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은⁄ 2025.07.16 15:49:05
주가 하락 시 투자자에게 일정분의 손실을 완충할 수 있는 안전판을 제공하는 ‘버퍼(buffer) ETF’는 S&P500과 같은 대중화된 지수형 ETF 상품 위에 주식시장에 존재하는 일종의 보험 상품인 옵션을 덧입힌 상품이다. 대표 지수인 S&P500지수는 ETF 전체 수익률의 '본체' 역할을 하며, 옵션은 이 수익에 완충막과 제한 장치를 덧씌우는 구조다. 결과적으로 버퍼 ETF는 지수 움직임에 참여하면서, 옵션 조합을 통해 손실을 일정 수준 완충하고 수익을 일정 수준까지만 취하는 전략을 구현하게 된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3월 버퍼형 상장지수펀드(ETF) ‘KODEX 미국S&P500버퍼3월액티브’를 아시아 최초로 상장하고, 지난 6월 이를 잇는 2번째 상품 ‘미국S&P500버퍼6월액티브’을 연이어 상장시키며 국내 시장에서 ‘버퍼 ETF’의 시리즈를 확대해 가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에게 아직 낯설 수 있는 버퍼 ETF를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이 상품의 기획 단계에 참여해 현재는 상품 운용을 담당하고 있는 한동훈 수석매니저를 만났다.
- 버퍼 ETF는 미국 시장에서 90조 원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이같은 성장을 이끈 주요 요인은 무엇인가요?
"버퍼 ETF는 주가 하락 구간에서 손실을 일정 범위까지 상쇄해 주는 구조가 특징입니다. 이 같은 성격으로 인해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거나 하락장에 진입한 시점에서 투자자들로부터 주목받기 시작했죠.
버퍼 ETF는 2016년부터 미국에서 출시되기 시작했지만, 본격적인 성장은 2022년부터 가속화됐습니다. 미국 증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격한 반등세를 보이다가, 2021년 말부터 고금리와 긴축 이슈로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이 시기 주식시장 밸류에이션이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은 손실 완충에 대한 관심을 높였고, 일정 수준의 하락을 완충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진 버퍼 ETF가 대안으로 떠올랐습니다.
이처럼 변동성 확대와 리스크 관리 수요가 맞물리면서 버퍼 ETF 시장은 급격히 성장했습니다. 2024년 말 기준 미국 내에서 13개 자산운용사가 이 상품을 운용하며, 최근 5년간 순자산이 30배로 증가했고 시장 규모는 약 90조 원에 달하고 있습니다."
- 버퍼 ETF가 활성화된 해외 시장에서는 상품이 어떻게 다양화되고 있나요?
"해외 시장에서 버퍼 ETF는 다양한 ‘만기’와 ‘손실 완충 구간’의 조합을 통해 정교하게 분화된 형태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월별·분기별·연간 단위로 롤링 되는 상품이 있으며, 버퍼 수준도 –5%, –8%, –15% 등으로 세분화돼 있어 투자자가 본인의 시장 전망이나 리스크 허용 범위에 따라 맞춤형 전략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버퍼 ETF의 기본 구조는 하락 구간을 옵션을 통해 완충하고, 상승 구간에는 수익 상한(캡, cap)을 설정하는 방식인데, 이 구조는 하방 보호를 강화할수록 상방 수익을 줄여야 하는 트레이드 오프(trade-off) 원리에 기반합니다. 예를 들어, ‘딥 버퍼(Deep Buffer)’ 전략은 –18%나 –20%까지의 하락을 완충하도록 설계돼 있으며, 이런 경우 수익 상한은 상대적으로 더 낮아지는 구조입니다. 더 나아가 옵션 스프레드를 활용해 손실 자체를 사실상 0으로 만들고 수익을 극히 제한적으로 추구하는 초보수적 구조도 존재합니다. 또 다른 응용 전략으로는 –5%부터 –15%까지의 하락 구간만 선택적으로 완충하는 방식이 있으며, 상단 수익률은 그에 맞게 조정됩니다."
- 이 가운데 삼성자산운용이 옵션 만기 1년인 버퍼 ETF 상품을 기획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버퍼 ETF는 옵션의 시간 가치를 활용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만기 기간이 길수록 투자자에게 유리한 수익 구조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옵션의 시간 가치가 높을수록 콜옵션 매도를 통해 더 많은 프리미엄을 확보할 수 있고, 이는 곧 투자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상방 캡(수익 상한)을 더 크게 만들어줍니다. 반면, 만기가 짧아지면 옵션의 시간 가치가 줄어들어 캡 수준도 낮아질 수밖에 없죠. 예를 들어 3개월짜리 상품에서 동일한 -10% 버퍼 구간을 구축할 경우 상방 캡은 약 5%로 제한되는데, 이는 단기 투자자에겐 유효할 수 있지만 중장기 투자자에게는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과거 10년간의 데이터를 살펴보면, S&P500 지수는 연간 최대 하락 시점의 연평균 수익률(YTD)이 -7.5%, 상승 시점은 +16.5%로 나타났습니다. 저희는 한국 시장에 처음 이 상품을 선보이면서 가장 표준화된 구조를 고민했고, 하방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완충할 수 있으면서 상방도 기대수익률에 가깝게 열어둘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1년짜리 만기를 채택했습니다.
시장이 성숙하면 해외처럼 3개월, 6개월 등 더 짧은 기간의 상품도 출시해 투자자 선택의 폭을 넓히는 방향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 자산 배분 관점에서 버퍼 ETF는 어떤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으며, 조합 가능한 투자 상품은 무엇인가요?
"버퍼 ETF는 자산 배분 전략에서 시장 상승 참여 여력을 유지하면서도 하방 리스크를 통제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투자자의 리스크 성향과 투자 목적에 따라 주식형·채권형 포트폴리오 모두에 다양하게 조합될 수 있습니다.
보수적인 성향의 투자자나 리스크 민감도가 높은 은퇴자의 경우 공격적인 베팅보다는 안정적인 완충과 자산 보존을 중시하므로, 전체 주식 비중을 버퍼 ETF로 대체하는 방식이 활용됩니다. 이러한 전략은 주식의 수익성은 일부 포기하더라도 주가 급락 시에도 일정 수준의 손실을 완충할 수 있기 때문에, 주식 비중을 줄이지 않고도 변동성을 낮추려는 투자자의 포트폴리오 관리 목적에 적합합니다.
또한 채권 중심 혹은 인컴 추구형 포트폴리오에서도 버퍼 ETF는 의미 있는 역할을 합니다. 장기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보였던 S&P500에 대한 노출은 유지하되, 하락 위험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에, 주식과 채권의 특성을 모두 일정 수준 반영할 수 있는 중간 수단으로 기능하죠.
보다 공격적 성향의 투자자는 일반 S&P500 ETF와 버퍼 ETF를 혼합 구성함으로써 리스크를 조정하는 전략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 조합은 상승 여력은 일부 줄어들지만, 시장 조정기에서의 하방 완충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더 나아가 버퍼 ETF는 시장 국면 전환에 대응하는 전술적 도구로도 유용합니다. 예를 들어, 시장이 급락한 후 반등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버퍼 ETF를 보유해 주가 하락 구간에서 손실을 일정 범위까지 상쇄한 뒤 이를 매도하고 일반 ETF로 전환해 상승 탄력을 키우는 전략이 가능합니다. 반대로, 시장 고점 부담이 클 경우 일반 ETF를 버퍼 ETF로 바꿔 리스크 헷지를 강화하는 전략으로도 사용됩니다.
결과적으로, 버퍼 ETF는 주식 중심 투자자에게는 리스크를 낮추는 장치로, 채권 중심 투자자에게는 수익성을 높이는 도구로, 또한 전술적 투자자의 수익 확대 전략의 폭을 넓혀주는 유연한 투자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 버퍼 ETF는 특정 만기(예, 1년)를 주기로 롤링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상장일에 매수해 만기까지 보유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한 견해는?
"많은 투자자가 버퍼 ETF는 상장일에 매수해 만기까지 보유해야 유리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이 상품은 중도에 매수하거나 매도하는 투자자에게도 시점에 따른 수익 구조(버퍼 및 캡)에 접근할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2020년의 사례를 보면 구간별로 이 상품이 작동하는 방식을 이해해 볼 수 있습니다. 당시,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S&P500 지수가 급락과 반등을 반복했습니다. 연초 기준 1년 만기로 설계된 이 버퍼 ETF는 연간 12.5%의 수익 캡과 10.2%의 하락 완충 구간(버퍼)을 설정한 구조였습니다.
1분기(2020년 1~3월) S&P500은 25.6% 하락했고, 해당 버퍼 ETF는 19.2%의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일부 투자자들은 “버퍼가 10.2%인데 왜 손실이 더 크게 반영됐느냐”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는 옵션의 시간 가치 때문입니다. 버퍼 ETF는 보통 1년을 기준으로 옵션을 통해 수익 구조를 설계하는데, 옵션의 효과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진적으로 실현됩니다. 3개월 시점에는 만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 버퍼 역시 전부가 아닌 일부만 작동하게 됩니다. 이는 이후 기간에도 남은 버퍼 기능이 유지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폭락 직후 반등하는 구간(2020년 2분기 이후)에서는 잔여 캡이 크게 확장됩니다. 다만, 옵션의 특성상 이 시기 ETF의 반등 속도는 지수보다 느릴 수 있습니다. 하락장에서 방어 기능이 작동한 만큼, 상승 구간에서는 회복 속도가 완화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지수가 횡보하는 구간에서는 ETF의 가치가 오히려 상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옵션에 내재된 시간 가치가 점차 작용하면서, 기초 지수와 무관하게 옵션에 내재된 ETF의 순자산가치가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버퍼 ETF는 전 기간에 걸쳐 상승과 하락 양쪽의 변동성을 완화하고 잔존 버퍼·캡 범위 내에서 안정적 수익률을 제공하는 상품으로 설계돼 있습니다. 따라서, 중도에 매수하거나 매도하는 투자자에게도 시점에 따른 수익 구조(버퍼 및 캡)에 접근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투자자는 시장 흐름과 자신의 리스크 성향을 고려해 진입 시점 기준 ‘잔여 버퍼’와 ‘잔여 캡’을 점검하며 전략적 매수와 매도 시점을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중도 매수 시 투자자가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3가지 지표는 ‘잔여 캡', 잔여 버퍼'와 '버퍼 진입 잔여’ 입니다. 잔여 캡은 현재 기준으로 실현 가능한 최대 수익 상한, 잔여 버퍼는 현재 시점에서 ETF에 진입할 경우 향후 누릴 수 있는 완충력, 버퍼 진입 잔여는 완충 구간(버퍼) 진입 전 투자자가 부담해야 할 손실 양을 의미합니다. 버퍼 진입 잔여는 버퍼 ETF가 양(+)의 수익률을 기록할 경우 발생합니다.
이들은 버퍼 ETF 투자 판단의 핵심 지표로서, 운용사는 투자자의 투자 판단을 돕기 위해 홈페이지를 통해 일별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중도 매도시에도 투자자는 일별 데이터를 활용해 보유기간 동안 자신이 누린 버퍼와 캡 범위를 역산해볼 수 있습니다."
- 커버드콜 ETF와 버퍼 ETF는 어떤 구조적 차이가 있으며, 각각 어떤 시장 국면에서 유리한가요?
"커버드콜 ETF와 버퍼 ETF는 모두 옵션 전략을 활용한 구조화 상품이지만, 수익 창출 방식과 리스크 관리 구조에서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커버드콜은 인컴(Income) 중심, 버퍼 ETF는 리스크 완충 중심이라는 점에서 설계 목적이 명확히 구분됩니다.
커버드콜 ETF는 주식을 보유하면서 동시에 콜옵션을 매도해 옵션 프리미엄을 인컴으로 확보하는 전략입니다. 이 때문에 ‘디파인드 인컴(Defined Income)’ 전략으로 불립니다. 커버드콜 ETF는 주가 상승분은 콜옵션의 행사가격까지만 참여할 수 있지만, 횡보 또는 완만한 상승장에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제공합니다. 이 때문에 현금 유입이 중요한 투자자에게 적합한 전략입니다.
반면, 버퍼 ETF는 ‘리스크 완충’ 중심의 ‘디파인드 아웃컴(Defined Outcome)’ 전략으로, 콜옵션 매도와 함께 풋옵션을 결합해 일정 수준(예를 들어, –10% 구간)의 손실을 완충하는 구조입니다. 이 전략은 직접적인 인컴을 제공하지는 않지만, 시장 변동성이 큰 구간에서도 자산을 일부 보호하면서 일정 수준의 상승 수익을 추구할 수 있어 리스크 회피 성향의 장기 투자자에게 유리합니다.
두 전략 모두 수익 상단이 제한된다는 공통점이 있으며, 기초 지수가 제한된 폭에서 상승할 때 가장 유리하게 작동합니다. 하지만 하락장에서는 차이가 분명합니다. 커버드콜 ETF는 옵션 프리미엄으로 일부 손실을 상쇄할 수 있으나, 기초자산 가격 하락에는 그대로 노출됩니다. 반면 버퍼 ETF는 일정 구간의 손실 자체를 흡수하는 구조로 설계돼 있어, 하락장에서 더 강한 방어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장 조정(-10% 내외) 후 횡보하는 구간에서는 버퍼 ETF가 커버드콜 ETF보다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는 버퍼 ETF가 손실을 상쇄하는 구조적 ‘보험’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투자자는 자신의 목적이 현금흐름 확보인지, 자산 방어인지를 명확히 한 뒤, 시장 전망과 리스크 허용 범위를 고려해 전략을 선택해야 합니다. 또는 두 전략을 병행해 포트폴리오에 조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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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경제 김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