추이에 따르면 한국 인구의 기대수명은 1970년 62.3세에서 2021년 83.6세까지 높아졌다. 하지만 건강수명은 평균 66세로 기대수명에 비해 현저히 낮게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에 따르면 노인은 노화로 인한 여러 가지 신체적 변화로 인해 여러 장기의 기능이 저하되어 있으며 이에 따라 약간의 이상에도 급격한 반응을 하게 된다.
또한 치매, 우울증, 심부전, 고혈압, 당뇨병, 골다공증, 영양결핍, 관절염, 난청, 노인 호흡기 질환 등 노인에서 흔한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가 많으나 질환의 증상만으로는 원인을 찾아내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외에도 가벼운 신체의 변화로도 여러 장기에 걸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고, 질병으로부터 회복하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노인 건강의 최일선에서 시니어들을 살피는 대학병원을 찾아 시니어를 위한 다양한 의료 정보를 취재했다.
노인 의료 분야의 선두주자, 분당서울대병원
노인 의학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경우 쉽게 진단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노인 환자는 전문적인 진료를 요구한다. 분당서울대병원 노인의료센터는 노인병내과, 신경과, 재활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의 전문의와 노인 전문간호사, 영양사, 약사, 사회복지사 등 전문가가 진료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이곳에서는 환자 개개인의 특성과 상황에 맞는 개별화된 진료를 제공해 진료의 효율성을 높이기 높이고 노인의 포괄적 건강 평가를 물론 노인 기능 유지를 위한 활동 등을 지속하고 있다.
우선 노인의료센터는 노인의 만성적이고 복합적인 문제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시력, 청력 등 신체기능 및 일상생활 능력 평가, 사회적 지지, 낙상 위험, 인지 기능, 우울, 섬망, 영양상태, 복용 약물 등의 항목을 포함하는 포괄평가도구를 개발했다. 외래를 방문 노인 환자는 물론, 병동에 입원한 경우에도 지속 평가해 치료 경과에 반영하고 있다.
또 수술 전 노인 환자의 포괄평가도 이뤄지고 있다. 70세 이상의 노인 환자 중 수술 전 위험 요소의 조기 발견 및 수술 후 예후를 평가할 수 있는 평가 도구를 적용해 노인환자의 치료 경과에 반영하고 있다.
아울러 노인 환자 진료를 위한 노인병팀의 지속적 활동을 위해 노인의료센터 병동에 입원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노인의학, 심장내과, 재활의학과 의사 및 노인전문간호사, 약사, 영양사, 사회복지사로 이루어진 노인병 팀이 정기적인 회의를 통해 치료방침을 결정하며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경우 병실에서 물리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며, 점진적인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노인 병동 내 기능회복실을 운영한다. 주 2회 웃음 치료 등을 통하여 섬망 예방을 위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이외에도 분당서울대병원 노인의료센터는 병원뿐만 아니라 집에서의 노인 건강 관리를 위한 팁을 제공한다.
센터는 내과, 정신건강의학과, 신경과, 이비인후과, 정형외과 등의 의사들과 노인전문 간호사, 약사, 영양사, 사회복지사 등이 힘을 모아 종합적인 노인 건강관리와 정보제공을 위한 책을 발간했다. 고혈압, 당뇨병, 뇌졸중, 치매, 호흡곤란, 골다공증, 요통, 대상포진 등 다양한 질환들을 소개, 365일 건강한 부모님을 위해 활용할 정보를 제공했다.
분당서울대병원 김철호 교수(서울의대 명예교수)는 “나이가 들면 가지고 살아야하는 질병의 개수가 많아질 수밖에 없겠지만, 그렇더라도 예방을 통해 병이 늦게 들고, 들어도 빨리 발견하고, 발견하게 되면 잘 관리하며 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다만, 건강은 젊었을 때부터 관심을 두고 다양한 노력을 통해 관리해야 더욱 활동적인 노년기를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병원 밖으로 나와 환자 진료하는 한림대의료원
노년이 되면 영양소뿐만 아니라 건강 관리도 중요하다. 특히 지난 몇 년 사이 코로나로 외출하지 못해 시니어들은 병원을 방문하기도 어려운 실정이였다. 이에 그동안 진료를 받기 어려웠던 시니어들을 위해 한 대학병원이 직접 병원 문을 나섰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은 1월 25일 과천시노인복지관 대강당에서 과천시 거주 노인 대상으로 무료 건강검진과 건강강좌를 진행했다.
지난 행사에서 이비인후과 이중섭 교수는 ‘흔히 만나는 코 질환’이라는 주제로 비염, 코골이 등 이비인후과 분야 만성질환에 진단 치료 일상생활 속 관리에 대한 강의를 진행했다. 이후 혈당검사, 혈압 체크, 골밀도검사, 재활치료 상담 등 무료 건강검진이 이어졌다. 노인 60여 명이 노인성 난청, 이명 등 이비인후과 질환 관련 전문의와 상담했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에서도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에서 안과와 정형외과 무료 건강검진을 진행했다. 화성시에서 상대적으로 의료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지역을 선정하고, 교수·전공의·간호사·물리치료사·사회복지사·행정지원 등 6명으로 의료지원단을 구성했다. 이들은 지역주민 40여 명을 대상으로 안과와 정형외과 검진 및 상담을 제공했다.
안과 검진은 1차 시력검사, 2차 안압 검사 및 사시 유무 판별 등의 기초 검사와 더불어 세극등현미경을 통한 백내장, 녹내장, 황반변성 유무 등의 정밀검사로 이뤄졌다. 이어서 정형외과 검진은 어깨 초음파를 통한 회전근개 상태 검사와 함께 집에서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굽은 어깨펴기 운동 등 맞춤형 물리치료 교육을 진행했다.
이성호 한림대동탄성심병원장은 “코로나19와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주민들을 위해 앞으로 의료 소외지역에 찾아가는 무료 건강검진을 지속해 시행하겠다”며 “주민들의 건강한 삶에 기여하는 병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
정부에서도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위해 의료진이 직접 찾아가는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을 2월 현재 전국 12개 시‧도 28개 의료기관에서 시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보건복지부가 맡아 진행하고 있다.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은 거동이 불편해 병원을 방문하기 어려운 노인의 가정으로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가 정기적으로 방문해 진료와 간호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시범사업 참여기관은 지역별 분포를 고려해 선정, 지난해 12월 공모를 거쳐 시범사업이 시작됐다. 1월 말 기준 450여 명의 장기요양 수급자에게 재택의료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본격적으로 시범사업 참여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가 내실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현장 지원에 나섰다. 2월 6일부터 이틀간 28개 재택의료센터 소속 사회복지사들이 참여하는 간담회를 열어 현장의 애로사항을 듣기도 했다. 정부는 오는 11월까지 시범운영 후 서비스 제공 현황이나 사업 모형, 참여자 만족도 등을 평가해 사업을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최종균 복지부 인구정책실장은 “재택의료센터는 어르신들이 댁에서도 의료적 욕구를 해소하시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앞으로도 장기요양 수급자에게 재택의료서비스가 확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시니어의 가장 무서운 적 '치매'
노년이 될수록 다양한 질병을 조심해야 하지만, 시니어가 가장 무서워하는 병은 바로 '치매'다.
특히 코로나로 인한 제한된 외부 활동, 대인관계 축소와 이에 따른 우울감 심화로 많은 시니어가 치매가 발생하거나 악화할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됐다. 또 운동 감소와 배달 음식 및 인스턴트 음식 섭취의 증가도 치매를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신경과 김재호 교수로부터 건강하고 활기찬 노년을 위한 치매 예방법을 들었다.
- 시니어의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식습관일 텐데요.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는 음식이 있나요?
"전 세계적으로 인정 받은 치매 예방에 좋은 음식으로는 샐러드, 연어, 아보카도, 방울양배추, 두부, 강황 등이 있습니다. 과일의 경우에도 당뇨병이 심하지 않다면 매일 섭취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먼저 채소는 충분히 매일 섭취하는 것이 좋으며 어르신들의 경우 평소 먹는 나물이나 김치 위주로 식사할 때가 많은데 이는 오히려 적절한 양의 채소를 먹지 못할 수 있습니다. 나물과 김치의 경우 염분이 높아 충분한 양을 섭취하기는 힘들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샐러드를 먹기 좋게 포장해 팔고 있어 몸에 좋은 채소를 편리하게 충분히 섭취할 수 있습니다."
- 반대로 치매에 안 좋은 음식도 있나요?
"치매를 막으려면 단 음식을 먹지 않아야 합니다. 당뇨와 치매의 연관성은 많은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는데, 당뇨병 환자들은 비당뇨인들보다 혈관성치매의 발생 위험은 2배, 알츠하이머병의 발생 위험은 1.6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우울감 증가로 단 음식을 찾는 경향이 더욱 강해져 주의가 요구됩니다. 만약 단 음식을 참을 수 없다면 간식으로 먹기보다는 밥 대신 식사로 한 끼 정도 먹는 것을 추천합니다"
- 대인관계와 유산소 운동이 치매를 막는 데 도움이 될까요?
"코로나19로 인해 외부 활동이 제한되면서 사람들을 만나 소통할 기회도 줄어들었습니다. 스마트기기가 익숙한 사람들의 경우 온라인상에서 대인관계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사회적 고립감과 우울감을 느끼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사람들과 자주 만나 대화하거나 대인관계 활동을 하는 것은 치매 예방 및 악화를 늦추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혼자 지내거나 친구 등과의 교류 없이 지내는 사람의 경우 치매에 걸릴 확률이 1.5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사람들과의 정기적인 만남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고, 가족 및 친구들과 전화 통화 및 영상통화 등도 도움이 됩니다.
운동도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는 데 특히 유산소 운동이 큰 도움이 됩니다. 걷기, 수영, 달리기 등의 유산소 운동이 인지기능 향상에 가장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규칙적인 운동은 뇌의 혈액순환을 촉진해, 신경세포 간의 연결을 원활하게 합니다. 일주일에 3회 이상 꾸준히 걷게 되면 인지장애의 확률을 33% 낮추며 치매에 걸릴 위험도 31% 낮아집니다. 산책 등 실외 운동을 규칙적으로 꾸준히 하는 것이 도움이 되며, 외부에서 운동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면 실내에서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육체적 활동을 하면 뇌신경을 보호하여 인지기능 저하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 문화경제 이윤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