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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세상①] SPC·GS25·풀무원 등 유통 업계의 챗GPT 활용법

신제품 출시부터 광고·콘텐츠 제작, 대고객 지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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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55호 김금영⁄ 2023.09.01 15:30:42

인공지능(AI) 챗봇인 ‘챗(Chat)GPT’ 열풍이 뜨겁다. 챗GPT는 대규모 언어 학습을 통해 대화와 코딩 등을 수행하는 생성형 AI로, 인간과 닮은 대화 기술을 갖췄고 적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며 성능 개선도 빠르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개발사 오픈AI가 지난해 11월 30일 공개한 챗GPT는 출시 두 달 만에 월 사용자 수 1억 명을 돌파했고, 전체 사용자 수는 5억 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다양한 기업에서 활용되는 챗GPT 사례를 들여다봤다.

SPC·GS25·풀무원 등의 챗GPT 활용 활발

SPC삼립의 샐러드 브랜드 '피그인더가든'은 챗GPT를 활용한 신제품 3종을 5월 말 출시했다. 사진=SPC삼립

유통업계가 챗GPT를 활용하는 방식은 크게 네 가지다. 첫 번째는 신제품 출시다. SPC삼립의 샐러드 브랜드 ‘피그인더가든’은 챗GPT를 활용한 신제품 3종을 5월 말 출시해 눈길을 끌었다. SPC삼립은 챗GPT를 통해 최근 트렌드와 샐러드를 먹는 소비자의 다양한 상황에 맞춰 수많은 질문을 주고받은 결과를 신제품에 반영했다.

구체적으로 “편의점을 자주 이용하는 MZ세대가 좋아하는 샐러드 형태를 알려줘”, “최근 샐러드 트렌드가 반영된 레시피를 알려줘”, “MZ세대에게 인기 있는 토핑을 알려줘” 등의 질문을 챗GPT에 던졌다. 해당 질문에 챗GPT는 최근 대두되는 건강식 트렌드를 바탕으로 단백질 토핑을 강조했고, 곡물(쿠스쿠스‧퀴노아‧오트밀), 닭가슴살, 메추리알, 새우 등을 추천했다. SPC삼립은 챗GPT가 추천한 토핑을 활용한 신제품을 선보였다.

 

SPC 배스킨라빈스가 챗GPT를 활용한 광고 영상 이미지컷.  사진=SPC 배스킨라빈스

두 번째는 광고다. SPC 배스킨라빈스는 4월 이달의 맛 아이스크림 출시를 기념해 ‘산리오캐릭터즈’와 협업해 챗GPT를 활용한 광고 영상을 통한 마케팅 캠페인을 선보였다. SPC는 챗GPT에 일본 애니메이션 기업 산리오의 캐릭터인 ‘마이멜로디’와 ‘쿠로미’가 주인공인 동화 초안을 써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결과값을 각색해 ‘원스 스푼 어 타임: 복숭아 원정대와 용의 눈물’이라는 제목의 광고 영상을 제작했다.

챗GPT가 써낸 동화 초안은 꽤 구체적이다. 광고에서 마이멜로디와 쿠로미는 배스킨라빈스 성을 지키는 용을 설득한다. 마법의 복숭아 아이스크림을 얻어 마을 주민들에게 나눠주는 내용의 이 광고는 공개 3일 만에 조회수 54만 회가 넘으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내레이션은 뮤지컬 배우 김호영이 맡아 단순 광고를 넘어 하나의 동화를 보듯 이야기를 풀어냈다. 광고에 대한 사람들의 호응에 힘입어 배스킨라빈스는 이어 5월에도 챗GPT 동화 콘셉트 광고 영상 2탄을 공개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는 챗GPT를 테마로 한 ‘편GPT-편쪽이’를 4월 공식 론칭했다. 사진=GS리테일

세 번째는 콘텐츠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는 챗GPT를 테마로 한 ‘편GPT-편쪽이’를 4월 공식 론칭했다. 편GPT-편쪽이는 AI 캐릭터 편쪽이가 일상의 궁금함 또는 소소한 질문에 대해 알파 세대(2010년 이후 출생) 특유의 말투로 재치 있게 답을 내려주는 방식의 콘텐츠다. GS25의 공식 유튜브 채널 ‘2리5너라’에서 매주 추가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약 1분가량의 숏츠로 짧고 굵은 내용을 선보이며 알파 세대의 성향에 맞췄다.

편쪽이는 킹받지만(열받다에 ‘열’ 대신 ‘킹’을 넣은 신조어로 장난스러운 느낌을 표현할 때 사용) 밉지 않은 알파 세대 캐릭터로 특히 GS25 상품, 서비스 등에 능통하다는 설정을 지녔다. 편쪽이의 답변은 실제로 챗GPT에 GS25 관련 내용을 물어봤을 때 나오는 주요 정보를 각색해 활용된다. GS25는 특히 편의점 인기 상품, 차별화 서비스 등의 정보와 긴밀히 연계된 답변을 제공함으로써 재미 요소와 더불어 마케팅 효과까지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GS25에서 근무자가 '챗봇조이'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GS리테일

네 번째는 대고객, 업무지원이다. GS25는 지난해 7월 점포용 챗봇(GS25 챗봇조이), 10월 고객용 챗봇(바로톡)을 론칭해 스마트한 점포 운영 및 고객 서비스 향상에 활용해 왔다. 이중 GS25 챗봇조이는 2018년 선보인 가맹점 대상 업무 지원 챗봇 ‘GS25 챗봇지니’의 기능을 보다 고도화한 카카오톡 채널 기반의 AI 챗봇이다. 365일 24시간 점포 경영주와 스토어매니저의 업무 중 발생할 수 있는 궁금증에 답변해 주며, 점포의 상품, 물류 조회, 업무 지식 검색, 해피콜 등록 등이 가능하다.

점주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이용할 수 있는 챗봇도 운영 중이다. 바로톡은 고객 문의 해결 및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고객 선호도 반영 및 신속한 대응을 기대하는 고객을 위한 소통 채널로 GS리테일 ‘우리동네GS’ 앱 내에 개발됐다. 자연어 처리가 가능한 AI 챗봇으로 단순 문의에 대해 비대면, 신속한 처리 및 개인화된 정보 제공으로 고객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GS25가 최근 사용 빈도를 살펴본 결과 ▲상품 찾기 ▲가까운 매장 찾기 ▲우리동네GS 바로배달 주문 현황 조회 등을 고객이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GS리테일이 운영하고 있는 슈퍼마켓 GS더프레시도 ‘GS더프레시 챗봇동수’를 지난해 7월 론칭해 슈퍼마켓에 최적화된 매장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GS리테일 측은 “가맹 경영주뿐만 아니라 고객의 쇼핑 편리성 향상을 위해 AI챗봇 기능을 도입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으로 점포 해피콜 접수 건수 축소, 상품 유통기한 관리 향상 등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GS리테일은 점포 운영 효율 및 고객 경험 향상을 위해 챗봇 성능을 고도화하고, 점포 실근무자들과 심층 인터뷰를 통해 불편사항 개선하는 등 향후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풀무원 GPT 아키텍처(설계방식)와 챗봇 활용 예시. 사진=풀무원

풀무원도 AI 고객용 챗봇인 ‘풀무원 GPT’ 개발에 나섰다. 풀무원 정보기술실이 개발한 풀무원 GPT는 하이브리드 챗봇 형태로 개발됐다. 하이브리드 챗봇은 정해진 시나리오에 따라 답변하는 시나리오 기반 챗봇과 인공지능 언어 모델 중 하나인 LLM(거대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 챗GPT 3.5를 결합한 대화형 챗봇이다. 미리 준비해둔 답변만 시나리오대로 답변하는 것을 뛰어넘어 대화의 맥락을 파악해서 생성형 답변을 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풀무원은 풀무원 GPT를 플랫폼 내 고객 응대 서비스에 활용한다. 고객용 챗봇을 통해 들어오는 일일 배송 혹은 자사몰 주문 관련 ‘주문변경’, ‘배송일정 변경’, ‘미배송’ 등의 고객 문의에 대해 내부 고객 데이터에 연동해서 AI 고객용 챗봇이 1차로 대응한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주문 시스템에 반영하는 자동화 업무 처리까지 풀무원 GPT가 담당한다.


작업 효율성 높여주는 챗GPT… 언어의 장벽은 한계

윤석열 대통령은 6월 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오픈AI 창업자 겸 CEO 샘 올트먼을 만나 챗GPT 및 AI 발전 방향과 오픈AI와 한국 스타트업 간의 협력 등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대통령실

이처럼 챗GPT 사용 사례가 점차 다양화되고 있는 이유는 제품·광고 개발단계의 아이디어와 정보를 취합하는 과정을 대신해 주며 작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고 이에 대한 수요가 자연스럽게 높아지면서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SPC의 경우 신제품 출시와 광고 모두에서 챗GPT를 적극 활용했는데, 이는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차남 허희수 SPC 부사장이 강조하는 ‘디지털 역량 중심의 신성장 동력 확보’의 일환으로 알려졌다. 향후 배스킨라빈스는 허 부사장의 지휘 아래 SPC의 토탈 마케팅 솔루션 전문 계열사 ‘섹타나인(Secta9ine)’과 함께 빅데이터 및 AI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브랜드 경험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챗GPT의 중요성이 언급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 초 행정안전부, 통일부, 국가보훈처, 인사혁신처 등 4개 부처의 업무보고에서 “챗GPT를 잘 연구해서 우리 공무원들이 잘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지인에게 부탁해 챗GPT에게 2023년도 대통령 신년사를 써보게 했는데 훌륭했다. 대통령실에 있는 수석과 비서관들도 챗GPT에 관심을 갖고 익히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6월 9일엔 오픈AI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샘 올트먼을 만나 챗GPT 및 AI 발전 방향과 오픈AI와 한국 스타트업 간의 협력 등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올트먼 CEO는 “한국은 전 세계에서 챗GPT를 가장 많이 쓰는 나라 가운데 하나일 뿐만 아니라 챗GPT가 발전할 수 있는 기술기반을 갖고 있는 나라”라고 밝혔다.

챗GPT 활용도는 곳곳에서 수치로도 발견된다. GS25는 2월 진행한 ‘GS25 상품 트렌드 전시회 2023’에서 홍보 영상으로 GS25 챗봇조이 안내를 진행해 경영주들의 호응을 얻으며 2월 한 달간 가입자 수가 전월 대비 130% 증가하는 성과를 냈다.

CJ 마케터들이 성향맞춤 AI 카피라이터를 활용해 카피 문구를 제작하고 있다. 사진=CJ

챗GPT 열풍이 불자 챗GPT와 같은 AI기술을 사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CJ는 3월 ‘성향맞춤 AI 카피라이터’를 개발해 실제 업무에 도입했다. CJ AI센터에서 자체 개발한 엔진을 기반으로 한 해당 프로그램은 기본적인 프로모션 정보만 입력하면 마케팅 캠페인에서 사용할 카피 문구를 자동으로 생성, 고객의 성향에 최적화된 문구를 생성해 준다. CJ AI센터는 푸드·뷰티·패션·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빅데이터 학습과 추가적인 고객 성향 분석, 사용자 피드백을 반영한 자동 학습으로 서비스 고도화를 도모할 방침이다.

현대백화점도 같은 달 네이버의 초대규모 AI 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를 기본 엔진으로 사용하는 카피라이팅 시스템 ‘루이스’를 정식 도입했다. 루이스는 현대백화점이 최근 3년 동안 사용한 광고 카피, 판촉행사에서 쓴 문구 등에서 고객 호응을 얻었던 데이터 1만여 건을 집중적으로 학습했다. 이로써 1차 카피를 도출하는 데 통상 2주가량 걸리던 업무시간이 평균 3~4시간 내로 줄어 카피라이팅 관련 업무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켰다는 설명이다.

현대백화점이 AI 카피라이터 '루이스'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현대백화점 

다만 챗GPT의 한계로 언어의 장벽과 정보의 편협성이 꼽히기도 한다. 블룸버그통신은 “챗GPT에게 ‘미국 주식 시장을 위한 성공적인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달라’고 난제를 주자 ‘시장 예측이 너무 어렵다’며 ‘투자자들은 자신의 목표와 투자성향에 맞게 투자상품을 결정해야 한다’는 아주 뻔한 답을 내놓았다”고 보도하며 챗GPT의 한계를 꼬집었다.

또 챗GPT뿐만 아니라 다양한 AI기술이 마케팅에 활용되는 시대에서 차별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어떤 기술이든 마케팅이든 첫 등장 시기엔 많은 주목을 받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술의 약점은 부각되고 식상해지기 마련”이라며 “이 과정에서 약점을 보완한 새로운 기술, 대항마가 나오면 관련 열풍은 금방 식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근본 기술이 탄탄하고 끊임없이 단점을 보완해야 꾸준히 소비자의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가 8월 24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팀 네이버 콘퍼런스 단(DAN) 2023'에서 초대규모 AI '하이퍼클로바X'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네이버

실제로 국내에선 챗GPT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대항마가 등장했다. 네이버는 8월 24일 컨퍼런스 ‘DAN 23’을 통해 한국형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했다. 특히 국내에서 챗GPT를 활용할 때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질문했을 때 두루뭉술한 답이나 오답이 나오는 사례가 있곤 했는데, 우리말에 특화된 한국형 AI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AI 총괄은 “오픈AI에 비해 밀리지 않는다는 걸 검증할 수 있다”고 강조했고, 최수연 네이버 대표 또한 “한국어를 이해하고 실제 업무에 활용 가능하며 네이버 내 여러 서비스와 연계 가능한 것이 기존의 챗GPT와의 차별성”이라고 짚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국내 기업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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