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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프리미엄만 살아남는다③] 코냑이 곧 프리미엄이다

佛 하디社, 명품 크리스털 라리크와 손잡아… 하이트진로, 그 결과물인 ‘라리크 포시즌스’ 국내 출시… 신라면세점은 인천공항에 ‘헤네시’ 팝업 매장 세워, 젊은 층에 어필하고자 농구 콘셉트로 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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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56호 김응구⁄ 2023.09.15 16:21:09

와인을 증류한 브랜디는 프리미엄 주류의 ‘끝판왕’으로 이 중 코냑이 가장 유명하다. 사진=문화경제 DB

술의 ‘끝판왕’은 뭘까. 발효주? 증류주? 한 가지 확실한 건, 잘 만드는 일도 중요하지만 잘 파는 일은 더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포장을 잘해야 한다. 그 포장이란 패키지가 아니라 좋은 마케팅이나 홍보로 제품을 덮어씌우는 일이다.

요새 들어 술에도 ‘프리미엄’이라는 단어를 많이 붙인다. 프리미엄 막걸리, 프리미엄 증류식소주, 같은 식이다. 둘을 붙여놓으니 가치가 두세 등급은 뛰어오른 듯하다.

허나, 그 자체가 프리미엄인 제품에는 프리미엄이라는 단어가 함께하지 않는다. 프리미엄 코냑, 프리미엄 브랜디, 왠지 어색하다. 코냑(Cognac)은 그 자체로 프리미엄이기 때문이다.

와인을 증류한 브랜디, 프리미엄의 극치

코냑을 알기 위해선 브랜디(Brandy)를 먼저 알아야 한다. 브랜디는 연금술(鍊金術) 실험 과정 중에 만들어진 증류주의 일종이다. 13세기경 프랑스의 의사이자 연금술사였던 아노드 빌르뇌브(Arnaud Villeneuve)는 이를 ‘아쿠아 비타(Aqua Vitae·생명의 물)’라고 불렀다. 처음에는 약용(藥用)으로 쓰였다가 점점 술로 인식됐고, 오늘날 브랜디로 발전했다.

16세기경 프랑스 코냑 지방에선 우수한 품질의 브랜디가 생산됐다. 이것을 네덜란드인이 수입해가면서 ‘불에 태운 포도주(burnt wine)’라는 뜻의 ‘브란데베인(Brantjwyn)’으로 불렀고, 영국인들은 브랜디로 불렀다.

브랜디는 쉽게 말해 포도, 사과 등 과실의 원료를 발효·증류해 만든 술이다. 주원료인 과실의 이름을 따서 포도 브랜디, 사과 브랜디, 버찌 브랜디, 자두 브랜디로 나눈다. 그러나 보통 브랜디, 하면 포도 브랜디를 가리킨다.

맥주를 증류한 것이 위스키라면, 브랜디는 와인을 증류한 것이다. 때문에 와인을 생산하는 곳이면 어디서나 브랜디를 만들 수 있다. 보통 코냑 1ℓ를 만들기 위해선 7ℓ의 와인이 필요하다. 와인의 알코올도수가 10~13도 사이라면 대개 브랜디는 40도 이상이다.

브랜디는 주로 식사를 마치고 난 후의 식후주로 마신다. 보통 한 잔 정도 마신다. 브랜디 글라스는 와인 글라스처럼 튤립 모양이지만, 입구가 좀 더 좁고 배는 더 부른 형태다. 이는 고귀한 향이 밖으로 나가지 않고 글라스 안에서 서서히 휘감아 돌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모든 브랜디가 코냑은 아니지만, 코냑은 모두 브랜디다’

하이트진로가 프랑스 하디의 최상위 코냑 ‘라리크 포시즌스’를 국내에 처음 선보인다. 왼쪽부터 봄, 여름, 가을, 겨울 에디션. 사진=하이트진로

코냑은 프랑스 코냑 지방에서 만드는 브랜디다. 달리 말해 코냑은 브랜디의 한 종류다. 프랑스 샹파뉴(Champagne) 지방에서 생산하는 발포성(發泡性) 와인만 ‘샴페인’이라고 불러야 하듯, 코냑 지방에서 생산하는 브랜디만 코냑이라고 부른다. 흔히 브랜디라는 이름보다 코냑이 더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All Brandy is not Cognac, but all Cognac is Brandy’(모든 브랜디가 코냑은 아니지만, 코냑은 모두 브랜디다)라는 말까지 나왔다.

프랑스의 브랜디는 주로 코냑 지방이 명산지로 알려졌지만 아르마냑(Armagnac) 지방의 그것도 품질이 우수하다. 그중 노르망디(Normandie) 지역에서 사과주로 증류하는 ‘칼바도스(Calvados)’가 유명하다. 독일과 스위스에선 버찌주를 증류한 ‘키르쉬바서(Kirschwasser)’도 생산한다. 키르쉬바서는 프랑스에선 ‘키르시(Kirsch)’라고 부른다.

코냑은 1630년대 들어 우연히 만들어졌다. 당시 코냑 지방에서도 와인을 생산했지만, 신맛이 무척 강해 인기가 없었다. 이와 때를 같이해 와인에 대한 세금 부과방식이 오크통을 기준으로 바뀌자, 코냑 지방에선 세금을 적게 내고자 와인을 증류하기 시작했다. 이 덕분에 용량은 6분의 1로 줄어들었고, 보관이 쉬워졌으며, 오랜 항해 기간에도 변질되지 않아 네덜란드와 영국 상인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이후 코냑의 명성은 전 세계로 퍼졌다.

코냑에 사용하는 포도품종은 위니블랑(Uni Blanc)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니까 백포도주를 증류해 새 오크통에서 숙성시키는 것이다. 오크통은 코냑의 맛을 부드럽게 해주며 바닐라 향과 타닌 등을 가져다준다. 어느 정도 숙성됐을 땐 타닌 맛이 너무 강하지 않도록 여러 번 다른 오크통으로 옮겨 천천히 계속 숙성시킨다.

코냑이라는 이름을 붙이려면 코냑 지방 사무국의 규정에 따라 최소 1년 이상의 숙성기간을 거쳐야 한다. 코냑 상표에 그려져 있는 별 3개는 2년 반 이상 숙성된 것임을 가리킨다. 보통 라벨에 크게 쓰여 있는 ‘V.S.O.P’(Very Superior Old Pale)는 4년 반 이상, ‘X.O’(Extra Old)는 6년 이상 숙성시켰다는 뜻이다.

코냑은 ‘헤네시(Hennessy)’ ‘까뮤(Camus)’ ‘레미마틴(Remy Martin)’ ‘마르텔(Martell)’ ‘오타드(Otard)’ ‘꾸르부와제(Courvoisier)’ ‘고티에르(Gautier)’ 등이 유명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다.

하이트진로, 佛 하디社와 손잡고 ‘라리크’ 시리즈 출시

하이트진로가 하디의 최상위 코냑 ‘라리크 카요타’를 라리크가 만든 디캔터와 함께 선보였다. 사진=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가 욕심을 좀 냈다. 9월 5일 유명 코냑 브랜드를 국내에 선보였다.

하이트진로는 이날 프랑스의 코냑 제조사 하디(Hardy)의 최고급 라인인 ‘라리크 포시즌스(Lalique 4 Seasons)’ 4종과 ‘라리크 카요타(Caryota)’ 1종을 국내에 출시했다. 하디는 160년 동안 전통 양조 방식을 고수하며 최고급 코냑을 만들어내는 회사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종합주류기업으로서 변화하는 주류시장에 대응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희소성 높은 프리미엄급 주류를 발굴하는 등 국내 스피릿(spirits) 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됐다”며 “하이트진로는 코냑을 시작으로 성장세가 높은 위스키, 테킬라, 보드카 등 다양한 제품군의 포트폴리오를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디는 특히 병 모양을 중요하게 여기는 코냑의 특성을 잘 살리고자 프랑스의 명품 크리스털 회사인 라리크와 협업해 프리미엄의 가치를 더했다. 이번 두 제품에서 그 전략과 특징은 명확히 드러난다. 왜 라리크여야 했는지 첫인상만으로도 잘 알 수 있도록 했다.

우선, ‘라리크 포시즌스’ 병뚜껑은 포도나무의 사계절로 표현해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극대화했다. 더구나 초승달 모양의 커다란 병뚜껑과 미려한 곡선의 병 디자인은 크리스털 공예의 최고점에 다다른, 하나의 작품으로 손색없다. 여기에 더해 봄·여름·가을·겨울 각 계절에 어울리는 맛을 내고자 하디만의 블렌딩 기술로 완성한 코냑임을 완벽히 보여주고 있다. 이 제품은 딱 400세트만 출시했다. 그중 한 세트만 국내에 들여왔다.

‘라리크 카요타’는 병과 디캔터(decanter) 두 가지를 동시에 선보였다. 디캔터는 와인이나 코냑을 공기에 노출시켜 맛과 향을 더욱 극대화하는 용기다. 이 코냑은 100년 넘은 원액 세 종류를 블렌딩해 만들었다.

하이트진로는 이 제품들을 9월 6~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아트페어 ‘키아프·프리즈(Kiaf & Frieze)’에서 선보이고 판매까지 진행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홍보 활동이 아닌, 유명 아트페어를 콕 집어 ‘나’를 보여주는 배경으로 활용했다. 출시 후 관심 있는 자들의 선택을 바라는 소극적 마케팅·홍보가 아니라, 제품과 친한 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적극적 활동이다. 실제 이번 전시 기간에는 BTS(방탄소년단)의 RM과 지민, 블랙핑크의 지수와 로제 등 유명 K-팝 스타들과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이웅렬 코오롱 명예회장 등이 행사장을 찾았다.

하이트진로 유태영 상무는 “100주년을 앞둔 하이트진로가 160년 전통의 코냑 제조사 하디의 제품을 선보일 수 있어 무척 기쁘다”며 “하이트진로는 국내 대표 종합주류기업으로서 희소성 높은 프리미엄급 글로벌 주류 포트폴리오를 갖추고자 다양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 ‘숨은 와인’ 발굴로 프리미엄級 성장시켜

하이트진로의 프리미엄 와인 라인업. 왼쪽부터 도멘 르로아 뮈지니 그랑크뤼, 끌로 후자 소뮈르 샹피니 르부르, 떼땅져 꽁뜨 드 샹파뉴, 로마노 달 포르노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 실버오크 나파밸리 카베르네 소비뇽. 사진=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는 일찍이 프리미엄 와인 사업에 공을 들였다. 그 성과가 올 상반기에 나타났다. 1~6월 프리미엄 와인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30% 증가했다. 침체기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국내 와인 시장을 생각하면 대단한 성적표다.

어떤 전략이 먹혀든 것일까. 하이트진로는 이를 두고 “숨은 와인 브랜드를 발굴하고, 특히 가족이 경영하는 소규모 와이너리의 와인을 선보인 차별화된 전략이 통한 것”으로 분석했다.

하이트진로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은 ‘떼땅져(Taittinger)’, ‘실버오크(Silver Oak)’ 등의 프리미엄 와인을 국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이에 자신감을 얻어 프리미엄 브랜드 확대 전략을 꾀했다. 99년간 축적해온 영업 노하우와 강점을 발휘해, 브랜드 매니저들이 직접 발품 팔며 숨은 와인 발굴에 나섰다. 특히, 할당제(allocation)로만 판매하는 와이너리들을 오랜 기간 설득해 판매권을 획득하기도 했다. 이후에는 모든 와이너리와 협력 관계 구축에 집중했다.

그 결과물이 화려하다. ‘도멘 르로아(Domaine Leroy)’, ‘끌로 후자(Clos Rougeard)’ 등의 슈퍼프리미엄이나 ‘클로즈리 생호크(Closerie Saint Roc)’ 같은 프리미엄까지 최근 2년 새 100여 종을 선보였다. 올 상반기에만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와인 14개 브랜드 61종을 출시했다.

유태영 상무는 “하이트진로가 와인 사업에서도 경쟁력을 높이며 프리미엄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면서, “국내를 대표하는 종합주류기업으로서 프리미엄 와인을 지속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라면세점은 10월 18일까지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250번 게이트 앞에 농구 콘셉트의 ‘헤네시’ 팝업 매장을 운영한다. 사진=신라면세점

신라면세점, ‘헤네시’ 팝업 매장 선보여… 웨스틴조선은 ‘레미마틴’ 페어링 디너 마련

다시 코냑 얘기를 해보자. 이번엔 신라면세점발(發)이다.

신라면세점은 8월 14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250번 게이트 앞에 ‘헤네시’ 팝업 매장을 선보였다. 10월 18일까지 약 두 달간 운영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코냑 가운데 하나인 헤네시는 프랑스 명품 기업 루이비통모엣헤네시(LVMH) 그룹의 주요 사업 브랜드 중 하나다.

이번 팝업 매장의 주요 타깃은 젊은 층. 특히 MZ세대다. 이 때문에 매장을 농구 콘셉트로 꾸몄다. 농구공을 떠올리도록 원형 공간으로 디자인한 데다, 헤네시 상품을 300달러 이상 구매하면 헤네시 로고가 새겨진 농구공도 준다. 시음 행사는 덤. 특히, 국내 최초로 출시하는 헤네시 V.S.O.P 한정판도 판매한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헤네시 같은 글로벌 인기 주류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맺고 인천공항에서 독점 팝업 매장을 선보이게 돼 기쁘다”며 “앞으로도 고객들에게 특별하고 혁신적인 경험을 제공하고자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엔 ‘레미 마틴’ 얘기다. 그 중심엔 웨스틴 조선 서울도 있다.

이 호텔의 라운지앤바(Lounge & Bar)는 매달 한 차례씩 ‘페어링 디너(pairing dinner)’를 진행한다. 사전에 프리미엄 주류를 선정해놓고, 당일에는 브랜드 앰배서더의 클래스를 들으며 해당 술 4종과 잘 어울리는 디너 코스를 함께 즐기는 식이다.

웨스틴 조선 서울이 이 프로그램을 준비한 데는 나름의 확신이 있어서다. 올 상반기 라운지앤바의 프리미엄 양주 판매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40% 신장했다. 코로나19 기간 집에서 양주를 즐겼던 소비자들이 이젠 클래스나 페어링 디너 등으로 프리미엄 주류의 경험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웨스틴 조선 서울은 지난 6월 시범 삼아 프리미엄 버번위스키 페어링 디너를 열었는데, 위스키 마니아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며 예약 오픈 3일 만에 모든 좌석이 마감됐을 정도로 성황리에 진행됐다.

지난 7월 20일 열린 페어링 디너는 코냑이 테마였다. 이날에는 레미 마틴 시리즈 중 ‘루이13세(LOUIS ⅩⅢ)’를 비롯해 V.S.O.P, 1738, X.O 등 4종이 준비됐다. 루이13세는 4대(代)에 걸쳐 셀러 마스터(제조 전 과정을 총괄하는 최고책임자)가 제조하는데, 숙성부터 병입까지 100년이 걸리는 귀한 코냑이다.

참가자들은 이날 레미 마틴 브랜드 앰배서더로부터 코냑의 역사와 스토리텔링을 듣고, 코냑 4종을 시향·시음하며 디너 코스를 즐겼다.

웨스틴 조선 서울 관계자는 “최근 프리미엄 주류의 관심이 높아진 만큼 오직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만 가능한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고자 해당 프로모션을 기획했다”면서, “매달 다양한 테마와 구성으로 페어링 디너를 진행하며, 특히 계절감을 담아 다채롭게 변하는 코스 메뉴를 맛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프리미엄이라고 모두를 만족시키는 건 아니다. 그 가치가 필요한 사람이 그에 맞는 소비를 할 뿐이다. 물론 개인의 만족이다. 클래식하거나 경제적 소비에 익숙한 이는 그에 맞출 뿐이다. 이 역시 개인의 만족이다.

두 모델이 합쳐져 하나의 시장을 이룬다. 그러면서 경쟁한다. 때론 프리미엄이 클래식을 답습하고, 클래식은 프리미엄을 차용한다. 이를 기업들이 모를 리 없다. 왜? 마케팅과 홍보에 활용해야 하니까. 제품 하나에, 전략 하나에, 마케팅 하나에 눈과 귀가 쏠린다.

프리미엄은 늘 또 다른 프리미엄과 경쟁하고, 트렌드에 따라 클래식과도 경쟁해야 한다. 그렇게 살아남은 프리미엄이 진짜 프리미엄이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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