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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가 바꾼 기업 생태계④] 현대자동차, "생산부터 운송까지 통합된 수소 생태계 구축할 것"

수소경제, 미래 에너지 패권 경쟁은 이미 시작되었다…수소 가치 사슬 선점 구체화하는 현대자동차, 생산·운송 등 수소 생태계 내 정부와 기업의 일원화된 기술 혁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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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54호 김예은⁄ 2023.08.17 16:34:15

전 세계 패권과 질서는 에너지 권력과 그에 기반한 경제력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왔으며, 이러한 흐름은 미래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달라지는 점이 있다면, 그 에너지원이 과거 석탄으로부터 석유로 변화했듯,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가 고조되는 미래에는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전환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친환경 에너지원 가운데 하나로 '수소 경제'가 각광받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수소는 장기간 저장이 가능하며 유해한 부산물 없이 산소와의 화학반응으로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이러한 수소의 특질로 인해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생산한 그린수소는 가장 환경친화적인 에너지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따라 본 에너지원을 생산하는 수전해 설비가 핵심기술로 주목받으며, 각국은 수전해 기술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등 수소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펼치고 있다.

보쉬는 전체 수소 가치 사슬에 대응한 운영체제를 갖추고, 생산 및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수소 경제를 위한 솔루션에서도 보쉬는 글로벌 제조 네트워크와 자사 독일 거점들의 역량을 활용해 2030년까지 수소 기술로 약 50억유로의 매출을 창출할 계획이다. 사진=보쉬  

수소 경제 패권 선점하려는 주요 선진국

 

2020년 기준으로 중국은 이미 글로벌 1위 수소 생산시장(수소 생산시장 규모 274억 달러, 세계시장 점유율 21.1%)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232억 달러, 점유율 17.9%)과 일본(74억 달러, 점유율 9.1%), 독일(60억 달러, 점유율 4.7%), 호주(44억 달러, 점유율 3.4%)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주요 선진국은 관련 정책과 생산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로 미래 에너지 패권을 선점할 채비에 나섰다. 미국은 자국 내 수소 시장 활성화를 목표로 약 95억 달러(인프라 법), 225억 달러(IRA) 규모의 보조금을 활용해 기술 개발과 생산 단가 절감을 위해 힘쓰고 있다. 독일은 그린수소 생산을 목표로 생산비용 절감을 위해 전력 부과금을 면제하고, 수소 공급이 가능한 33개국을 대상으로 그린수소 수입 전략을 수립했다. 일본은 수소 사회 실현을 위해 2027년부터 15년간 화석연료와의 발전단가 차이를 지원할 예정이며, 호주·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로부터 수소를 수입하는 정책을 병행 추진 중이다. 중국과 호주는 각각 세계 1위 수소 생산 국가 유지와 수소 수출 1위 국가를 유지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국내는 수소를 직접 생산하는 기술력과 자급률이 경쟁국 대비 부족해, 국가 차원에서 수소 생산 기반 기술 및 기지 확보와 청정수소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들을 펼치고 있다. 수소 생산 정책은 크게 ▲연료 이용 및 수전해 시스템 R&D, ▲국내 생산기지 구축, ▲해외 수소 생산 공급망 확충 지원으로 구분돼 추진 중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수소법을 제정하고 의욕적인 목표 설정과 각종 추진전략을 발 빠르게 수립해 이행 중이나, 세부 추진방안이나 면밀한 이행점검은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특히 인허가 규제로 수소 생산 기지 구축 사업이 다수 지연되고, 생산 관련 예산은 축소되었으며, 이행 점검체계가 미흡한 점 등이 문제점으로 분석됐다. 또한 주요국에 비해 기업 인센티브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인허가 신속 처리 등 수소 생산에 필요한 행정지원, 청정수소 생산 인센티브 확대 및 기지구축 예산 확보, 이행 점검시스템 구축 등 신속한 제도 개선을 통해 수소경제의 근간이 되는 생산 분야에 적극적인 지원을 해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수소는 생산뿐 아니라 그 저장과 운송 과정에서도 고도의 기술력과 변환 작업이 필요하다. 수소는 단위 부피당 에너지 밀도가 낮아 저장·운송 과정에서 압축(물리적) 혹은 변환(화학적)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에는 기술적 한계로 기체 저장·운송방식(파이프라인, 고압 기체 튜브 트레일러)이 주가 되고 있으나, 주요국들은 장거리 수소 운송체제 구축을 위해 수소를 액체, 액상으로 변환하는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향후 기술 발전 시 경제성이 높은 액체 및 액상 방식으로 수소를 저장하고, 파이프라인, 탱크로리 및 선박을 통해 대량 운송하는 방식이 확대되면 관련 운송 산업의 성장도 확대될 전망이다.

 

세계 수소 저장시장 규모는 2021년 147억 달러에서 연평균 4.4% 성장해 2030년에는 약 217억 달러에 이르고 저장시장의 성장이 운송시장의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액체 수소 저장 기술 등이 상용화될 시 저장 기술을 연계한 인프라 투자(액화수소 수출입 터미널, 운송 선박, 파이프라인, 튜브 트레일러 등)가 활성화돼 수소 운송시장은 2050년 5,66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국들은 미래 예견되는 폭발적인 수소 수요를 대비하기 위해 국내외 수소 유통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확대 중이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6일 오후 전남 LG화학 여수공장 본관동에서 열린 수소 생산기술개발 기업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현재 국내 수소 저장 및 운송 기술은 해외에 비해 기술력이 부족하고 상용화 수준이 낮다. 관련 특허출원 점유율과 RTA(현시기술우위지수)로 주요국의 수소 저장·운송산업 경쟁력을 살펴보면, EU가 33%의 특허 점유율과 RTA 1.3을 기록하며 가장 경쟁력이 높았고, 미국과 일본도 각각 23%(0.8)와 22%(1.2)를 기록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5% 점유율과 RTA 0.6에 그쳤다.


이에 따라 수소의 생산뿐만 아니라 저장·운송과 관련한 예산 확대, R&D 지원사업 및 연구개발 시설에 대한 특례기준 마련, 해외 수소 공급망 지원 체계 고도화, 튜브트레일러 용적 및 압력 기준 완화 등의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한국무역협회 그린전환팀의 임지훈 수석연구원과 장현숙 수석연구위원은 수소경제 성공의 게임체인저는 저장·운송 분야이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더욱 적극적인 육성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유럽 등 주요 국가와 선도기업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경쟁 구도가 굳어지고 있는 글로벌 수소경제 동향을 고려해, 현대자동차그룹, SK그룹, 포스코그룹 등 17개 회원사는 2021년 주도적으로 ‘수소’ 주제 최고경영자 협력 플랫폼인 ‘Korea H2 Business Summit’를 발족했다. 협의체를 중심으로 국내 수소경제의 속도감 있는 전환을 촉구하고, 동시에 대표기업들의 수소 사업 성과 창출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표명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이들은 총회를 통해 수소 기반 대한민국 탄소중립 달성을 공동 다짐으로 내세우고, 수소 경제를 중심으로 한 비즈니스 협업 기회 창출 및 자발적 노력을 강화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이 수소 산업 강대국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국내 및 글로벌 수소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회원사 간 다양한 비즈니스 협업 기회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투자와 협업 기회 창출을 지향하는 수소 협력 플랫폼으로서 기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점에 뜻을 함께했다.

 

글로벌 수소 생태계 선점 나선 현대자동차


‘Korea H2 Business Summit’ 회원국이자 수소 산업을 미래 산업의 한 축으로 내세운 현대자동차는 앞서 수소 에너지를 전략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미국 시장을 공략해 북미 시장에 특화된 대형 수소전기트럭을 공개하고, 수소 상용 모빌리티 비전을 공개했다. 현대차는 지난 5월 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시에서 열리는 북미 최대 청정 운송수단 박람회 ‘ACT 엑스포 2023’에 참가해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트랙터(XCIENT Fuel Cell Tractor)’의 양산형 모델을 선보이고 이를 중심으로 한 북미 친환경 상용차 시장 공략 방향을 공유했다.

현대차는 현지시간 5월 1일부터 4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시에서 열리는 북미 최대 청정 운송수단 박람회 ‘ACT 엑스포 2023'에 참가해 180kW급 수소연료전지시스템과 최고 출력 350kW급 구동 모터를 탑재한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트랙터’의 양산형 모델을 선보였다. 사진=현대자동차

이날 진행된 보도 발표회에서 현대차는 차량 판매를 넘어 ▲수소 공급 ▲리스 및 파이낸싱 ▲플릿 운영 ▲유지보수 및 서비스를 아우르는 ‘수소 가치사슬’의 구축이 북미 친환경 상용차 사업의 핵심이자 미래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고객사들이 각 사업에 최적화된 수소 모빌리티 통합 솔루션을 도입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주에 들어설 전기차 전용 신공장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yundai Motor Group Metaplant America·HMGMA)’를 신규 사업 테스트베드로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현대차는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내 수소전기트럭을 중심으로 ‘친환경 완성차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 과정에서 북미 시장에 최적화된 수소 모빌리티 솔루션을 도출할 예정이다.


현대차 글로벌상용&수소연료전지사업담당 켄 라미레즈 부사장은 “수소는 친환경 모빌리티와 함께 지속 가능한 사회를 가능하게 하며, ‘인류를 위한 진보’라는 비전 실현을 위한 가장 강력하고 실용적인 해결책 중 하나라고 굳게 믿는다"며 연료전지 기술과 수소 에너지의 역할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상업용 차량뿐 아니라, 해양 선박, 항공 모빌리티까지 연료전지 기술을 광범위하게 적용하여 수소 모빌리티를 혁신하는 것은 물론 수소 생산부터 저장, 운송까지 이르는 통합된 수소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정 수소 생산부터 모빌리티, 운송까지 통합 생태계 구축 목표

 

현대차는 수소 모빌리티를 넘어 청정 수소 생태계 활성화에 앞장서기 위해 ‘자원 순환형 수소 생산’ 사업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 ‘자원 순환형 수소 생산’은 음식물 쓰레기, 가축 분뇨, 하수 슬러지 등 유기 폐기물에서 추출한 바이오가스를 활용해 청정 수소를 생산하는 것을 뜻한다. 이렇게 생산한 수소를 운송, 산업, 건물, 발전 등에 적용함으로써 청정 수소 생태계를 발전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앞서 지난달 현대차는 2024년까지 청주시, 고등기술연구원과 하수처리장 바이오가스를 활용한 청정수소 생산시설을 청주시에 구축하기로 했다. 하루 평균 500kg의 수소 생산을 시작으로 설비 증설을 통해 하루 최대 1,000kg까지 확대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글로벌 수소 생태계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향후 해외 사업 모델도 개발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6월 7일 서울시의 시내버스와 공항버스, 통근버스 등을 수소 버스로 전환하기 위한 ‘수소 모빌리티 선도도시 서울 조성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 자리에서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버스, 트럭 등 수소 상용차 개발을 중단없이 추진해 다양한 라인업을 시장에 출시하는 한편, 수소 에너지 밸류체인 전반을 구축하기 위해 바이오가스를 활용한 자원 순환형 수소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재훈 현대차 CEO 사장이 6월 20일 '2023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는 6월 20일 중장기 전동화 전략 ‘현대 모터 웨이(Hyundai Motor Way)’를 발표하며 수소 생태계 비전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현대차그룹의 여러 주체들이 협업하는 ‘수소사업 툴박스(Toolbox)’ 구축 추진 계획이 핵심이다.


수소 사업 툴박스는 수소 생산부터 공급망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그린 스틸(석탄 등 화석연료 사용을 최소화하고 수소에너지를 사용해 제조한 철강) 등 친환경 부품 적용, 수소에너지를 활용한 친환경 물류 시스템 도입, 수소전기차(FCEV) 판매 등을 아우르는 생애주기 전체가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된 수소 사업 모델을 뜻한다. 현대차는 향후 HMGMA(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에 수소 사업 툴박스를 적용한다는 계획으로, 내년 초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CES)를 통해 구체적인 수소 사업 비전과 전략을 공개할 예정이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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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경제  현대자동차  기후변화  수소 에너지  친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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