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영⁄ 2025.06.30 13:53:57
명동이 도심 속 뮤지엄으로 탈바꿈했다. 롯데백화점 본점 안팎에 각양각색의 작품들을 설치해 명동을 찾은 방문객이 쇼핑과 동시에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5월 내내(4월 30일~5월 29일) 축제의 장을 만든 것. 백화점 바깥엔 거대한 조형물, 내부 곳곳엔 그림, 영상, 조각 등 다양한 작품이 설치돼 마치 보물찾기를 하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올 상반기 롯데백화점의 대형 프로젝트 중 하나인 ‘롯데타운 명동 아트 페스타(LTM ART FESTA)’ 현장 풍경이었다.
롯데백화점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침체된 명동 상권을 살리고, 내·외국인 관광객 유입을 확대하기 위해 서울시, 중구청과 협력해 ‘명동 페스티벌’을 2022년부터 매년 진행해 왔다. 행사 첫해엔 그라플렉스 작가와 컬래버해 명동길 바닥부터 건물 옥상까지, 명동 전역을 작가의 아트 워크로 채웠다.
올해는 롯데백화점이 주축이 돼 롯데타운 명동 아트 페스타로의 첫 걸음을 내딛었다. 행사의 테마는 ‘도심의 열기(DOWNTOWN FEVER)’로, 명동 상권의 매력을 알리자는 취지다. 특히 롯데백화점은 호주 출신 아티스트 브롤가를 비롯해 주재범 등 국내·외 작가의 작품들로 명동을 예술로 물들여 주목받았다.
관련해 올해 행사의 취지 및 성과, 앞으로의 목표를 롯데백화점 아트콘텐츠팀 최인아 책임과 만나 들어봤다. 롯데백화점 디자인센터에 소속된 아트콘텐츠팀은, 이번 롯데타운 명동 아트 페스타를 비롯해 롯데갤러리 전시 기획, 와인 아트 컬래버 등 롯데백화점의 다양한 예술 콘텐츠, 행사를 기획, 진행하고 있다.
- 롯데타운 명동 아트 페스타(이하 페스타)는 어떤 취지 아래 시작됐고, 형태는 어떻게 변해왔나요?
“페스타의 전신은 2022년 시작된 명동 페스티벌입니다. 서울시가 서울 전역에서 진행하는 ‘서울 페스타’의 일환으로, 명동 지역에서는 롯데백화점이 행사 주최에 나섰어요. 상생을 목표로 서울시, 중구청 등과 손잡고 페스티벌 기간 동안 명동 거리를 ‘예술의 거리’로 탈바꿈하는 데 힘을 모았습니다. 명동 상권의 거리, 공실 상가, 낡은 시설물 등에 당시 참여 작가 그라플렉스의 특별한 예술 그래픽을 입히며 많은 관심을 얻었어요. 이와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롯데백화점은 2023년 동반성장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고요.
이렇게 매년 페스티벌을 진행해오다가 올해 ‘롯데타운 명동 아트 페스타’로 또 다른 시작을 알렸습니다. 롯데백화점이 주축이 돼 롯데호텔과 면세점, 한국후지필름 등 여러 계열사가 참여해 명동에 축제의 장을 꾸렸어요. 백화점 측에서는 아트콘텐츠팀과 시그니처이벤트팀이 소통하며 작가 섭외부터 이벤트 기획 등 페스타의 콘텐츠를 함께 꾸려나갔습니다.”
- 특히 올해는 사전 붐업 행사인 팝업이 이전의 행사와는 다른 차별점으로 눈길을 끌었죠. 팝업을 선보인 계기는?
“본격 페스타 시작 전 성수동 연무장길에 위치한 ‘MM성수’에서 ‘LTM 팝업’을 4월 25~27일 운영했어요. 이번 팝업은 젊은 연령층 고객을 타깃으로, 보다 접점을 찾아보고자 기획했어요. 요즘 젊은 고객층은 과거만큼 백화점을 즐겨 찾진 않아요. 자신의 시간을 할애해 발품을 팔아 찾아가는 곳에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즐기기를 바라죠. 단순 쇼핑은 집에서 온라인으로도 편하게 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페스타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는 체험거리 제공의 장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2030세대 MZ의 대표적 성지인 성수동이 장소로 적합했고요.”
- 팝업 구성에서 특히 주안점을 둔 부분과 특히 인기를 끈 콘텐츠는?
“단순히 눈으로 구경하는 게 아니라 직접 참여, 체험하는 팝업을 통해 미리 페스타를 엿볼 수 있도록 했어요. 이를 위해 팝업 곳곳에 페스타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메시지를 배치했고요. 팝업의 전체적 비주얼은 페스타의 메인 비주얼을 맡은 아티스트 브롤가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구성했죠.
특히 체험 요소를 풍부하게 꾸렸어요. 팝업 동선을 따라 총 7개의 미션을 수행하도록 했습니다. 이중 MZ가 관심 많은 MBTI를 변형한 ‘LBTI’(LOTTE+MBTI) 테스트가 많은 관심을 받았어요. 올해 페스타의 테마가 ‘도심의 열기’였는데, 관련해 몇 가지 심리 테스트를 통해 자신의 성향과 맞는 도시는 어디인지 알아보는 방식이었어요.
직접 패턴과 컬러를 입혀 컵을 만들어보는 ‘DIY 법랑컵’ 제작미션을 통해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알아보는 시간도 제공했고요. 브롤가 비주얼을 곁들인 포토부스는 길게 줄이 늘어설 정도로 인기였어요. 롯데백화점 라이프스타일 큐레이션 전문 브랜드 ‘시시호시’에서 준비한 한정판 굿즈도 선보여 방문객의 구매 니즈도 채웠고요. 핫도그, 아이스크림 등 먹을거리도 마련해 성수동에 온 사람들이 20~30분 쉬면서 즐겁게 놀 수 있는 놀이의 장을 꾸렸어요.
이 과정에서 성수동에서 시작된 관심이 자연스럽게 명동 페스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데 신경 썼습니다. 미션 완료 시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사용 가능한 5000원 쇼핑 지원금 등 페스타에서 활용할 수 있는 리워드를 증정했어요. 경품 이벤트를 통해서는 페스타에 참여하는 롯데호텔 숙박권, 롯데면세점 금액 할인권 등을 제공했고요. 이처럼 성수동부터 명동까지 고객의 여정을 설계하는 장이 이번 팝업이었습니다.”
- 팝업의 성과 및 받은 피드백은?
“이번 팝업은 롯데백화점이 외부 공간에서 진행한 첫 팝업이었어요. 보통 백화점들은 이미 공간을 갖추고 있기에 그 공간을 활용하지, 따로 외부의 공간을 빌려 팝업을 진행하진 않아요. 이번이 이례적이었죠. 이런 점이 신선했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어요. 백화점 차원에서도 파격적인 도전이었습니다.
3일간의 운영 기간 동안 약 1만명 이상의 고객이 팝업을 찾았고, 이 중 MZ세대의 비중이 70% 이상이었어요. 또 방문객 중 약 20% 고객이 리워드를 수령하는 미션을 완료했고요. 브롤가가 사진에 직접 그림을 그려주는 드로잉 이벤트는 높은 고객 수요로 당초 계획된 인원보다 약 2배 이상 진행되는 등 여러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습니다.”
- 올해 페스타를 빛낸 작가로 브롤가, 주재범, 정그림, 유재연, 강민기, 최연재가 참여했습니다. 작가 선정 배경은?
“메인 비주얼을 맡은 브롤가의 경우 발랄하고 강렬한 색감이 축제의 장인 페스타의 분위기와 잘 맞는다는 의견들이 있었어요. 또한, 브롤가는 어린 시절 및 수년간의 세계 여행 및 해외 거주 경험에서 영감을 받아 각국의 도시 풍경을 유쾌한 색감과 역동적인 형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이어왔는데요. 작가의 이 작업 방향이 올해 페스타의 테마인 도심의 열기와도 잘 연결되는 측면도 있었습니다. 페스타를 위해 브롤가는 서울과 명동의 이미지에 어울리는 ‘스티지(STEEZY)’ 캐릭터를 특별히 디자인했어요.
국내 작가들의 경우 팝업부터 페스타까지 젊은 타깃을 겨냥했듯, 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신진작가를 위주로 관련 자료들을 찾아봤어요. 또 그중에서도 도심 테마와 어울리는 작업들을 선보이는 작가들을 탐색했죠. 이중 도심의 열기를 시각화하기 위해 픽셀 아티스트로 알려진 주재범 작가를 메인 아티스트로 선정했어요.”
- 작품 배치에서 신경 쓴 부분은?
“브롤가 작품의 경우 8m 높이의 벌룬 조형물, 공중에 매달린 5m 크기의 조형물을 백화점 바깥에 설치해 사람들의 시선을 확 끌 수 있도록 했어요.
주재범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신작을 제작했는데, 에비뉴엘 1층에서 이를 고객이 만나볼 수 있게 했고요. 4층엔 별도의 전시관을 마련해 작가의 평면 작품뿐 아니라 3D 프린팅 픽셀 조형물, 영상물 등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이며 보다 작가의 작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본관 1~4층엔 도시를 테마로 한 정그림, 유재연, 강민기, 최연재 작가의 스토리 있는 작품들을 곳곳에 설치했어요. 매장과 매장 사이 등 백화점 내부 공간의 여러 여건을 고려해 작품을 배치했어요. 이미 매장이 위치한 곳들도 있어서 작품 위치를 선정하는 과정이 쉽진 않았어요. 비주얼적으로도 너무 동떨어지지 않고 주변 환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예쁘게 연출되도록 신경 썼죠.”
- 대표 작업들을 소개하자면?
“브롤가의 캐릭터 스티지는 스케이트 보드와 힙합 문화에서 유래한 단어로, 스타일리시하며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특징이에요. 이 스티지가 이번 페스타에선 ‘롯데타운 명동’ 한글 자음이 배치된 의상을 입고 등장해 현대적인 서울의 밝고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주재범 작가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에너지로 가득한, 생동감 넘치는 도시의 모습을 특유의 감각적인 픽셀아트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선보였어요. 그 결과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도시 풍경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또 다른 차원의 도시를 경험하게 했죠.
평소 자유분방하고 유려한 선을 활용한 아트 퍼니쳐 작업을 선보여온 정그림 작가는 이번엔 도시의 부품에 불과했던 공업용 파이프를 주요 소재로 일상적인 가구에 도시의 리듬을 담은 조형적인 작업을 보여줬어요. 유재연 작가는 백화점 내에 도심의 불꽃놀이 순간을 불러오며, 일상 속 마주하는 휴식의 순간을 마련했죠.
강민기 작가는 하트 도상을 통해 인간의 복잡한 내면과 감정의 역동성을 표현하면서 색으로 조각된 도시의 감정을 표현했어요. 마지막으로 최연재 작가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도시의 모습 속에 자신만의 감정과 기억을 담아 재구성한 특별한 풍경을 사람들에게 선보였습니다.”
- 이번 페스타엔 그룹 계열사들도 함께 했는데 어떤 역할을 담당했나요?
“명동 전체를 축제의 장으로 만드는 취지에 공감해 계열사들도 힘을 보탰어요. 롯데호텔과 롯데면세점은 롯데호텔 광장에 조성된 페스타 프리뷰존에서 부스 이벤트를 열었어요. 각각의 부스들을 통해 면세점 할인 쿠폰 증정 이벤트, 호텔 리워즈 가입시 호텔 숙박권과 라세느 식사권 등 경품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했어요. 또 한국후지필름과 진행된 포토부스에서는 스티지가 그려진 한정판 포토 프레임으로 네컷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했고요. 또한 호텔 광장, 백화점 본점, 에비뉴엘, 면세점 등 주요 스팟 6곳에서 스탬프존을 운영하고 미션 완료 시 리워드를 제공하는 투어도 진행했어요.”
- 롯데는 이번 페스타를 비롯해 기획전, 아트 컬래버 등 예술과의 동행을 꾸준히 이어왔죠. 그룹이 꾸준히 예술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온라인 소비가 활성화된 시대에서 오프라인 공간 위주로 전개되는 백화점은 고객의 체류 시간이 중요해요. 그렇기에 일부러 오프라인을 찾아오게 하기 위한 요소가 필요하죠. 여기엔 다양한 것들이 있겠지만, 예술 또한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술이 지닌 프리미엄 이미지와 연계되는 백화점 고급화의 시너지 효과도 있고요.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특별한 예술을 접하는 그 경험이 백화점에 긍정적인 인식으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는 매출 효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첫 시작이었던 명동 페스티벌과 비교해 올해 페스타가 발전한 부분은?
“전신이었던 명동 페스티벌과 방향성, 주요 타깃층 등이 달라서 완전히 세세한 비교는 어려운데요. 명동 페스티벌이 주요 작가 1명을 내세운 단일 아티스트 테마의 행사였다면, 올해 페스타는 여러 다양한 작가들의 작업을 보여주며, 보다 아트적인 요소를 강화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생각합니다.”
- 올해 첫발을 내딛은 페스타가 앞으로 어떤 행사로 자리 잡길 바라나요?
“첫 시작은 쇼핑의 중심지이자, 예술적 콘텐츠까지 아우르는 ‘롯데타운 명동’이라는 키워드를 알리기 위해서였어요. 앞으로 이어갈 페스타를 통해 이 키워드가 보다 대중적으로 알려졌으면 해요.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명동 롯데백화점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아트와 함께하는 백화점’이 바로 연상되길 바랍니다.”
- 페스타에서 앞으로 시도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올해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독창적인 작업을 선보이는 신진작가들의 작업에 주목했는데요. 특정 작가 층에만 국한되지 않고, 무게감 있는 작업을 이어온 중견 작가도 섭외해 보다 다양한 예술을 다루는 축제의 장을 꾸리고 싶어요.
그리고 이번에 계열사들도 페스타에 힘을 보탰는데요. 롯데호텔 또한 자체적으로 호텔 공간에 전시를 꾸준히 선보이는 등 그룹 차원에서 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요. 추후 페스타 땐 롯데백화점 공간뿐 아니라 롯데호텔에서도 연계 전시가 열려 보다 확장된 페스타의 예술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도 흥미로울 것 같아요.
또 현재는 페스타가 본점이 위치한 명동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좀 더 규모를 키워 잠실 쪽으로도 확장돼 보다 많은 사람들이 페스타를 즐길 수 있는 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 하반기 또 아트콘텐츠팀이 준비하고 있는 기획이 있다면?
“매년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와인 컬래버 프로젝트를 올해도 선보일 예정이에요. 지난해 환기재단, 글로벌 와인그룹 ‘비냐 콘차 이 토로’와 협업해 김환기 화백의 작품 이미지가 담긴 와인을 선보였는데, 올해도 예술과 와인의 만남을 이어갑니다. 또 연말엔 시의성에 맞는 테마 전시도 선보일 계획이고요. 앞으로도 다양한 예술 프로젝트를 통해 고객과 소통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