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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 두 개의 그룹전 ‘Next Paintings: As We Are’, ‘아득한 오늘’… 뭘 먼저 볼까?

밀레니얼 세대 여섯 작가, 회화를 통해 다음 회화의 가능성 탐색…한옥에서 만나는 현대 문화의 일부로서의 ‘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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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안용호⁄ 2025.06.05 19:09:24

 ‘Next Paintings: As We Are’ 전시 전경. 사진=국제갤러리

국제갤러리가 6월 4일 ‘아득한 오늘’을 시작으로 6월 5일 ‘Next Paintings: As We Are’의 문을 열며 두 개의 그룹전을 동시에 선보이고 있다.

먼저 ‘Next Paintings: As We Are’는 회화의 사망 선고가 내려진 시대, 디지털 AI 정보화 시대에 오히려 차별성을 갖는 회화의 가능성을 고등어, 김세은, 유신애, 이은새, 전병구, 정이지 등 6명의 밀레니얼 세대 작가의 회화를 통해 탐색하는 전시이다.

전시는 작가들의 성장 환경과 삶이 디지털 미디어 시대이긴 하지만 그 디지털 이미지의 속도감과 회화의 상대적으로 느린 물질적인 축적 사이의 긴장을, 작품을 통해서 살펴볼 수 있다. 전시는 K1의 1층과 2층에서 시작해 K3로 이어진다. K1 입구 작은 전시실은 일종의 인트로 같은 공간으로 6명 작가의 작품이 골고루 구성되어 있고, 나머지 전시실에서는 두 작가씩 짝이 지어져 전시되어 있다.

 ‘Next Paintings: As We Are’ 전시 전경.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인트로 공간에 들어서면 김세은 작가의 ‘하지’가 여름의 계절감을 드러내면 시선을 사로잡는다. 여행하면서 차창 밖으로 바라보는 풍경을 간결하면서도 경쾌하게 그려내 관객의 마음을 빠져들게 한다.

1층 두 번째 전시실에는 이은새, 유신애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두 작가 모두 자본주의 소비문화, 미디어 등 현대 사회의 문화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 특히 유신애 작가의 ‘Fishing Fantasy’는 자본주의가 보장하는 구원에 대한 믿음은 결국 판타지라는 미끼로 사람을 낚시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Next Paintings: As We Are’ 전시 전경.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Next Paintings: As We Are’ 전시 전경.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이은새 작가의 작품은 본인이 자전거 사고를 당했을 때 멍든 피부 표면이 변화하는 과정을 회화로 남기거나, 먹고 남은 사과를 남겨둔 채 방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작가는 얼룩, 오해, 타박상, 상처, 흔적, 남은 음식 등 표면에 부딪히거나 미끄러진 모든 흔적을 수집해 회화로 옮기고 있다.

2층 전시 공간에서는 고등어 작가와 전병구 작가의 작품이 기다리고 있다. 먼저 고등어 작가의 그림은 어두운 분위기의 방 안에 있는 인물들이 등장했다. 작가는 “한 개인이 가지고 있는 신체 이미지를 둘러싼 느낌과 인식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 작년 개인전에 ‘룸톤’이라는 제목으로 작업을 했었다. 몇 년 전부터 좀 어떤 정신적으로 가끔 불안하다든가 긴장 상태에 놓일 때가 있었다. 그리고 신체 자체를 룸이라고 인식했던 것 같다. 내가 살고 있는 방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 다른 사람과 절대 공유할 수 없고 내 안에서만 발생하는 어떤 이미지들을 하나의 장면으로 밀도 있게 집요하게 끌어가면서 장면을 구성해 나가는 작업을 해 나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젊은 회화작가 그룹전 'Next Painting As We Are' 설치 전경. 사진=국제갤러리
고등어_Room tone_그 뱀이 허물을 벗었다. 사진=국제갤러리
 ‘Next Paintings: As We Are’ 전시 전경.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전병구 작가는 일상 혹은 여행지에서 만난 대상과 풍경을 그리고 있다. 전시 작품은 크게 풍경과 조각으로 나눌 수 있는데, 풍경은 파리, 베를린, 다낭, 제주, 강원도 등 일관성 없는 장소와 타임라인을 가지고 있다. 그의 풍경 그림은 사실 대상과 장소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내면의 변화에 관한 이야기이다. 조각에 대한 그림은 그리스, 이집트 유물들로 작가는 작업을 하면서 예술가로서 과거의 세계와 인물과 무언가를 공유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Next Paintings: As We Are’ 전시 전경.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김세은, 정이지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 K3 전시 공간은 회화의 물리적 스케일이 회화를 얼마나 매력적으로 만드는지 느끼게 해준다. 김세은 작가는 새로운 도시 계획 발표로 끊임없이 변모하는 도시 공간을 시각적이면서도 신체적인 경험으로 포착해 대형 캔버스에 담았다. 작가는 시간에 따라 인위적으로 변형되는 환경을 회화로 표현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전시된 작품은 10년 전 과거와 현재 공원화가 막바지에 이른 모습 사이의 시공간적 보류를 시각화하기도 했다.

 작품 앞에서 이야기하는 김세은 작가.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K3 공간을 압도하는 일몰 풍경을 거대한 캔버스에 그린 ‘It’s Tomorrow’의 작가는 정이지다. 정 작가는 식물, 사람, 풍경을 주로 그리며, 아무도 모르는 인생의 보편적이고 전형적인 모습을 정직하고 간결하게 그리고 있다. 작가는 경쾌하면서도 결단력 있는 붓질과 단단한 완성도를 추구하여 회화적 진정성에 닿고자 한다.

‘아득한 오늘’ 전시 전경. 정면에 김범 작가의 '괴속도'가 전시되어 있다.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두 번째 그룹전 ‘아득한 오늘’은 국제갤러리 한옥에서 열린다. 70년대부터 개량되어 현대 문화의 일부가 된 한옥에서 ‘전통’을 현대의 관점으로 얘기하는 시도로 보인다.

전시는 현대미술가이자 영화감독, 평론가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박찬경 작가의 기획으로 구성되었다. 김범, 임영주, 조현택, 최수련, 최윤 등 5인의 작가가 참여했다.

먼저 김범 작가의 ‘괴석도’는 추상화라 정확하게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파악하기 어렵지만 어떻게 보면 민간 신앙에서 숭상하는 인물 혹은 장승처럼 보인다. 괴석도는 원래 선비들이 군자의 마음을 꿈꾸며 그린 그림인데, 원래의 취지와 작가의 의도가 묘하게 어긋나면서 특유의 해학이 느껴진다.

'아득한 오늘' 전시 전경. 조현택 작가의 사진들. 사진=국제갤러리

조현택 작가의 사진 작품은 변두리 지역에서 발견되는 기이한 한국적 풍경과 민속신앙의 잔재를 탐색한다. 의외의 공간에 의외의 오브제가 놓여 있어 초현실적 느낌을 자아낸다. 최수련 작가의 작품은 서양미술의 재료와 동양미술의 화법을 결합해 이분법의 경계를 허문다.

'아득한 오늘' 전시 전경,  최윤 작가의 '3성TV은하46". 사진=국제갤러리

최윤 작가의 도자기 작업은 삼성 TV 갤럭시 46인치 텔레비전 크기로 만든 작품이다. 애플의 아이폰이 미시적이고 일상적이라면,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는 굉장히 우주적이고 거시적이다. 작가는 이 대조에 착안해서 우주가 연상되는 스크린을 이 텔레비전 크리 안에 도자기로 구현했다.

한옥 밖 마당에는 화강암으로 만든 빨래판이 전시되어 있다. 어떤 전통으로도 거듭나지 못한 물건을 일으켜 세워 마치 비석이라도 세워주고 싶었던 작가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영상으로 만나는 임영주의 ‘요석공주’는 먼 과거 전설 속 인물을 현재의 일상에 병치시키며 되살린다.

익숙하지만 잊힌 것들이 오늘을 통과해 다시 중심이 되는 이번 전시는 전통을 현대의 제도나 언어로 쉽게 길들일 수 없는 것으로 드러냄으로써, 그것을 다시 살아나게 하려는 노력이 아닐까.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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