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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기업: 케이뱅크 vs KB·우리銀] 알바 20대 vs 쇼핑열광 20대 "어느게 현실?"

막내 인터넷은행의 ‘팩트폭행’에 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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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33-534호 윤지원⁄ 2017.04.28 13:30:53

▲케이뱅크의 광고 '24/365' 편. (사진 = 광고화면 캡처)


은행들이 ‘세상에 없던 새로운 금융’이라며 인터넷과 모바일로 금융 업무를 보는 서비스들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모바일 플랫폼 ‘리브(Liiv)’와 ‘위비(WiBee)’ 광고를 내놓았고, 지점이 아예 없이 인터넷 기반으로만 운영하는 ‘케이뱅크’도 탄생했다. 그런데 리브와 위비 등은 기존의 은행 앱을 통한 모바일 금융 서비스보다 좀 더 편리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세상에 없던 새로운 금융은 ‘인터넷 전문 은행’을 표방한 케이뱅크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시중 은행이 지금 방영하는 광고는 그저 신생 금융업체를 견제하기 위한 맞불 아니냐는 것이다.


은행에 대한 고정 관념 깨는 돌직구

진화심리학자인 존 투비(J. Tooby)와 리다 코스미데스(L. Cosmides)는 1992년 ‘은행가의 역설(Bankers’ Dilemma)’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사람들이 은행가에게서 돈을 빌리려는 이유는 돈이 없어서이지만, 은행가는 상대의 상환 능력(신용도)을 고려해야 하므로 결국 돈 없는 사람이 아닌 돈 많은 사람에게만 돈을 빌려준다는 내용이다. 융자(자금융통)라는 게 돈 없는 사람을 위해 만든 것이라면, 참으로 패러독스가 아닐 수 없다. 

이런 현상은 현재 한국의 제1금융권 현실을 잘 드러내는 얘기이기도 하다. 케이뱅크는 광고를 통해 “대출은 성공한 사람이 아니라 성공하고 싶은 사람에게 더 필요하다”며 이런 현실에 반기를 들었다.

케이뱅크는 평화은행 이후 24년 만에 새로 탄생한 제1금융권 승인 기업이며, 한국 최초의 인터넷 전문 은행이다. 케이뱅크는 한 개의 스마트폰 앱으로 모든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고, OTP도 기기를 따로 휴대하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 안에서 해결된다. 기존 은행들도 인터넷 뱅킹, 스마트폰 앱 등 핀테크 기반의 서비스를 오랫동안 시행해왔지만 케이뱅크는 '인터넷 전용’ 은행이라는 특징이 뚜렷하다.

그래서 케이뱅크에는 다른 모든 은행에 있는 요소 중 세 가지, 즉 창구(지점), 번호표, 마감시간이 없다. 이런 특징 덕분에 지점 임대료 같은 지출을 대폭 줄여 이를 금전적 이익으로 고객에게 돌려줄 수 있고, 고객의 시간을 아끼게 해 준다는 차별점을 케이뱅크는 광고로 강조하고 있다.

현재 공개된 케이뱅크 광고들은 촬영된 화면보다 타이포그래피를 이용한 자막 화면의 비중이 더 높다. 네티즌들은 이런 콘셉트가 지난해 애플 아이폰7의 ‘눈도 깜박이지 말 것(Don't Blink)’ 광고를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지겹게 많이 따라하는 콘셉트”라거나 “케이뱅크의 최초-혁신성이 덜 돋보인다”며 창의력의 한계를 비판하는 댓글도 있지만 “집중하게 된다”거나 “임팩트 있고 신선하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많았다. 특히 특정 단어를 그림과 함께 표현한 애니메이션에 호감을 표현한 댓글이 많이 눈에 띄었다.

▲케이뱅크 '무지점' 편 광고. 촬영된 화면이 아니라 타이포그래피를 이용한 자막 화면의 비중이 더 높다. (사진 = 광고화면 캡처)


익명을 요구한 한 문화계 인사는 케이뱅크 광고의 콘셉트에 대해 “메시지 전달이라는, 광고의 근본 기능에만 집중한 형식으로 케이뱅크가 은행의 근본 기능에 충실한 은행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며 “신생 브랜드의 경쟁력을 과시하고 고유한 정체성을 표현하는 적합한 내용과 형식”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이 광고들은 시위나 선거 유세 현장에서 들어볼 법한 선언조의 어투로 케이뱅크의 구체적인 특징들을 전달한다. 이 인사는 이런 직설적인 어투에 대해 “메시지를 돌려 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강한 자신감이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케이뱅크는 마감 시간과 대기 시간이 따로 없이 24시간 365일 서비스를 쓸 수 있다. 이에 대해 광고는 “지금이 몇 시든 은행은 열려있어야 한다. 왜 사람이 은행 시간에 맞추는가? 은행이 사람 시간에 맞춰야지”라고 강조한다. 또한, “단 한 평의 땅도, 단 하나의 지점도 필요 없다”면서 “그 비용을 차라리 고객의 이익으로 돌려라”라고 선언한다. 

그리고 여기에 덧붙여 “시간이 돈이라면 그 돈도 벌어줘야 진짜 은행”이라며, 그동안 불편을 감수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 왔던 고정관념에 돌직구를 날린다. 또는, “은행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친절은 미소가 아니라 돈”이라며 기존 은행 광고가 수십 년 동안 미소가 아름다운 '건치 연예인'을 캐스팅하는 데 들인 노력과 비용을 낭비로 규정해버린다. 

그러면서 이런 점을 “그게 우리의 상식”이라며 기성 은행과 고객 모두 그릇된 고정관념에서 빠져나올 것을 촉구한다. 부인할 수 없는 팩트로 상대방의 말문을 막히게 한다는 의미의 ‘팩트 폭행’이라는 유행어가 어울릴만한 태도다.

네티즌들은 위에 열거한 광고 문구에 공감대를 표현하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은행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친절은 미소가 아니라 돈”이라는 문구에 호감을 드러낸 댓글이 자주 눈에 띄었다. 한 네티즌은 저 문구를 지금보다 몇 초 더 오래 보여줬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드라마 '도깨비'로 인기몰이 중인 배우 이동욱을 메인 모델로 기용한 KB 국민은행 '리브 메이트' 광고. (사진 = 광고화면 캡처)


젊은 고객 잡겠다는 전략, 사람을 놓쳤다

한편,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리브(Liiv)’와 ‘위비(WiBee) 뱅크’ 광고를 선보이고 있다. 그런데 두 은행의 광고는 여러 면에서 닮은 점이 보인다. 케이뱅크가 스마트폰 앱 위주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데 주목한 듯, 이에 맞설만한 핀테크로 젊은 고객층의 이탈을 막겠다는 전략이 동일해 보인다. 그 밖에도 몇 가지 공통점이 쉽게 발견된다.

우선, 두 광고 모두 요즘 잘 나가는 젊은 인기 스타들을 모델로 기용했다. KB는 인기 드라마 ‘도깨비’에 출연했던 이동욱과 유인나를, 우리은행은 ‘힘쎈여자 도봉순’의 남자 주인공 박형식을 메인 모델로 내세웠다. 젊은 세대를 대변하는 이들은 광고 안에서 다소 자유분방하면서 컬러풀한 패션 감각을 뽐내며 여러 친구들을 만난다. 까페에서 장난스런 셀카를 찍고, 클럽에 모여 파티를 하고, 쇼핑을 하며 도시 거리를 활보한다. 

그러면서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상황들을 연출한다. 간단한 송금, 포인트 통합, 모임 회비의 편리한 정산 등등 리브와 위비의 다양한 기능을 요즘 유행하는 힙합 음악에 담아 랩으로 설명한다. 동시에 이 랩 가사를 자막으로 띄워 전달력을 보완했다. 또한, ‘위비’ 캐릭터나 아기자기한 이모티콘 등,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자주 접할만한 그래픽들이 화면 곳곳에 배치된다.

▲우리은행 '위비 플랫폼' 광고는 화면이 지나치게 화려하고 산만하다는 비판을 일부 받았다. (사진 = 광고화면 캡처)


그런데 이 두 광고가 케이뱅크 광고보다 얼마나 더 효과적으로 젊은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리브 광고에 대한 네티즌의 긍정적인 평가는 ‘도깨비’의 스타들이 나와서 좋았고, 화면이 발랄하고 좋았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너무 많은 기능을 전달하려고 해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기억에 남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었다. 위비 광고에 대해서는 화면이 지나치게 화려하고 산만하다는 비판과, 로고송이 귀에 잘 들어온다는 호감 등이 섞여 있었다. 굳이 힙합과 연결시킨 것이 이해되지 않으며, 노래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앞선 문화계 인사는 두 광고에 공통적으로 나타난 좀 더 근본적인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두 광고가 공통적으로 주목하는 금융 서비스가 주로 클럽, 데이트, 쇼핑과 파티 등의 소비 생활과 관련되어 있다”며 “두 광고가 그리는 젊은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은, 그들을 고객으로만 바라본 관점에서 비롯된 스테레오타입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그가 지적한 한계는 케이뱅크 광고와 비교했을 때 무척 도드라진다.

케이뱅크 광고에도 젊은 세대의 모습이 비춰졌다. 다만 그들은 스타가 아니었다. 그들은 대체로 편의점 진열대를 정리하고 있거나, 서류를 작성하고 있거나, 출퇴근 길 붐비는 지하철역에 서 있다가 마주치는, 일상을 열심히 살아가는 매우 평범한 모습으로 그려졌다. 근로에 지쳐있던 중 이자가 입금되었다는 메시지를 받고 만면에 퍼지는 그들의 미소를 케이뱅크 광고는 주목했다. 

▲젊은 세대의 화려한 소비생활이 아닌 고단한 일상에 주목한 케이뱅크 '상식이 이긴다' 캠페인 티저 광고. (사진 = 광고화면 캡처)


언제 어디서나 은행 업무가 가능하다는 모바일 뱅킹의 장점을 보여줄 때도, 맘 놓고 쇼핑에 열중하는 순간이 아니라 아이와 놀아줄 시간이 생긴 아빠의 모습을 통해 이를 표현했다. 고객은 ‘룰루랄라’ 라는 여흥구와 ‘상식이 이긴다’라는 슬로건 중에 어떤 쪽으로 마음이 움직일까?

최근 열린 한 방송국의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는 한 후보가 다른 후보에게 “후보님의 공약은 다 좋은데, 기술만 있고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하는 장면이 있었다. 이 대선 후보들 간의 공방에서와 마찬가지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들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 생각해볼 만한 차이가 이 광고들 간에도 존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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