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6호 한원석⁄ 2024.02.23 15:06:16
글로벌 경제의 핵심인 미국 경제의 연착륙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투자 증대와 견고한 고용 상황 지속으로 견조한 회복세가 이어지며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은 당초 예상보다 크게 높은 2% 내외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1월 3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기준금리를 5.25~5.50%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4회 연속 동결이다. 이에 글로벌 투자은행(IB)은 올해 2분기부터 미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란 일치된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3.1% 오른 것으로 집계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지난해 12월 상승률 3.4%보다 낮아졌지만 2%대에 진입할 것이란 예상이 깨진 것이다. 그러자 연준 인사들은 올해 금리 인하 방침에는 공감하면서도 신중론으로 급속히 힘이 쏠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월 21일 로이터통신의 조사 결과 이코노미스트(경제 분석가) 104명 중 과반수인 53명이 첫 금리 인하 시기로 6월을 꼽았다.
미국과는 달리 국내 금리 인하는 당분간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저조한 데다, 미국이 우리보다 금리가 2%나 높은 ‘금리 역전’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미국이 금리를 빨리 내린다고 해서 우리가 빨리 내릴 것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2월 22일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한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물가 상승률 둔화 추세를 이어가지만 전망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주요국 통화정책과 환율 변동성,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국제유가 변동, 가계부채 추이 등 대내외 리스크 요인 전개 양상도 점검할 필요가 있어 기준금리를 현재 긴축적인 수준에서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은 밝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2.3%로, 한국은행은 2.1%로 예상하고 있다. 민간소비 전망치가 1.9%에서 1.6%로 하향 조정되는 등 내수 부진이 성장률 하향 요인으로 작용했으나, 미국의 견조한 성장세와 반도체 경기 회복에 따른 수출 개선이 상향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서로 상쇄된 결과다.
이런 상황에서 코스피 지수는 지난해 10월 말 2200선까지 내려갔다가 2600선으로 회복된 뒤, 다시 2400선으로 떨어졌다가 2600대로 반등하는 ‘널뛰기 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하나증권 리서치센터는 각종 매체에서 선정하는 ‘베스트리서치 하우스’에 선정됐다. 리서치 명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의 수장인 황승택 센터장으로부터 올해 경제와 증시 전반에 대한 견해를 들어본다.
- 늦었지만 베스트리서치 하우스에 선정된 것을 축하한다. 미국 연준이 올해 2분기부터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우리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이 부동산 시장의 부진으로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하향되는 등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경제전망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일본을 제외하면 선진국 중앙은행은 대부분 금리 인상을 멈추고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일부 신흥국은 금리 인하를 시작했다. 고강도 통화긴축으로 주요국 경기가 약화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올해 대다수의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하 쪽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할 가능성 높다.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결정권은 미 연준이 가지고 있지만, 금리 인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경기 펀더멘털에 따라 각국의 인하 폭이 갈리게 될 것이고, 펀더멘털이 금융시장 및 각국 통화의 가치를 결정하게 될 것으로 판단한다.”
- 미국 증시에서 올해 상반기 주목해야 할 상승세가 예상되는 업종과 그 이유는? 구체적인 종목을 들어달라.
“2024년은 과거 연준이 경기 침체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보험성)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던 1995년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1995년이 현재 우리에게 주는 첫 번째 시사점은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된 1995년 7월 이후 증시에 퀄리티 차별화가 부각되며 일정 기간 스타일 변화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익의 퀄리티가 부각되며 1995년 당시에도 주도주였던 기술(Tech) 섹터 내에서도 종목별 차별화가 이뤄졌다.
1995년이 현재 우리에게 주는 또 다른 시사점은 이익모멘텀(이익 비중의 증감 속도)이 주가에 영향을 주었다는 점이다. 1995년의 시사점을 현재로 대입해 보면, 2024년 상반기에는 AI(인공지능) 관련주와 S&P500 퀄리티지수에도 포함된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등을 선호한다. 그리고 기준금리 인하가 현실화된 이후에는 퀄리티 차별화와 하반기 이익 지배력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섹터로의 관심 확산 가능성도 고려해 볼 수 있다.”
- 올해 미국 증시를 제외하고 주목하는 해외 증시가 있다면?
“성장성이 부각되는 인도 증시와 밸류에이션(가치평가) 리레이팅(재평가)으로 회자되고 있는 일본 증시를 주목하고 있다.”
- 미국이 금리 인하에 나서더라도 금리 역전으로 인해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올해 내내 동결될 수도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올해 상반기 금리 인하는 쉽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증시는 급격히 오르내리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나?
“삼성전자의 증시 지배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스타일의 색깔이 강한 대형주 모멘텀 변화에 따른 순환매가 빠르게 진행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스타일 내에서 기업을 선별할 때는 공통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미국의 1월 CPI(소비자물가지수)가 전월 대비 0.3%(전망치 0.2%), PPI(생산자물가지수)가 0.3%(전망치 0.1%) 증가하며 예상치를 상회했다. 3월과 5월 연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낮아지면서, 미국 10년물 국채를 중심으로 한 시중금리도 높은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 예상하는 올해 상반기 코스피 지수 범위는?
“2400~2700포인트 범위로 예상한다.”
- 최근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영향으로 ‘저(低)PBR(주가순자산비율)주’ 열풍이 불며 주목받고 있다. 이에 대한 전망은?
“가치주인 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는 2월 26일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세제 인센티브’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기업의 자사주 소각 시 법인세 인하, 배당 증가분에 대한 세액 공제와 고배당 기업 투자자에 배당소득세 저율 분리과세 등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세제 인센티브 정책이 구체적으로 발표될 경우 저PBR주들의 추가적인 주가 상승도 가능하다고 본다.”
-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증시에서 올해 주목해야 할 업종과 그 이유는?
“시중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기업의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과 ROE(자기자본이익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스타일별 배분 비중은 동일하게 하더라도 수익성이 높은 기업을 선택하고, 동일 스타일 내에서 비중을 높이는 전략이 유효해 보인다.
반도체 업종에서는 SK하이닉스[000660]와 리노공업[058470], 티씨케이[064760], ISC[095340]를 주목한다. 저PBR주 내에서는 현대차, 기아, HD현대인프라코어[042670], 키움증권[039490], 세아제강[306200]을 선호한다.”
- 앞서 언급한 것처럼 주요 언론에서 하나증권을 베스트리서치 하우스에 선정했다. 어떠한 이유로 이러한 평가를 받았다고 보는가?
“강성묵 부회장을 비롯한 하나그룹 매니지먼트의 전방위적인 리서치 부문 지원이 강점으로 작용했다. 다수의 증권사가 비용 절약이라는 명목하에 리서치 조직을 축소하는데 비해, 하나증권은 리서치 인력을 늘리고 중견 애널리스트들에게 권한을 주며 신진 애널리스트의 육성에도 힘쓴 결과라고 본다.”
- 개미 투자자에게 조언할 사항이 있다면?
“기본적으로 기업이익에 따른 시장 접근을 권고한다. 보수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이익이 좋아지고 있거나 좋아질 가능성이 눈에 보인다면 접근을 하는 게 맞다. 기업의 수익성, 영업이익률 등을 고려해서 이익이 늘어나는 기업을 가려서 투자하라고 말하고 싶다.”
<문화경제 한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