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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시니어에게 AIP가 중요한 이유... 낯선 환경보다 안정감 추구

도심 외곽에서의 낯선 삶 원치 않아... 시니어의 주거·의료·문화 욕구 정부가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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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42호 안용호⁄ 2023.02.21 11:57:22

페이스북을 기웃거리다 보면, 종종 대선배들의 근황을 접할 수 있습니다. 그중 거의 매일 게시물을 올리는 고교 선배 한 분이 있습니다. 아침 식사 메뉴부터 늦은 술자리까지 하루 일상을 사진과 함께 깨알처럼 올립니다.

대기업 출신인 이 고교 선배는 60대 중반이지만 아직도 일을 하고 있습니다. 디자인 관련 직종에 근무했던 경험을 살려 한 중소기업에서 디자인과 마케팅 고문으로 근무합니다. 상근이 아니어서 매일 출근은 안 하지만 이분의 출근길은 늘 즐겁습니다. 다니는 기업의 CEO가 자기 경험과 안목을 보석같이 여겨주기 때문입니다. 퇴근길에는 동창생들과 당구를 치고 뒤풀이 자리에선 직접 기타를 치며 멋지게 노래도 부릅니다. 은퇴했지만 현역 때와 일상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분에게는 은퇴 후 전원생활은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 출퇴근이 어려울 뿐 아니라 친구들과 어울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자주 찾아오는 자녀들과의 만남을 위해서도 지금껏 살던 도시의 공간을 떠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난해 삼정KPMG가 작성한 ‘시니어타운, 카이로스의 앞머리를 잡아라: 초고령사회에 대비하는 움직임’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시니어타운이 도심 진입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로 고령자의 AIP 욕구를 들었습니다. 정주(定住, Aging in Place, 이하 AIP)는 노년기에 거주하던 공간에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계속 살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낯선 환경보다는 안정감 있고 삶의 질과 만족도가 높은 원래 살던 내 집에서 노후를 보내는 것을 원한다는 것이죠.

보고서는 다가올 초고령사회에서는 이와 같은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시니어의 AIP 욕구와 세대통합이 결합한 해외 사례도 있습니다. 일본 도쿄의 ‘고토엔’은 도시에서 시니어와 어린이가 함께 사는 공간입니다. 이곳에 거주하는 시니어들은 아침 운동, 취미 활동, 다과회 등을 아이들과 함께하며 정신적·육체적 활력을 얻고 있습니다. 반대로 아이들은 시니어들로부터 보살핌을 받고 연륜에서 묻어 나오는 삶을 배웁니다.

도시에서 안정감 있는 노후를 보내려는 시니어들의 욕구는 욜드족(젊은 노인, Young Old)의 니즈와도 궤를 같이합니다. 이번 호 문화경제는 이 욜드족을 타깃으로 다양한 마케팅과 비즈니스를 펼치는 기업들의 움직임을 특집 기사로 소개합니다.

스타벅스·GS리테일·이랜드는 일하는 즐거움을 원하는 시니어의 욕망에 주목합니다. 시니어가 선호하는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히는 스타벅스는 ‘시니어 바리스타 교육장’을 마련해 강습뿐만 아니라 시니어의 일자리를 창출합니다.

젊은 세대의 일자리란 인식이 강했던 편의점도 시니어를 모십니다. 대표적으로 ‘GS25 시니어 드림 스토어’는 시니어를 위한 다양한 일자리 발굴을 통해 이들의 활기차고 건강한 노후생활을 지원합니다. 이랜드는 패션 브랜드에 김칠두 씨와 같은 시니어 모델을 선택해 청년-노인 모두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고 합니다. 시니어 모델 발탁 사례는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자체도 젊게 사는 시니어, 욜드족에게 주목하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가 운영하는 강남시니어플라자의 시니어들은 젊은이 못지않게 태블릿을 능숙하게 다루고 VR(가상현실)과 AR(증강현실) 기기에도 익숙합니다. 150개 강좌에 등록회원이 1만3541명인 이곳은 인문학 강의뿐만 아니라 바이올린, 클라리넷 등 악기도 배울 수 있는 시니어의 천국입니다.

강남구가 지난해 9월 구립 강남노인종합복지관에 조성한 시니어 전용 IT 공간 ‘강남 메타버스 체험관’에서 한 시니어가 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메타버스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강남구청

이렇게 시니어들이 첨단 디지털 기술에 익숙하다 보니, 이들을 타깃으로 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 개발과 적용이 빨라집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로 집안 내 원격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시합니다. 집에서도 진료 예약, 의료진과의 바이탈 정보 공유, 진단 처방전까지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왔습니다. 지난 CES 2023에서도 욜드족이 가까운 미래에 향유하게 될 다양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앞서 시니어의 AIP 욕구를 언급한 것은 그들이 원하는 노년의 삶이 어떤 모습인지 다시 한번 환기하기 위함입니다. 과거 우리가 막연히 생각했던 것처럼 시니어는 더 이상 도심 외곽이나 농촌에 머물고 싶어 하지 않으며 익숙한 공간에서 주체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삶을 추구합니다.

중요한 것은 주거시설, 의료시설, 문화시설 및 서비스에 대한 평등한 이용권리가 아닐까요. 시니어에 대한 기업과 사회의 관심이 의미를 가지려면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부유층만을 위한 기술·사회적 진보가 아니라 이를 함께 나누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이 절실합니다. 기업의 첨단 의료 기술과 서비스를 공평히 나누는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헬스케어 창업기업 규제 혁신도 이런 맥락에서 정부가 풀어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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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욜드  정주성  시니어타운  강남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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