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호⁄ 2025.12.04 15:50:49
국제갤러리 이현숙 회장이 영국의 현대미술 전문지 '아트리뷰(ArtReview)'가 발표한 〈2025 파워 100〉에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11년 연속 선정되며 의미있는 이정표를 세웠다. 2002년부터 매년 12월에 발표되는 〈파워 100〉은 전 세계의 패널과 관계자들이 문화예술계 인물들의 활동과 영향력에 대한 포괄적이고도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100인을 선정하는 연례 순위이다.
아트리뷰는 2025년 한 해 동안 현대미술계의 담론을 주도한 작가 및 작가 그룹, 컬렉터, 큐레이터, 아트페어 디렉터, 갤러리스트, 기관 관계자, 철학자, 그리고 사회활동가를 포함한 명단을 발표했으며, 올해 이현숙 회장은 98위에 이름을 올렸다. 다음은 아트리뷰 공식 웹사이트에 게재된 전문이다.
“이현숙 회장은 지난 43년간 서울과 부산에 거점을 두고 국제갤러리를 이끌어 왔다. 오랫동안 빌 비올라, 루이즈 부르주아 등 주요 해외 작가들을 한국의 관람객에게 소개해 온 이현숙 회장은 2025년 1월과 9월에 각각 이들의 개인전을 열었고, 9월에는 갈라 포라스-김과의 첫 번째 전시도 선보였다. 최근 글로벌 아트 딜러와 컬렉터들이 서울로 집중되면서, 이 회장은 갤러리의 방향을 새롭게 잡고 있다. 최근 코리아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현숙 회장은 “(과거와 비교해 한국 내에서의 해외 작가들에 대한 인지도가 이미 높아진 만큼) 예전처럼 해외 작가들을 국내 시장에 공격적으로 소개해야 할 필요는 비교적 줄었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2025년 국제갤러리의 전시 프로그램은 정연두, 안규철, 그리고 젊은 한국 작가들의 단체전으로 더욱 풍성해졌다. 언제나 국내 미술계에서 영향력을 드러내 온 이 회장은 특히 단색화를 세계 무대에 알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올해 초에도 단색화의 선구자인 하종현의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다.”
이현숙 회장과 함께 양혜규 작가 또한 38위로 〈2025 파워 100〉에 선정되었다. 양혜규는 2018년에 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로 독일의 권위 있는 미술상인 ‘볼프강 한 미술상(Wolfgang Hahn Prize)’과 문화체육관광부가 수여하는 ‘대한민국문화예술상(대통령 표창)’을 수상하였으며, 2022년에는 한국 작가 최초로 싱가포르 비엔날레가 주최하는 ‘제13회 베네세 상(Benesse Prize)’을 받았다.
작가는 현재 취리히 미그로스 현대미술관에서의 대규모 서베이 개인전 《윤년(Leap Year)》과 미국 세인트루이스 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 《의사擬似-하트랜드(Quasi-Heartland)》를 선보이고 있으며, 상하이 비엔날레에도 참가 중이다. 또한 오는 12월 13일 개관하는 타이중 그린 뮤지엄브러리 내 타이중미술관에서 대만에서의 첫 커미션 작품인 대형 블라인드 설치작을 선보인다. 한편 오는 2026년 양혜규 작가는 특히 미주 지역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집중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3월에는 로스앤젤레스에서 두 기관(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LA MOCA)과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과의 협업으로 특별한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또한 내년 10월 미국 뉴욕의 디아 비콘(Dia Beacon)에서는 대규모 커미션 신작을 선보이는 개인전 《Through》가 개최된다. 아트리뷰는 올해도 세계 미술계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 온 양혜규 작가에 대해 아래와 같이 언급했다.
"서울과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양혜규 작가의 대규모 서베이 개인전 《윤년》은 지난해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를 시작으로 올해 3월 쿤스트할 로테르담과 9월 취리히 미그로스 현대미술관으로 순회했다. 민속 전통과 대량생산 소비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의인화된 조각부터 에세이적 영상, 사진, 텍스트 작업까지,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폭넓은 작업세계를 보여주는 양혜규는 이미 그 다음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2025년 2월 댈러스 내셔 조각 센터에서 열린 《사라진 땅과 침몰한 세상(Lost Lands and Sunken Fields)》에서는 솔방울과 인조 자갈로 제작한 작은 돌탑 신작 〈아담한 봉헌(Mignon Votive)〉(2025)과 검은 플라스틱 끈을 엮어 만든 대규모 설치작 〈중간 유형 – 탄소 맞은 육발 착생 이무기(The Intermediate – Six-Legged Carbonous Epiphyte Imoogi)〉(2025)를 비롯한 다섯 개의 연작을 선보였다. 멕시코시티의 쿠리만주토 갤러리 전시와 작가의 옛 서울 스튜디오에서의 팝업 전시까지 병행하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양혜규는 올해 9월부터 4년 임기로 쿤스트베어케 현대미술관과 베를린 비엔날레를 총괄하는 ‘쿤스트베어케 베를린(Kunst-Werke Berlin)’의 신임 집행위원회 의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한편 올해 예술가이자 기관 설립자인 이브라힘 마하마가 1위를, 카타르 박물관청장인 알 마야사 빈트 하마드 빈 칼리파 알 타니가 2위를 차지했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