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호⁄ 2025.06.26 17:30:47
세종문화회관(사장 안호상) 서울시국악관현악단(단장 이승훤)은 클래식과 국악 등 서로 다른 음악 언어로 작업해 온 세 명의 작곡가를 상주 작곡가로 위촉했다. 이를 통해 창작 기반을 강화하고, 동시대 국악의 확장성과 단체의 레퍼토리 차별화를 위한 창작 생태계 조성에 나선다.
이번 제도는 단발성 위촉을 넘어, 작곡가와의 장기적이고 유기적인 협업 체계를 마련하고자 도입되었다. 실연 중심의 창작 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한 레퍼토리를 개발하는 것이 핵심이다. 창단 60주년을 맞는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은 그간 국악관현악 발전과 흐름을 이끌어온 주체로서, 이번 상주 작곡가 제도를 통해 100주년을 향한 새로운 예술적 도약을 준비하고자 한다.
상주 작곡가들은 2025년 6월부터 정기 공연과 실내악 시리즈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창작 국악의 실험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승훤 단장은 “서울시국악관현악단과 함께하게 될 상주 작곡가 3인은 음악적 성과와 능력, 그리고 향후 발전 가능성을 모두 염두에 두고 다방면으로 조사하여 모시게 된 분들”이라며 “앞으로 열릴 정기연주회 등에서 그들의 음악을 자주 선보이게 될 것이며, 음악의 방향성과 창작 음악의 발전을 위해 장기적으로 의논하고, 안정적인 창작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우리 악단의 발전과 더불어 국악관현악 전체에 획기적인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위촉된 세 작곡가는 각자의 미학과 창작 배경을 바탕으로 대편성 국악관현악 신작뿐 아니라 실내악·소편성 작품, 편곡 작업 등 다양한 창작 활동에 참여한다. 또한 신진 작곡가들을 위한 창작 워크숍에도 함께하며, 연주자와 함께 만드는 실연 기반의 창작 과정을 더욱 활성화할 예정이다.
김현섭 작곡가는 대한민국작곡상, 김해가야금경연대회 대상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을 지녔으며, 창극·창작악단·국악관현악단 등 다양한 현장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현재 화성시 예술단(국악단) 예술감독으로 재직 중인 그는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상주 작곡가로 함께하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 전통의 본질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조명하고, 창의적 확장을 통해 동시대의 예술적 울림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라고 전했다.
이고운 작곡가는 제31회 온나라국악경연대회 작곡 부문 금상(2019)을 수상했으며, 국립국악관현악단,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등 여러 단체와의 협업을 통해 국악 고유의 형식과 언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20대 초반부터 국악관현악 연습 현장을 가까이에서 자주 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했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현장의 소리를 경험할 기회가 무척 드문데, 마침내 국악관현악과 함께 호흡할 기회가 주어진 것 같다. 함께 작업해 나갈 시간이 정말 기대된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클래식 기반의 이하느리 작곡가(2006년생)는 중앙음악콩쿠르 작곡 부문 최연소 1위, 버르토크 세계 콩쿠르(헝가리) 1위를 수상한 유망한 창작자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재학 중이며, 6월 26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위촉으로 첫 국악관현악 작품을 발표한다. 특정한 이야기나 개념보다는 악기 고유의 음향적인 특성과 제스처를 통해 악기 간의 소리 관계를 탐구하는 데 중점을 두며, 다양한 창작 활동을 통해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그는 “상주작곡가로서 국악의 더 넓은 가능성을 탐구하고, 새로운 소리의 방향을 모색하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은 세 작곡가와의 협업을 통해 전통의 계승을 넘어 새로운 시대의 창작 국악을 실현해 나가는 든든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이번 상주 작곡가 제도를 시작으로 동시대 국악관현악의 흐름을 선도하는 창작 허브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